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천미트 대장균, 네가 왜 거기서 나와③

[컨슈머치 = 송수연, 안진영, 전향미 기자] 최근 대상 청정원(이하 대상) ‘런천미트’에서 세균이 검출된 사실이 일파만파로 퍼지며 소비자들은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세균의 정체는 ‘대장균’으로 밝혀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뒤늦게 국정감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히고 나서야 대상의 제조공정상 문제는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온멸균을 거치는 캔햄 공정상 나올 수 없다는 것이 식품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논란의 중심은 식약처로 옮겨가고 있지만 대상 측은 마음 놓고 웃을 수 없는 처지다.

출처=대상주식회사 홈페이지.
출처=대상주식회사 홈페이지.

▶핵심 키 ‘대장균’, 식약처 오류 지적 우세

국정감사 이후 식품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대장균 검출과 관련해 식약처가 오류를 범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캔햄에서 대장균이 나왔다는 식약처의 발표 자체가 런천미트 사태를 풀어갈 핵심 키라는 것.

식품 업계 한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유통 과정에서의 문제나 제조 과정의 냉각수 오염 문제 등의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지만 만일 그러한 상황에 대장균이 유입된다면 제조 후 2년 5개월이 지난 상태였던 런천미트는 이미 부패하거나 캔 자체가 팽창하는 것이 정상”이라며 “검사 때까지 외관상의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은 그러한 가능성조차도 일축하고 있다”고 어렵게 말을 꺼냈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캔햄에서의 대장균 검출은 상식적인 판단을 가능하게 했던 대목이었다”면서 “제조사는 제품 생산 시 멸균실험을 거치게 되는데 멸균실험에서 이상이 없던 제품에 갑자기 오염이 생길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학계에서도 비슷한 지적을 내놓고 있다.

YTN과의 인터뷰를 통해 차윤환 숭의여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대장균은 열에 약하고, 가공식품에서 대장균 자체가 검출되는 것은 극히 드물다”면서 “제조공장들에서 대장균과 관련된 건 기준규격이 워낙 명확하기 때문에 이번에 대장균이 나왔다는 게 조금 의아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장균이 대형 메이저 회사의 제품에서 나왔다는 건 정말, 만약 그렇다면 그게 오히려 더 충격적일 수 있는 것”이라며 “개인적 관점에서 봤을 때 제조보다 유통, 보관쪽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 지고 그다음 시료의 수거, 검사하는 곳에서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헐렁한 식약처 발표, 불신 키운다

과거에도 식약처 조사가 미흡했다는 사례들이 있어 이번 식약처 검사 오류 가능성에 더욱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실제로 몇몇 업체들은 식약처의 실수로 소비자들로부터 불필요한 오해를 받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식약처 실수의 희생양이 또 하나 탄생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가장 최근 식약처의 검사 오류로 피해를 입은 대표적인 기업은 한라산소주다.

식약처는 한라산소주가 지하수 수질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며 행정처분 내용을 고지한 바 있다.

문제는 식약처가 소주제조 용수와는 무관한 원수를 검사했다는 것. 한라산소주가 공장을 증설하면서 생산을 중단했을 때 검사가 이뤄졌는데 소주에 사용하는 정제수가 아닌 수원지에서 받은 원수로 검사해 수질 논란을 빚게 됐다.

한라산소주는 두 달 후 수질검사에서 다시 적합 판정을 받았으나 업체 측은 적합 판정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을 해주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었다.

지난해 중소기업 세림현미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세림현미는 자사의 라온현미유에 대한 자가품질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벤조피렌이 기준 이상 검출돼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현행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시험검사기관은 자가품질검사 시 부적합 결과가 나오면 반드시 식약처에 보고해야 한다. 이 같은 절차에 따라 보고 받은 식약처는 검사기관 결과에 따라 리콜을 공표했다.

업체 측은 제조공정상 나올 수 없는 벤조피렌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다른 공인기관에 동일 제품(시료)으로 검사를 의뢰했고 결국, 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를 식약처에 전달하고 재검사를 요청했으나 자가품질검사는 재검사 제도가 없다며 결과를 수정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고 회사 측은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었다.

