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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소비자, 직접 라돈측정기 드는데…뒷북만 치는 정부
불안한 소비자, 직접 라돈측정기 드는데…뒷북만 치는 정부
  • 송수연/김은주/안진영 기자
  • 승인 2018.12.07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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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의 습격, 안전지대는 없나④

라돈은 방사능 물질이자 1급 발암물질이다.

호흡기를 통해 몸속에 축적돼 폐암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5월 대진침대 라돈 사태가 처음 발생한 후 소비자들의 불안은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라돈은 침대뿐만 아니라 생리대, 온수매트 등 일상 깊숙이 침투하면서 연일 소비자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업체들의 책임감 없는 행태와 정부의 미흡한 대처는 피해 소비자들의 가슴을 두 번 멍들게 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언제쯤 지긋지긋한 라돈 공포에서 완벽히 벗어날 수 있을까?

[컨슈머치 = 송수연 김은주 안진영 기자] 지난 여름 대진침대 매트리스에서 라돈이 대량으로 검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로 라돈 공포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라돈 사태는 한 소비자로부터 시작됐다. 

한 주부가 우연히 보급형 라돈 측정기 ‘라돈아이’로 대진침대의 라돈 방출량을 측정했고, 높은 수치를 보인 침대를 신고하면서 사건은 시작됐다.

까사미아 토퍼, 가누다 베게와 코스트코가 판매한 메모리폼 베개에서 라돈이 나온다는 것도 소비자가 먼저 제보해 리콜이 이뤄졌다. 지난 11월 라돈 검출 의혹이 불거진 하이젠 온수매트도 소비자를 통해 확인됐다.

현재도 소비자 스스로 라돈 수치를 측정, 이를 지자체 등에 신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소비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소비자가 먼저 조사하고 정부는 뒤늦게 처리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제2의 라돈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할 정도다.

강정민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과 양승조 충남도지사, 윤일규 의원(민주당 천안병) 등은 지난 7월31일 천안 대진침대 본사에서 분리작업에 대한 안전성 확인을 위해 분리작업을 진행했다. (출처=원안위)
강정민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과 양승조 충남도지사, 윤일규 의원(민주당 천안병) 등은 지난 7월31일 천안 대진침대 본사에서 분리작업에 대한 안전성 확인을 위해 분리작업을 진행했다. (출처=원안위)

▶정부, 모나자이트 관리 부실 부각

라돈 사태가 발생한 근본적인 배경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가 방사선물질 '모나자이트(라돈 원료물질)' 수입과 그 현황에 대한 관리 부실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라돈은 실내, 실외 등 방출처를 기준으로 각 부처별로 흩어져 관리되나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이하 생방법)」에 따라 생활방사선의 안전관리에 대한 체계적 관리 책임은 원안위에 있다. 

원안위 보고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의 모나자이트 수입량은 40만~50만 톤에 이르며 방석, 베개, 소금, 입욕제 등 생활용품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방사선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이 제품들이 시중에 얼마나 유통됐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2012년 7월 생방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모나자이트 등 방사성 원료물질에 대한 관리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또 생방법 시행 후에도 천연 방사성물질을 수입, 취급하는 수입업체만 원안위에 취급 물질 및 수량을 등록할 뿐 이 원료물질을 가공해 제품으로 만드는 업체는 등록의무가 없어 모나자이트 등의 방사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가공제품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낼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수입업체가 수입한 물량으로만 단순 계산해봐도 그 양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원자력안전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모나자이트 수입업체 A사가 4년 4개월간 총 4만657㎏에 달하는 모나자이트를 66개 업체에 판매했다.

A사를 통해 모나자이트를 구입한 업체 중 대진침대 매트리스 제조사 보다 더 많은 양을 구매한 업체도 3곳에 달했다.

원안위는 모나자이트 구입 업체 중 일부가 생활용품에 이를 사용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특별한 제재나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의 국감 자료에 의하면, 모자나이트 사용을 신고한 업체 중에서는 '섬유원단 코팅' 등으로 사용목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안위는 구체적 검증 과정 없이 승인했다.

신 의원은 "라돈침대 사태 이후 종합대책이 마련되고 있지만 모자나이트 수입과 유통 승인과정에 대한 재정비와 현재 국내 모나자이트 보유 업체들에 대한 추가 유통 관리도 시급하다"고 전했다.

산업통산자원부나 특허청 등도 음이온 관련 제품에 대한 승인과 특허를 너무 쉽게 내줬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출처=원안위)
(출처=원안위)

▶라돈 사태 조사 과정에서도 신뢰 ‘흔들’

라돈 사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는 정부의 부족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지난 5월 3일 대진침대 라돈 검출 관련 보도가 있은 후 4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방사능 분석에 착수했고 같은 달 10일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중간발표 당시 원안위는 “(대진침대에서) 라돈이 검출됐지만 피폭량은 기준치 이하로 문제가 없다”고 밝혔으나 다시 5일 만에 연간 피폭선량이 1밀리시버트(mSv)를 초과하는 등 기준치 이상이 검출됐다며 조사 결과를 뒤집어 애꿎은 소비자들의 혼란만 가중시켰다. 1차 조사에서는 매트리스 구성품 중 스펀지 없이 속커버만 조사했다가 2차 조사에서 스펀지까지 검사 대상에 포함면서 달라진 결과다.

