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의 습격 안전지대는 없나⑦

라돈은 방사능 물질이자 1급 발암물질이다.

호흡기를 통해 몸속에 축적돼 폐암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5월 대진침대 라돈 사태가 처음 발생한 후 소비자들의 불안은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라돈은 침대뿐만 아니라 생리대, 온수매트 등 일상 깊숙이 침투하면서 연일 소비자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업체들의 책임감 없는 행태와 정부의 미흡한 대처는 피해 소비자들의 가슴을 두 번 멍들게 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언제쯤 지긋지긋한 라돈 공포에서 완벽히 벗어날 수 있을까?

[컨슈머치 = 송수연 박지현 전향미 기자] 침대, 라텍스, 생리대, 미용 마스크, 그리고 내가 사는 집까지 침투한 라돈.

시간이 흐를수록 라돈의 문제 심각해져 간다.

그동안 몰랐던 라돈이라는 물질은 예상보다 더 많은 곳에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라돈 검출이 의심되는 제품과 환경에서 직접 라돈 수치를 측정하며 스스로의 안전을 챙기고, 이를 정부나 환경, 시민단체에 제보해 공론화하는 역할도 한다.

이러니 정부가 소비자들 보다 늦는다는 말도 나온다.

■ 정부, 피해자 대책에는 무관심?  

사진=송수연 기자.
사진=송수연 기자.

“방사선 라돈 노출 피해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지난달 27일 방사선라돈 사태에 대한 릴레이 캠페인 및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피해 소비자들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성진 환경보건시민센터 사무국장은 “어제는 모나자이트 사용 제품의 제조사와 브랜드명 공개를 요구하는 등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면서 “이어 오늘은 방사선 라돈 물질을 사용하는 피해자들에 대해 정부가 실제로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아 이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반년 전 라돈 침대 사태가 터졌지만, 라돈 피해자들에 대한 역학조사 및 진료 계획 등 피해자에 대한 대책은 아직까지 요원한 상황이다.

언론을 통해 모나자이트(라돈을 방출하는 원료 물질) 등이 사용됐을 우려가 큰 음이온 발생 물품만 18만종에 달하는 것이 알려지며 사용자들의 피해 우려는 커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부는 제품 조사에만 몰두할 뿐, 피해자 대책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모습이다.

이성진 사무국장은 “11월 22일 원안위가 내놓은 대책에도 라돈 검출 의혹 제품에 대한 조사 등에 대한 언급만 있을 뿐”이라고 강조하며 “라돈 사태 이후 반년 넘게 피해자들이 얼마나 답답했겠느냐”고 성토했다.

앞서 환경보건시민단체는 지난 6월에도 라돈 침대 사태가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번지지 않도록 사용자들에 대한 철저한 건강 영향 추적조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고 대한의사협회도 성명서를 내고 “라돈 침대 등을 사용한 피해 소비자들에 대한 역학조사와 진료 계획 등의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피해자 대책 마련에 대한 요구는 꽤나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이다.

■ 라돈침대 피해자 증언 "사용 후 2번의 암“

피해자들은 하루라도 빨리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피해 및 구제 대책이 마련되길 희망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만난 피해자 호병숙 씨는 “철저한 피해조사와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송수연 기자.
사진=송수연 기자.

호병숙 씨는 대진침대를 장기 사용한 피해자다.

호 씨는 “양가 부모님이 암으로 돌아가신 이력이 없다. 대진침대를 11년간 썼는데 그 탓인지 암이 2번이나 걸렸다. 그런데 항암 치료를 하면서 ‘아 이러면 죽는 거구나, 이렇게 해서 죽는 거구나’를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어 “올 1월 유방암 판정을, 2년 전 자궁암 판정을 받았는데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비단 호 씨만이 건강상의 이상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라돈 침대를 신혼 때부터 사용했다는 40대 후반의 한 남성은 “흡연도 술도 하지 않고, 암에 대한 가족력도 없는데 몇 년 전 폐암 판정을 받아 의아해 했었다”면서 “지금 와 생각해보니 침대에서 검출된 라돈 때문인 것 같다”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배 모씨는 “2013년 11월에 혼수로 침대를 샀는데 매트리스는 그쪽에서 제공한 걸 사용했다”며 “대학병원 간호사로 일할 때도 방사능에 노이로제가 있어서 아기를 생각해 일을 관뒀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고 속상해 했다.

지난 10월 2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원자력안전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라돈 침대 사태 피해자로 참석한 조은주 씨와 그의 남편은 "지난 2016년 11월 폐암 3기 말기로 진단받았다"며 "라돈침대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송수연 기자.
사진=송수연 기자.
사진=송수연 기자.

실제로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대진침대 사용자 중 40%가 각종 질병을 호소하고 있다.

올해 5월 28일부터 7월 12일까지 대진침대를 사용한 피해자(433명/197가구)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한 결과 다수가 잦은 기침과 두통, 기관지 악화 등의 건강 이상을 느꼈다.

이중 난소·자궁암, 폐암, 대장암, 위암, 갑상선암, 유방암 등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은 무려 18명에 달했다.

이에 환경보건시민센터는 대진침대 등 라돈 방출 제품 사용자를 방사능 피해자로 등록하고 건강검진과 역학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해당 센터는 정부에 ▲방사선 라돈 피해자 전화상담센터 개설 ▲피해현황 파악 및 방사선 라돈 유관 질병 치료자 대상 건강역학 조사 ▲피해 인정 시 보상책 마련 ▲방사선 라돈 피해자에 대한 장기적 건강모니터링 방안 ▲방사선 라돈 노출 어린이 특별 건강모니터링 센터 설립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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