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천미트, 대장균 네가 왜 거기서 나와④

[컨슈머치 = 김은주, 송수연, 전향미 기자] 벌레, 플라스틱, 유리조각, 세균 검출 등 한 해에도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식품 사고에 수많은 소비자들이 ‘먹거리 포비아(불안증)’를 호소한다.

최근 터진 런천미트 리콜 사태는 또 한 번 식탁 안전에 위협을 가하며 소비자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

더욱이 식품 안전을 책임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 과정 중 오염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 소비자 대다수, ‘런천미트’ 불신 팽배

대상 런천미트에서 나온 대장균의 유입 경로가 제조 공정상이 아닌 식품당국의 수거 및 검사 과정일 수 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만약 사실이라면 공장 가동을 멈추고 전량 환불을 진행 중인 대상이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반전되는 일이다.

먹거리 문제에 민감한 소비자 특성상 식품안전 사고 이슈는 기업 입장에서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잘못을 저질렀다면 당연히 감수해야 할 부분이지만, 문제는 잘잘못이 가려지기 전 낙인부터 찍히는 식품업계 잔혹한 생리에 있다.

일단 사건이 한 번 터지고 나면 오류 혹은 거짓으로 판명 나도 한 번 망가진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제조사 책임이 아닌 것으로 뒤늦게 밝혀진다 해도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무언가 나왔다’만 민감하게 기억할 뿐 ‘사실이 아니다’라는 업체 해명에는 무관심해지기 마련이기 때문. 결국 ‘사건’만이 존재하고 ‘오해’는 풀리지 않은 채로 소비자 인식 속에 자리 잡게 된다.

실제로 지난 23일 세균이 검출됐다는 발표와 함께 주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 순위에 ‘런천미트’가 하루 종일 도배됐던 것과 달리, 일주일 뒤 대상의 잘못이 아닐 수 있다는 반박 내용은 안타깝게도 소비자들의 주목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출처=청정원 홈페이지)
(출처=청정원 홈페이지)

지난 11일 모 지역 맘카페에 올라온 런천미트 환불 관련 질문에도 “추석 선물세트로 들어온 게 있는데 홈페이지 통해서 환불 받았다. 신청부터 환불까지 총 열흘 정도 거릴 것 같다”, “큰 회사라 믿고 먹는데 이런 일이 생기니 화가 난다. 식품 관련해서는 업체 측이 각별히 더 신경 좀 썼으면”, “대기업도 이러면 뭘 먹나” 등 여전히 부정적인 답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오히려 “오뚜기랑 동원 런천미트 제품이 집에 있는데, 그건 문제가 없는 것이냐”, “청정원 것은 아닌데 찝찝해서 먹기 싫다. 그냥 버릴까 한다” 등 다른 회사 제품까지 불신하는 소비자들도 보였다.

이에 대해 식품업체 한 관계자는 “업계 특성상 워낙 대체제가 많기 때문에 불매도 쉬운 편이라 이미지에 흠집이 생기면 완벽한 회복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며 “특히 제조사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다 해도 이미 이슈가 어느 정도 잠잠해져 소비자 관심에 멀어진 뒤 일 때가 많다. 결국 소비자는 오해를 풀지 못한 채 식품 안전에 대한 불신만 높아지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나마 제조사 책임이 아닐 수도 있다는 반박 내용을 접한 소비자 Danny(닉네임)씨는 “통조림에서 대장균 검출이란 뉴스로 소비자는 불안했고, 생산자는 이미지에 적지 않은 손해가 있었을 것이며, 판매업자나 유통업자는 판매나 환불 등 리콜에 엄청난 비용을 지불했을 것”이라며 “소비자가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설명이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 소비자단체 “업체 측 사후 대처 120점…문제는“

소비자단체들은 이번 런천미트 리콜 사태와 관련해 대체로 업체 측이 책임감 있는 대처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너무 과도해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을 정도.

소비자단체협의회 임은경 사무총장은 “세균 발견으로 리콜이 터진 후 즉각 생산을 중단하고 문제가 없는 제품까지 전량 회수 조치를 하는 등 업체 측은 신속하고 발 빠른 대응을 보여줬다”며 “그런데 이후 제조 공정상에서 문제가 생긴 게 아닐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업체 입장에서는 다소 답답하고 억울한 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윤영미 공동대표는 “대상의 사후처리는 할 만큼 했다고 말 할 수 있지만 너무 광범위한 회수가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소비자에게 손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멀쩡한 햄까지 폐기되면서 사회적 비용이 커지고, 환불 대상 범위가 넓어 소비자 불편도 가중되는 측면도 있다. 특히 기업 손실로 인해 장기적으로 가격인상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과연 정말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후속 조치였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업체 측 대처 이후 식약처 조사 과정에서 오염됐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뒤늦게 제기되면서 현재 소비자들은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식약처와 업체 측 각각 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아직 결과는 오리무중이다.

윤 대표는 “식약처와 업체 검사 결과가 하루 빨리 나오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긴 하지만, 비슷한 해외 사례를 봐도 조사하는 데 시간이 상당히 소요 된다”고 말했다.

식품사고는 인과 관계를 찾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2~3년 검사기관을 거쳐도 결국 원인불명으로 나올 때가 많다. 그러나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소비자들이 막연한 경계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게 윤 대표의 조언이다.

윤 대표는 “해썹 인증을 받은 제품, 혹은 대기업 가공식품은 대부분 제조 과정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그 이외 제품을 소비하는데 있어 불안해 할 필요는 전혀 없다”며 “그저 막연한 불안감을 갖는 것이 올바른 소비자 태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분명한 건 이번 대상 런천미트 사태 의혹에 불을 지핀 당사자가 식약처라는 것이다.

120도 이상의 고온가열을 통해 제조되는 통조림 공정상 대장균이 검출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원인을 밝혀내는데 소홀한 모습을 보여 전문 검사기관에서 잘못 짚어낸 것 아니냐는 의심을 스스로 자초한 격이다.

다만 일각에서 식약처가 전문가 검토를 거친 후 회수 및 판매 중지를 발표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소비자단체협의회 측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임은경 사무총장은 “원인이 무엇이든 검사 과정에서 대장균이 나왔으면 바로 공식화하는 것이 맞다. 다만 준비 없이 해당 검사 연구소가 대응을 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원인 물질이 대장균이라는 발표만 있었을 뿐 어떤 경로로 세균이 발생했는지를 밝히는 세부적인 조사 과정이 있어야 했는데 그런 과정이 없었던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업체 측은 전자동 시스템이 워낙 잘 구축돼 있어 대장균이 들어가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기관에서 검사 과정에서 시트지가 오염 돼 세균이 생길 확률도 거의 없다 본다. 그렇다면 유통과정에서 유입됐을 확률을 제일 높게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이처럼 현재 의견이 분분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에게 유의하고 잘 살펴보고 먹으라는 조언 밖에 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