대진침대 관련 조사에서 원안위는 2010년 이전 생산 제품은 조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 방사선량을 측정하지 않았는데 2010년 이전 생산 제품에서도 높은 방사선량이 측정되고 있다는 언론보도에 관련 제품을 조사한 결과 2010년 이전 매트리스도 기준치 이상의 방사선량이 검출돼 또 한 번 논란이 됐다.

미수거량 집계에도 허점을 보였다. 8월 초 7,000여개라던 미수거량은 8월 말 9,000여개로 늘었고, 9월 중순에는 다시 2만 여개라고 정정했다.

대진침대 등의 라돈 검출 매트리스 수거도 추석연휴 전에 완료하겠다고 했으나 이 역시도 지키지 못했다.

특히 정부는 타사 매트리스의 모나자이트 사용 여부에 대해 조사하면서 지난 7월말 라돈이 검출된 까사미아를 제외했던 것으로 알려져 부실 조사에 대한 비판을 받았다.

이어 에넥스 침대에서도 라돈이 검출돼 신뢰가 바닥을 쳤다.

라돈이 검출된 에넥스 침대는 대진침대의 라돈 검출 매트리스를 납품하던 하청업체에서 만든 것으로 지난 5월 조사 당시 해당 하청업체에서 만든 다른 침대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출처=원안위.
강정민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8일 천안 대진침대 본사의 매트리스 분리 작업 현장을 점검하고, 상주하고 있는 원안위 직원 등 관계자에게 더욱 철저한 안전관리를 강조했다.(출처=원안위)

▶늑장대응 ‘불만’ 속출

사건 발생 이후에도 사태 수습을 원활하게 이루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11월 5일 하이젠 온수매트에서 라돈이 검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같은 날 원안위는 관련 제품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재까지도 결과는 감감무소식이다.

조사 결과 발표일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하이젠 온수매트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환불을 할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하이젠 온수매트를 보유하고 있는 한 누리꾼은 “조사 결과가 보름 가까이 나오지 않아 불안함만 커져가고 있다”면서 “혹시 모르니 커다란 봉지에 밀폐라도 해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한 시민단체인 환경운동연합이 해외구매 라텍스 제품 등 30여개 생활제품에 대해 정밀 검사를 요구한지 4개월이 지난 뒤에야 개별 통보하는 방식으로 겨우 결과를 내놓았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매트리스, 마스크, 기능성 속옷 등에서 라돈이 검출되며 시민 불안이 커지는데도 원안위를 비롯한 관련 부처의 늑장 대응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며 “관련 조사 발표가 늦어지면서 사용자들의 혼란과 피해만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욱 문제인 것은 라돈 검출 제품들에 대한 폐기물 처리 방침도 없다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매트리스 중 모나자이트로 오염된 부분을 일반폐기물과 함께 소각하고 남은 재를 매립 시설에 묻는 방안이 유력하나 아직까지 뚜렷한 처리 방침은 나오지 않았다.

앞서 지난 10월 26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오염부분 폐기 등은 협의 중”이라며 “곧 알려드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라돈 관리할 콘트롤타워의 부재

라돈을 관리하는 정부 부처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미 문제가 된 라돈침대나 방사선물질 등을 포함한 제품은 원안위, 실내 공기 질과 먹는 물은 환경부, 건축물 마감 재료 부분은 국토교통부, 학교 라돈 문제는 교육부, 의료기기와 의약외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 담당이다.

라돈 방출처를 기준으로 나눠 여러 부처가 관리하다 보니 라돈 관리 기준도 제각각이다.

학교와 같은 다중이용시설의 환경부 라돈 관리 기준은 148베크렐(Bq/㎥)인데, 교육부는 600베크렐(Bq/㎥)이 넘어야만 시간대별로 정밀 점검하는 2차 측정과 시설개선 같은 저감 조치 등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렇게 이원화된 관리 체계에서 부처별로 연계하는 경우도 찾아보기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들은 “부처 간 책임 나누기보다 국가 차원에서 조사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부처별로 흩어졌던 라돈 관리를 일원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 분야별 소관부처가 각각 라돈을 관리하면서 통합적 관리대책이 제시되지 않기 때문에 일원화된 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도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과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국민 건강과 직결된 생활방사선을 담당하는 부처가 원자력안전위원회와 보건복지부, 식약처 등 업무 내용별로 분산돼 있어 컨트롤타워 구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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