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⑤

지난 6월 안타깝게도 전자담배 흡연자들의 기대를 산산이 무너트리는 정부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일부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유해물질 ‘타르’를 더 많이 발생시킨다고 밝힌 것.

또한 국제암연구소(IARC)가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는 포름알데히드, 벤조피렌을 포함한 5가지 유해성분이 추가 검출되면서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전자담배 업체들은 식약처의 발표에 즉각 반대 입장을 밝히며, 소송까지 제기한 상황이다. 유해성 시비가 전면전 양상까지 번지자 소비자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식약처와 전자담배 업체, 그 사이에서 등 터지는 ‘소비자’. 과연 소비자들은 누구 말을 믿어야 할까?

[컨슈머치 = 김은주 송수연 안진영 기자] 소비자는 여전히 궐련형 전자담배를 두고 보건당국과 전자담배업체의 상반된 의견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건 우리가 병원을 방문하면, 흡연자의 경우 의사에게 금연 권고를 받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거의 모든 질병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금연을 권하는 의사들은 궐련형 전자담배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 국내 "덜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대한보건협회 및 회원 학회 24곳은 성명서를 내고 궐련형 전자담배는 여전히 건강에 해로운 흡연 도구라고 강조했다.

보건협회 관계자는 “궐련형 전자담배 또한 가열 방식만 다를 뿐 일반 담배와 본질적 차이는 없다”며 “담배 회사가 궐련형 전자담배는 덜 해롭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10층에서의 추락이 20층에서의 추락보다 덜 위험하다고 얘기하는 것과 같은 난센스”라고 비판했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는 임상의사를 위한 <금연진료지침서> 발간을 통해 궐련형 전자담배는 금연 보조제로 권고할 만한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다면서도 아직 사용기간이 짧고 연구결과가 미미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결론짓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천은미 이화여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대표적 제품인 아이코스의 경우 최근 발표된 연구에서 일산화탄소 배출이 현저하게 낮게 나왔지만 또 다른 연구에서는 다핵방향족탄화수소인 아세나프텐(acenaphtene)의 경우 비사용군대비 295배가 높게 나타나는 등 아직까지 안전하다고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궁극적으로 금연율을 높인다는 근거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한금연학회 역시 궐련형 전자담배가 기존 담배보다 건강에 덜 위해하다는 근거가 현재로써는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금연학회 관계자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기존 담배에 비해 90% 더 안전하다는 담배 회사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담배 회사의 지원을 받지 않은 독립적인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아이코스에서 담배의 주요 독성물질들이 상당한 수준으로 배출되고 있으며 아이코스 사용 후 급성 호산구성 폐렴이 발생했다는 사례도 보고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어떠한 형태의 담배 제품도 건강에 덜 위해 한 것은 없으므로, 흡연자는 건강을 위해서 모든 종류의 담배 제품 사용을 즉시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식약처 조사에 참여한 임민경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덜 위해하다는 업체들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민경 교수는 “담배회사의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조사 결과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방법으로 조사된 것일 뿐”이라며 “국제적이거나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인증받지 못한 방법을 가지고 우리 조사 결과 이렇게 측정됐으니 믿어달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임 교수는 “(식약처 조사 결과) 궐련형 전자담배의 경우 기존 궐련담배(일반담배) 보다 많은 양의 타르가 검출됐다”면서 “타르는 우리가 잘 모르는 여러 유해화학물질의 복합체인 만큼 기존 궐련 담배보다 더 많은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임 교수는 궐련형 전자담배 배출물에서도 발암물질과 유해 화학물질이 발견됐기 됐기 때문에 덜 위해하다는 인식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교수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암을 일으키지는지 여부는 수십년 사용해야만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벤조피렌, 벤젠 등 인체발암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 됐다"고 강조했다.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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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도 “덜 유해한 것 아니다” 중론

한국과 함께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의 큰 축을 담당하는 일본 역시 유해성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국립보건의료과학원은 아이코스 증기에 유해물질이 일반 담배 연기보다 평균 90% 적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 보다 일산화탄소, 암모니아 등의 발생량이 현저히 적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일본금연학회는 이와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일본금연학회는 ‘새로운 담배에 대한 일본금연학회의 견해’라는 제목의 자료를 통해 “아이코스가 건강을 덜 위협하고 간접흡연의 위험이 없는 것으로 오인되고 있지만, 궐련 담배처럼 발암물질 등 유해 물질을 포함해 사용자와 주위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금연학회는 특히 "궐련 담배와 달리 발생하는 유해 물질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간접흡연을 피하지 못해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분석했다.

스위스,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도 궐련형 전자담배가 덜 유해한 담배가 아니라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지난 5월 스위스 베른대 건강관리협회(Primary Health Care Institute) 소속 레토 아우어(Reto Auer) 교수팀은 일반 담배의 최대 82%에 달하는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며,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정도를 담배와 큰 차이 없는 수준으로 평가한 바 있다.

미국의 한 연구에서도 궐련형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의 유해성 편차는 크지 않다는 발표가 있었다.

스탠턴 글랜츠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주립대(UCSF) 교수도 “필립모리스가 90일간 아이코스 흡연자와 일반 흡연자의 백혈구 수치, 혈압 수준 등 24개 건강지표를 비교한 결과 23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면서 “동맥경화, 심근경색을 유발하는 혈관 염증 수준만 아이코스 흡연자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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