자가품질검사 시 부적합에 따른 재검사 제도가 없어 엄청난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림현미는 식약처를 상대로 행정소송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달 식약처가 ‘세균수 기준 규격 부적합’으로 회수조치 처분을 내린 ‘쟈뎅 까페리얼 헤이즐넛향’ 제품에 대해서도 식약처의 오류가 의심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파우치커피 형태인 이 제품은 밀폐 멸균제품이다. 이 제품에서 세균이 검출된다는 것은 제조과정의 불찰, 유통 과정에서의 변질, 식약처 실험 결과의 오류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데 아직까지 세균의 종류나 원인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원인 찾기 나선 대상

런천미트 검사 적절성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상도 독자적인 원인 찾기에 고군분투 중이다. 

대상은 지난달 23일 런천미트 세균 검출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면서 런천미트는 멸균 제품인 만큼 제조하는 과정에서 세균이 검출될 수 없다는 점을 강력하게 주장함과 동시에 대장균 검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

뿐만 아니라 공인된 다수의 제3기관에도 검사를 의뢰했다.

관련 업계는 세균 발육 실험은 통상 열흘 정도 소요된다는 점을 들어 대상의 검사 결과는 이르면 지난주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지만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다. 

회사 측은 곧 조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대상 관계자는 “당사도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으로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아직까지 검사가 진행 중인 중간단계라 뭐라고 답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식약처에서도 전반적인 상황을 염두에 두고 조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사로서는 식약처의 조사 결과를 차분하게 기다리고 지켜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출처=청정원 홈페이지.
출처=청정원 홈페이지.

▶뒷수습, 고스란히 ‘업체’ 몫

대상의 입장에서는 결과가 어떻든 부담해야 할 크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던 한라산소주나, 세림현미 사례를 통해서도 봤듯 식약처의 실수 및 오류를 감내해야 하는 것은 오로지 회사 몫이다. 

식약처의 발표로 이미지는 추락할 대로 추락했고, 소비자들 인식에서 대상은 이미 비위생적 제품을 판매한 업체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

식품업계에서는 그나마 억울한 누명을 벗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냄과 동시에 유무형적 손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이번 사태를 진단했다. 단순히 생각해 봐도 만만치 않은 규모가 예상된다.

대상은 사과문을 게재한 날인 지난달 24일부터 캔햄 전제품에 대한 회수 및 환불을 진행 중인데다 생산라인도 잠정 중단한 상태다. 

문제의 제품과 무관한 캔햄 수만 개를 환불해줘야 하는 상황이며 해당 제품은 폐기처분 해야한다. 또 생산이 중단된 천안공장에 투입된 직원들의 인건비도 부담이다.

생산 활동도 없는 상황에 비용만 투자되고 있어 회사 측의 손실이 큰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추측이다.

이 같은 비용은 식약처와 업체가 대장균 검출 원인 발표를 지연시킬 수록 커진다.

식품업계에서는 이러한 비용 문제 보다 더 큰 문제는 떨어진 소비자의 신뢰라고 말한다. 이번 일로 대상 청정원이 20년간 공들여 쌓은 이미지가 단숨에 무너졌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대부분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이후 과정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며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로 제조 공정상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은 소비자들로부터 주목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뢰 회복을 위한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주장이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단순 제품 매출 등의 비용으로만 판단하기 어려운 피해”라면서 “신뢰 회복을 위한 유무형적인 비용까지 감수하면 엄청나다”고 설명했다.

대상 관계자도 “소비자 신뢰 회복에 대한 부분에 있어 고민이 많다”며 “일단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뒤늦게 런천미트 대장균 검출 가능성은 외부 유입으로부터 있을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한 소비자 강 모씨는 “여러 기사들을 보니 식약처의 실수로 확인되는 분위기인데 만약 식약처의 실수라면 책임을 져야한다”며 “중소기업이면 한방에 망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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