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①

지난 6월 안타깝게도 전자담배 흡연자들의 기대를 산산이 무너트리는 정부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일부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유해물질 ‘타르’를 더 많이 발생시킨다고 밝힌 것.

또한 국제암연구소(IARC)가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는 포름알데히드, 벤조피렌을 포함한 5가지 유해성분이 추가 검출되면서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전자담배 업체들은 식약처의 발표에 즉각 반대 입장을 밝히며, 소송까지 제기한 상황이다. 유해성 시비가 전면전 양상까지 번지자 소비자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식약처와 전자담배 업체, 그 사이에서 등 터지는 ‘소비자’. 과연 소비자들은 누구 말을 믿어야 할까?

[컨슈머치 = 김은주 김현우 전향미 기자] 지난해 국내에 출시된 아이코스·글로·릴 등 궐련형 전자담배 열풍은 그야말로 뜨거웠다.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동안 일반 담배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새로운 흡연 문화를 정착시켰다는 평까지 나올 정도였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이처럼 단시간에 시장을 사로잡은 이유는 업체들이 ‘덜 해로운 담배’라는 인식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건강은 걱정되지만 금연이 쉽지 않아 고민하던 흡연자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유해성을 둘러싼 정부와 업체 간 갈등이 소송전으로 비화되고 있는 사이 애꿎은 흡연자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 국민 10명 중 7명 “담배는 담배지”

(출처=엠브레인)
(출처=엠브레인)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통틀어 국민 대다수는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와 다름없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세~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금연정책’ 및 ‘전자담배’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대상자 10명 중 7명(71.3%)이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와 다를 것이 없다고 바라봤으며, 몸에 해롭기는 마찬가지라는 의견이 80.4%에 달했다.

비흡연자 회사원 김 모씨(여·31)는 "전자담배도 결국에는 담배인데 더 나쁘고 덜 나쁘고의 차이가 있지 않은 것 같다"며 "냄새가 덜 하다고 실내에서 함부로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보면 불쾌하기는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와 차이가 없다고 여기면서도 전자담배를 피우던 소비자들은 이번 유해성 논란이 새삼스럽다는 반응이다.

자칭 전자담배 애연가 김 모씨(남‧26)는 “일부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타르가 높다고 나온 걸로 알고 있다. 그래도 어차피 몸에 안 좋은 건 똑같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김 씨는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은 이미 예전부터 말이 많았던 만큼 크게 신경 쓰이진 않는다”며 “사실 전자담배를 애용하는 이유는 건강을 생각해서 보다는 냄새가 덜 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그래도 덜 해로울 것” 전자담배 믿는 흡연자들

(출처=리얼미터)
(출처=리얼미터)

또 다른 설문조사에서는 궐련형 전자담배를 상대적으로 덜 유해할 것으로 믿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리얼미터가 지난달 10일 발표한 '2018년 국민 흡연 인식 조사'에서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덜 해롭다는 응답이 과반 수 이상(56.6%)이었다.

일반 담배보다 유해성이 적을 것으로 기대한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들은 식약처 조사 결과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수원으로 직장을 다니는 회사원 조 모씨(34)는 “아버지와 함께 뉴스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며 “아버지도 나도 건강을 위해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상술에 속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 대다수가 이번 유해성 논란으로 인해 일반 담배로 다시 돌아갈 생각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를 6개월 째 피우고 있는 손 모씨(남‧30)는 “조금이나마 덜 해로운 담배를 선택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선택하게 됐다”며 “타르는 더 나왔지만 오히려 다른 유해 성분은 적다고 하니 계속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일부 애연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담뱃세를 더 걷기 위해 궐련형 전자담배를 음해하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도 나온다. 

네이버 전자담배 커뮤니티 ‘전자담배로 금연하자’ 회원 조 모씨(42)는 “솔직히 요즘 궐련형 전자담배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일반 담배가 안 팔려 세금이 줄어드니 정부에서 견제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올해 들어 최고로 어이없는 뉴스”라고 비꼬았다.

■ 이러나 저러나 혼란스러운 소비자들

(출처=리얼미터)
(출처=리얼미터)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을 바라보는 흡연자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지만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커다란 혼란을 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 흡연자 및 일반인 다수가 식약처의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분석 결과가 혼란을 가져왔다고 답한 것.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의 69%와 일반 담배 흡연자의 73%가 식약처의 분석 결과 공개가 사회적 혼란을 초래했다고 응답했다. 뿐만 아니라 비흡연자 65%도 이와 같은 의견에 동의했다.

앞서 4분기 연속 증가세를 보이던 궐련형 전자담배의 판매량이 올해 3분기 감소세로 돌아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에 국내 최대 흡연자 커뮤니티인 ‘아이러브스모킹’는 흡연자의 알권리 충족과 소모적인 논쟁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식약처가 유해성 분석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연익 아이러브스모킹 대표운영자는 “유해성 논란의 가장 큰 피해자는 사실상 방치돼 있는 최종 소비자인 흡연자”라며 “흡연자가 제품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획득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담배제조사와 식약처가 이번 논란을 조속히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또 이연익 대표는 “정부의 발표 때문에 사회적 논란이 발생했다면 법원도 정보공개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며 “식약처는 반드시 국민에게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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