금융그룹 통합감독 시행, 산정 방법 따라 지분 매각 압박 상승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금융그룹 통합감독’ 제도가 이 달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가면서 삼성, 미래에셋 등 7개 금융그룹의 자본비율이 줄줄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삼성생명은 새 기준에 맞추기 위해 최대 20조 원에 이르는 삼성전자 지분을 처리해야 할 것으로 예상돼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삼성 자본비율 328%→118% 급감

이달부터 삼성, 한화 등 금융자산 5조 원 이상 복합금융그룹에 대한 통합감독 시범 운영이 시작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일부터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 도입을 위한 모범규준안을 확정하고 시범 운영에 나선다고 밝혔다.

모범규준안은 금융그룹의 자본건전성 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위험관리체계 구축, 건전성 관리·감독 방안 등을 담고 있다. 관리·감독 대상은 삼성과 한화, 교보, 미래에셋, 현대차, DB, 롯데 등 7개사다.

통합감독제 도입은 금융계열사를 그룹의 자금줄로 이용하려는 시도를 차단하는 한편 금융그룹의 동반 부실화를 막고자 하는 취지이지만 금융그룹의 자본적정성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그룹은 금융부문 전체의 실제 손실흡수능력(적격자본)을 위기 상황 시 필요한 자본규제 최소기준의 합계(필요자본) 이상으로 유지해야 할 의무를 갖게 된다. 

금융위는 '적격자본'을 '필요자본'으로 나눈 '자본적정성 비율'을 100% 이상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한마디로 100% 미만이면 추가로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는 뜻이다.

'적격자본'에는 금융계열사간 출자, 상호·순환·교차출자 등 중복 이용된 자본을 차감하고 '필요자본'에는 업권별 최소요구자본에 집중위험, 전이위험을 더한다. 

특히 금융그룹이 보유한 비금융 계열사의 지분은 집중위험, 전이위험으로 분류돼 '필요자본'에 속하게 된다. 따라서 비금융 계열사 지분 규모가 클수록 '자본적정성 비율'의 분모가 커지므로 전체 비율은 낮아지게 된다.

금융위가 7개 금융그룹의 자본적정성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그룹의 자본비율이 328.9%에서 221.2%로 대폭 낮아졌고, 미래에셋은 307.3%에서 150.7%로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대차(171.8%→127.0%), 한화(210.4%→152.9%), DB(221.8%→168.7%), 롯데(241.2%→176.0%), 교보생명(299.1%→200.7%) 등도 모두 자본비율이 떨어지게 된다.

특히 삼성의 경우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집중위험'에 반영하면 자본비율은 110%대까지 떨어지게 된다.

▶삼성전자株 매각 ‘고심’...물산서 인수하나?

삼성전자 주식만 29조 원가량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향후 삼성전자 지분 매각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자본적정성 비율이 100%를 상회하고 있긴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며 필요자본이 커지게 되면 100%를 유지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 삼성이 자본을 확충하지 못한다면 삼성전자의 지분을 줄이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삼성생명 측은 아직 자본적정성 산정 방법이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닌 만큼 향후 내용을 보고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삼성이 자본적정성 비율의 하락을 막으려면 자본을 늘리거나,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데 이 때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등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및 지배구조는 걸림돌이 된다. 

더불어 지난 5월에는  금산분리법(보험사의 일반 제조사 지분 10% 이상 보유 금지)을 지키기 위해  삼성생명·삼성화재가 자사주를 소각하기도 했으며, '보험업법 개정안' 발의도 남아 있어 삼성의 목을 조르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생명 등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이 인수하는 방안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KB증권은 삼성물산이 삼성금융 그룹의 삼성전자 지분을 상당부분 인수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 중이다.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삼성물산의 현금성 자산은 1조8,500억 원(연결기준 3조300억 원)이며, 매각을 진행 중인 한화종합화학과 서초동 사옥에서 유입되는 현금은 약 2조 원 내외로 알려져 있다.

삼성물산의 차입 여력까지 감안하면 삼성전자 지분 10조 원은 인수 가능한 범위라는 판단이다.

김준선 KB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 10조 원을 인수하게 되면 지주비율(전체 자산 중 계열사 투자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 강제적으로 지주회사로 전환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그러나 지주비율의 산식은 원가법을 사용한 장부가액 기준이므로 이를 감안한 지주비율은 8.2%에 불과하다”며 “삼성물산이 10조 원 상당의 삼성전자 지분을 인수하는 것은 가능한 범위에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결국 삼성물산이 비싸지 않은 가격에 삼성전자 지분을 인수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며 “삼성물산이 현금성 자산 및 차입금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일부 인수하게 되면 무수익 자산의 수익 자산화 관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