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③

[컨슈머치 = 송수연 안진영 전향미 기자] 지난해 5월 말 담배계의 아이폰이라 불리던 필리모립스의 궐련형 전자담배(이하, 전자담배) ‘아이코스’가 한국에 상륙한 이후 국내 반응은 뜨거웠다.

아이코스를 사전 판매하던 당일, 아이코스 매장 앞은 인산인해를 이뤘고 애연가들 사이에서는 해외 직구를 통해 구입했던 전자담배를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만족감을 줬다.

이러한 반응은 점유율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 판매 1년 만에 전체 담배 시장에서 차지하는 전자담배의 점유율은 10%에 육박했다.

상승 분위기를 타고 있는 전자담배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다. 식약처는 전자담배 유해성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전자담배가 덜 유해하다는 근거가 없다” 밝혔고 소비자들은 담배 회사와 다른 결론에 혼란에 빠졌다.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나 식약처는 이에 대한 뚜렷한 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조사 논란 어디서부터 시작일까?

출처=식품의약품안전처 공식 블로그.
출처=식품의약품안전처 공식 블로그.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은 아이코스가 국내에서 출시(5월 17일)되기 전부터 이뤄졌다.

아이코스가 국민적 관심을 살 것이라는 예상을 했는지 정부는 지난해 4월과 5월 사이에 전자담배 유해성분 분석에 착수했다.

그러나 아무런 결론을 얻지 못했다.

당시 조사를 담당했던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와 식약처가 검사기기의 물리적 한계와 분석기준 부재라는 벽에 부딪혀 더 이상 조사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정부의 유해성 조사가 좌절된 사이 아이코스는 한국에 출시됐고 필립모리스 정일우 대표는 “일반 궐련 흡연 보다 나은 선택”이라며 덜 유해한 담배 마케팅을 본격화 했다.

아이코스가 유행처럼 시장을 강타할 때 쯤 식약처는 같은 해 8월, 다시 아이코스에 대한 유해성 검사에 착수했다.

검사 결과는 감감무소식이었다. 담배 공인분석방법인 ISO 및 HC법을 궐련형 전자담배에 맞게 적용하는 등의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in)법은 담배 필터의 천공 부위를 개방해 분석하는 방법으로 일반담배의 니코틴, 타르 함유량 표시에 적용하는 분석법이다. HC(Health Canada)법은 실제 흡연자의 흡연습관을 고려해 천공부위를 막고 분석하며 ISO법 보다 더 많은 담배 배출물이 체내에 들어간다고 가정한 분석법이다.

정부가 유해성 검사의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사이 BAT코리아와 KT&G에서도 궐련형 전자담배를 새롭게 출시하면서, 전자담배 시장은 더욱 활발해졌다. 

▶담배회사의 도발

식약처의 유해성 분석 결과는 한 해가 지난 올 6월에나 나왔다.

지난 6월 7일 식약처는 필립모리스 아이코스를 비롯해 BAT코리아의 글로, KT&G 릴의 유해성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의 핵심은 일반 담배 보다 전자담배의 타르 수치가 더 높다는 것.

이에 담배회사들은 식약처의 발표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특히 필립모리스 측은 발표 당일 즉각 반박에 나섰다.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 과학연구 최고책임자 마누엘 피취 박사가 련형 전자담배 증기의 암 발생에 대한 영향을 연구한 최신 결과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출처=필립모리스)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 과학연구 최고책임자 마누엘 피취 박사가 련형 전자담배 증기의 암 발생에 대한 영향을 연구한 최신 결과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출처=필립모리스)

자료를 통해 필립모리스는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타르는 담배규제의 확실한 근거가 아니며 전자담배의 증기는 일반담배의 연기와 구성성분이 질적으로 다르다”면서 “식약처의 평가는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리고 다음 날, 필립모리스는 또다시 “식약처가 전자담배 유해성이 일반담배 대비 상당부분 저감됐음을 확인하고도 일반담배만큼 유해하다는 것을 시사하기 위해 ‘타르’ 수치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주장했다.

