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의 습격 안전지대는 없나⑪

[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지난해 5월 대진침대가 판매한 제품들에서 ‘라돈’이 발견됐다.

이름조차 생소한 이 물질은 폐암을 유발할 수 있으며, 살아가면서 어쩌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침대에서 나왔다.

소비자는 직접 라돈 측정기를 마련했고, 주변 모든 것을 측정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침대뿐만 아니라 베개, 베개 커버, 매트 등에서 라돈이 검출됐고 심지어는 여성필수품인 생리대에서도 라돈이 검출됐다고 밝혀졌다.

소비자들은 방사선 물질이 들어가 있는 제품을 만든 업체와,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 정부에 분노했다.

정부는 뒤늦게 부랴부랴 사태를 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너무 급했던 탓일까.

지난해 5월 10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라돈 사태의 시발점인 대진침대의 피폭선량이 기준치를 밑돈다고 발표했다가 닷새가 지난 15일, 대진침대 모델 7종에서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이 확인됐다고 수정 발표했다.

국내 원자력 분야 최고 기관이 고작 라돈 검출에 대한 입장을 번복하자 소비자들은 정부에 불신을 키웠다.

대책을 마련한답시고 차일피일 시간만 보내는 정부를 보고 있자니, 두 손에 꼭 쥔 라돈측정기를 놓을 수 없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없는 이 물질이 암을 유발한다는데 정부만 기다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라돈 사태’가 발생한지 반년이 넘게 지난 현재, 정부는 여전히 라돈 검출 제품을 파악해 안전기준을 초과했을 때 회수를 진행하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11월 침대나 장신구 등에 천연방사성 원료물질(이하 원료물질)을 사용할 수 없게 하고, 천연방사성 원료물질 수입·판매와 제조·유통 업체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대책을 내놨다.

건축자재나 건축물 등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지적에, 지난달 4일에는 환경부 주도로 건축자재 자체에 대한 라돈을 포함한 방사성 물질의 안전기준을 정하기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하겠다고 대책을 내놨다.

해외에서는 이미 라돈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각 분야에서 이를 관리해 왔는데, 우리나라는 아무런 기준도 없이 무분별하게 국민들을 방사성 물질에 노출시켜왔다.

일련의 사태를 보면 항상 비난과 지적이 이어진 후에 대책이 나온다. 느긋해 보이기까지 한다.

한 취재원의 말에 따르면 건축자재에 대한 라돈 관리는 전문가들이 20년 전부터 알려왔다는 것이다. 개탄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정부는 일이 터지고 나서야 대책을 내놓는 정부의 고질병을 고치고, 여론의 '땜질 처방'에 대한 우려도 불식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직도 꽉 차 있는 지자체의 라돈측정기 대여 명단이다.

최근 들어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물질들이 소비자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라돈도 그 연장선에 있음이 분명하기에 소비자들은 매일 두려움에 떨고 있다.

정부는 대책의 성실한 이행으로 소비자들의 건강을 지키고, 신뢰를 회복하는데 힘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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