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의 습격 안전지대는 없나⑥

라돈은 방사능 물질이자 1급 발암물질이다.

호흡기를 통해 몸속에 축적돼 폐암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5월 대진침대 라돈 사태가 처음 발생한 후 소비자들의 불안은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라돈은 침대뿐만 아니라 생리대, 온수매트 등 일상 깊숙이 침투하면서 연일 소비자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업체들의 책임감 없는 행태와 정부의 미흡한 대처는 피해 소비자들의 가슴을 두 번 멍들게 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언제쯤 지긋지긋한 라돈 공포에서 완벽히 벗어날 수 있을까?

[컨슈머치 = 김은주 김현우 박지현 기자] 소비자들이 라돈 측정기를 직접 구하고 있다.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는 누구의 말도 믿을 수 없고, 스스로 나서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 반영된 결과다.

소비자들이 직접 라돈을 확인하려고 나선 가운데, 구매 혹은 대여한 측정기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 “너도 나도” 라돈 측정기 구매‧대여 바람

라돈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측정기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직접 구매하거나 기관을 통해 대여하는 식이다.

블로그에 ‘측정기 사용법’, ‘후기’ 혹은 ‘체험기’를 남기고, 측정된 수치를 공유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대진침대 라돈 검출 보도 이후 하루동안 라돈 측정기 대여 및 판매량은 전년과 비교해 40배 폭등했다.

제품마다 천차만별이지만 대략 20만 원정도로 선뜻 구매하기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보니 최근에는 구매 보다는 대여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특히 국민들 불안감 해소에 전국 각 기초단체가 앞장서 라돈 측정기 대여 바람이 확산되고 있다.

라돈측정기를 대여하려는 주민들이 구청 푸른환경과 직원(남)에게 측정기 사용방법에 대해 안내를 받고 있다. (출처=서초구)
라돈측정기를 대여하려는 주민들이 구청 푸른환경과 직원(남)에게 측정기 사용방법에 대해 안내를 받고 있다. (출처=서초구)

라돈 측정기 무료 대여는 지난 7월 서초구에서 처음으로 시작됐다.

초기 측정기 20대를 구입한 서초구는 이를 간 무료로 빌려주고 측정결과 기준치 이상이 나올 경우 통보하도록 했다. 지난 7월 2일부터 대여 시범서비스를 한 결과에 따르면 대략 열흘 간 50명의 주민이 이용했고 대기자가 120명에 이르렀다.

이후 서초구는 추가로 라돈 측정기 30대를 구입, 18개 모든 동주민센터에 비치했다. 다만 선거관리위원회가 라돈 측정기를 무료로 대여해 주는 것이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9월부터는 1,000원의 대여비를 받고 있다.

서초구를 포함해 서울의 21개 구에서 현재 라돈 측정기를 대여해주고 있다. 자치구별로 다르지만 대체로 10~30개의 라돈 측정기를 구비하고 약 2일 간 무료로 대여해 주거나 1,000원 가량 소액 대여비를 받는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로 확대된 대여 서비스는 시작되자마자 신청이 폭주해 대기자가 평균 300~400명에서 많게는 1,000명에 이른다. 지금 당장 라돈 신청해도 내년에나 측정기를 빌릴 수 있는 형편이다.

일부 지자체 중에는 “다른 곳은 대여해주는데 왜 우리만 라돈 측정기가 없느냐”는 주민들의 항의가 들어와 서둘러 구입한 곳도 있으며, 대여자 대비 모자른 물량에 추가 구매를 계획한 곳도 적지 않다.

일찌감치 동네 구청을 통해 라돈 측정기 대여서비스를 이용해 봤다는 이정미 씨(여 29세)는 “방사능 걱정은 되지만 가격이 부담스러워 마음이 불편했는데 대여 서비스를 만족스럽게 이용했다”며 “다행히 집 안 농도가 기준치 이하로 나와서 한 숨 돌렸다. 뒤늦게 신청한 지인들 중에는 대기 번호가 밀려 내년에나 빌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무료 대여 서비스가 더 확대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측정기 품귀 현상과 관련해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박순장 팀장은 "침대, 생리대, 집까지 침묵의 살인자라는 라돈 공포가 국민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으나 정부의 대책이 못 미더워 국민들이 직접 측정기를 구입해 테스트를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 간이 라돈 측정기,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측정기의 정확도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부분의 대여 측정기가 정밀한 수준의 측정은 불가능하고, 자칫 측정 방법이 잘못되면 정확한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오히려 혼란만 부추기는 꼴이 될 수 있어 측정 결과를 맹신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앞서 라돈 검출로 논란이 된 생리대 업체 ‘오늘습관’은 언론에 보도 된 라돈수치는 ‘국가인증’이 아니라 단순히 저가의 라돈 측정기인 `라돈아이`로 측정한 것으로 정확한 결과 아니라고 반박한 바 있다.

국산제품인 라돈아이는 20~30만 원대로 해외 제품보다 3분의 1수준으로 저렴해 지자체 대부분 구입하는 제품이다. 검사환경과 잔여물 등 다양한 변수로 인해 라돈아이 업체 측에서도 정확한 수치는 국가기관에 의뢰하라고 나와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박 팀장은 "측정 관리, 측정기준이 통일돼 있지 않는 등 전수조사 방식이 없는 상태다. 그러다 보니 측정공간, 측정장소에 따라 결과도 천차만별"이라며 "측정에 관한 정확한 방식이 없는 상태에서 소비자들이 구입해 측정할 때와 지자체에서 측정할 때, 원안위에서 측정할 각각 측정치가 다른 결과가 나와 소비자들은 더욱 심각한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라돈아이 홈페이지)
(출처=라돈아이 홈페이지)

다만 대체로 저렴한 가격에 간이 라돈 측정기로도 가정 실내 공기 질을 판단하는 데 크게 무리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환경운동연합 안재현 부장은 “일부 오류가 있거나 정확도의 차이는 있기 때문에 정밀한 측정값을 구할 수는 없겠지만 측정기 자체가 거짓말을 하지는 않는다”며 “터무니없이 높은 수치가 나오거나 기준치 이상인지 이하인지 판단하기 애매한 값이 나온 게 아니라면 간이 라돈 측정기로도 충분히 국민들 스스로 판별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이재기 교수 역시 "라돈아이는 토론과 라돈을 구분할 만큼 섬세하지 못한 측정기이긴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전혀 신뢰할 수 없다고 볼 순 없다. 라돈 수치에 대해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정도"라며 "과학적 정확성은 떨어지지만 스크리닝 목적으로는 분명한 역할을 한다. 라돈이 전혀 안 나오는데 측정기에서 수치가 잡히진 않을 것이다. 소비자들이 집 안에서 라돈이 많이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 식별하는 용도로 사용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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