11일에는 BAT코리아에서도 “식약처가 궐련형 전자담배 분석 결과 유해성분 배출량이 상당히 감소됐다는 결과를 명시하지 않은 점은 놀랍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지난 6월 18일 필립모리스는 기자간담회까지 마련했다. 이날 필립모리스는 미국에서 진행한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를 소개했다. 일반담배 흡연자가 아이코스로 전환했을 때 호흡기 및 심혈관질환 등의 8가지 주요 임상위험 지표가 개선됐다고 소개하며 식약처에 연구 결과에 대한 해명을 촉구했다.

8월 30일, 필립모리스 멈추지 않고 다시 한 번 식약처를 겨냥한 연구 결과를 공표한다.

필립모리스는 궐련형 전자담배 증기의 암 발생 영향에 대한 자체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일반담배 연기에 노출된 실험용 쥐 그룹보다 아이코스 증기에 노출된 실험용 쥐 그룹의 폐암종 발병률이 현저하게 낮음을 공개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식약처를 상대로 전자담배 분석결과 발표에 대한 해명을 요청했다.

이때까지도 식약처는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았다. 속을 알 수 없는 식약처의 행보에 흡연자들도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10만 흡연자가 가입한 커뮤니티 ‘아이러브스모킹’의 한 관계자는 “식약처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이라면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모호한 분석 결과와 무대응이 아닌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자료 공개와 적극적인 대응으로 흡연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본분”이라며 “유해성 논란을 증폭시켜 흡연자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책임은 식약처에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소극적인 모습만 보이는 식약처

일부 담배회사의 해명 요구에도 식약처가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에 대해 업계는 ‘이례적’이라고 말한다. 

특히 필립모리스가 지난달 정보 공개 청구 소송까지 제기한 상황에서도 한참을 침묵으로 이어갔던 식약처의 태도도 이해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뒤늦게 식약처는 서울행정법원에 필립모리스 소송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는 방법으로 본격적인 법적 대응을 시사하긴 했지만 이 역시도 소극적인 대응에 불과하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여전히 정보 공개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니 여론은 식약처의 조사 결과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아리러브스모킹 한 관계자는 “식약처 공무원이 일본 출장을 통해 궐련형 전자담배에 타르 개념을 적용하려면 좀 더 논의가 필요하고 일반 담배 측정 방법으로는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미리 알고도 발표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유해성 조사 결과 발표 자리에서도 식약처 관계자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고수해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당시 식약처 관계자는 타르 함유량 검출에 대한 의미에 대해 “타르가 높게 검출된 것을 고려하면 유해 성분이 더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일반 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생성되는 타르 구성 성분은 다를 수 있어 검출된 양만으로 유해성을 단순히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알 수 없는 답변을 내놨다.

출처=식품의약품안전처 공식 블로그.
출처=식품의약품안전처 공식 블로그.

▶식약처를 향해 나오는 의혹들

정치권에서도 식약처의 이상 행보에 의혹을 던졌다.

지난 국감에서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은 궐련형 전자담배 제조사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의 답변을 소개하며 식약처 주장과는 다른 결론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업계가 끊임없이 식약처의 유해성 측정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가운데 최근 식약처는 신종 담배 유해성을 분석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관을 새롭게 설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기관 설립을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기존 조사에 대한 미흡함을 인정하는 꼴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더불어 <컨슈머치>가 식약처의 유해성 분석을 진행한 시험분석평가위원회 위원들을 취재하는 가운데 조사 결과의 신뢰도를 떨어트리는 사실도 드러났다. 

11명의 위원 중 한 위원은 "식약처 조사 결과에 대해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면서 "조사·분석에 직접 참여한 것이 아니라 회의에 한 번 나갔을 뿐"이라고 답했다. 

김순례 의원은 “식약처가 무대응으로 일관함에 따라 국민들이 궐련형 전자담배로 옮겨가고 있다”면서 “담배회사가 잘못된 정보로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할 부서는 식약처”라고 적극적인 대처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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