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의 습격 안전지대는 없나⑧

출처=환경운동연합.

[컨슈머치 = 송수연 박지현 안진영 기자] 벌써 반년을 맞이한 라돈 사태.

라돈이 검출된다는 제품이 속출하고 있다. 라돈과 얽힌 업체만 해도 십여 곳 이상이다.

업체들은 라돈 사태로 소비자들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지만, 이들이라고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각자 다른 사정을 가지고 있지만, 이번 사태에 ‘억울함’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못하는, 이들의 속사정을 들어봤다.

■우리가 의뢰했을 때는 분명히…

지난해 5월 초 대진침대에서 라돈이 검출된 이후부터 생활 속 방사선 물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각종 환경 및 시민단체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직접 라돈 측정에 나서고 있고, 측정 결과 라돈이 기준치 이상 나온 제품은 정부에 제보하거나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라돈 과다 검출 의혹을 받았던 업체 일부는 황당할 만한 일들을 겪었다.

분명 회사가 직접 국가인정기관을 통해 방사능 등 안전관련 분석을 의뢰한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던 제품이 또 다른 기관이나 개인, 시민단체의 측정 결과에서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출처=오늘습관 생리대 공식 SNS.
출처=오늘습관 생리대 공식 SNS.

대표적으로 오늘습관 생리대 측이 이러한 문제를 겪었다.

지난해 10월 JTBC는 오늘습관 생리대에서 법정기준치 10배 이상의 라돈이 검출됐다고 보도했고 라돈 검출 원인으로 ‘모자나이트’를 꼽았다.

보도 직후 오늘습관 생리대는 곧장 국가인정기관인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서 받은 방사능 검출 시험 결과서를 공개, 안전기준 수치보다 훨씬 안전한 제품이라고 해명한다.

회사 관계자는 “JTBC가 보도한 라돈수치는 국가인증기관이 아닌 저가 라돈 측정기 ‘라돈아이’로 측정한 것”이라며 “라돈아이 업체 측도 정확한 수치는 국가기관 의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다행히 지난해 11월 원안위 분석 결과에서도 오늘습관 생리대에서의 방사선량은 안전기준을 초과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지이토마린은 자사의 미용 마스크 '채르메'를 전문기관에 의뢰해 라돈 수치를 측정한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나 원안위와의 조사 결과에서는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 측에서는 충분히 당황할 만한 상황이었다. 채르메는 현재 리콜에 들어간 상태다.

라돈 검출 의혹을 받고 있는 A 온수매트 측도 “당사가 시험 성적을 의뢰했을 때 라돈 검출량은 기준치 이하였다”며 논란이 되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억울해도 억울하다 말 못해

이렇듯 라돈과 얽힌 업체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이번 라돈 사태는 가습기살균제 사태와 궤를 같이 할 만큼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억울함이 있어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까사미아의 경우도 그렇다.

지난해 7월 까사미아 침구류 일부에러 라돈이 검출돼 해당 제품 회수에 나섰다. 까사미아는 지난해 1월 신세계백화점이 1,800억 원을 들여 인수한 상황이었다.

문제의 라돈 검출 제품은 2011년도 판매 제품으로 인수하기 7년 전 제품이었다. 인수자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문제로 다소 억울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까사미아 관계자는 “인수 이전에 일어난 일이지만 책임감 있는 태도로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라돈 검출 의혹을 받고 있는 A 온수매트 업체는 <오늘밤 김제동>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억울함을 토로했다.

수년 전부터 안전성 등을 인정 받아 판매해왔던 제품들이 돌연, 침묵의 살인마가 됐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A 온수매트 관계자는 “당시 음이온이 건강에 좋다고 해 음이온 기능을 추가했다”면서 “중국에서 (음이온 기능) 원단을 수입할 때 음이온 기능을 추가하면 검증을 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 없었음에도 관계부처는 업체들한테 ‘제품 회수하라’는 행정조치가 내려오고 억울한 쪽은 우리다”고 토로했다.

■기준·법도 제대로 없었는데, 책임은 모두 업체 몫?

사실상 2012년 7월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생활방사선법, 이하 생방법)」 제정되기 전에는 모나자이트(라돈 원료물질) 등 방사선 원료물질에 대한 관리가 전무했고 생방법 시행 이후에도 해당 원료물질을 가공해 만드는 업체의 경우는 등록의무가 없었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더욱 이번 라돈사태의 책임을 온전히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것에 있어 불편함이 가시지 않는다.

출처=대진침대 홈페이지.
출처=대진침대 홈페이지.

대진침대의 경우도 정부가 요구하는 인증절차는 모두 통과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대 회수 등 라돈 사태를 수습하는 비용 부담으로 회사가 파산 상태에 이르렀다. 라돈 검출 의혹을 받고 있는 하이젠 온수매트 등의 업체는 고객을 정상적으로 응대할 수 없는 상황이며 제품 회수 및 교환, 환불 등으로 인한 회사의 손실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증 절차도 통과한 제품인데다 관련법 미비로 일어난 문제를 오롯이 업체가 그 피해를 감내해야 하는 건지는 정부가 돌아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한다.

관련 제도 및 법이 미비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온전히 기업 책임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건강기능 제품을 만드는 한 회사는 <컨슈머치>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전에 라돈이라는 것은 듣지도 못했었는데 사회적 이슈가 되고 나니 정부가 최근에는 관련한 규제까지 만들려고 한다”면서 “이미 정부로부터 허가 받아 생산하고 판매까지 된 상황에 갑자기 이런 문제가 불거졌다고 전적으로 기업 책임으로 돌리는 부분은 유감이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이미 잘 알려져 있듯 업체들이 이번 문제로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면서 “지금까지 정부의 인증과 특허를 받아 잘 판매해오던 제품들이 갑자기 문제의 제품이 됐고, 생산과 판매, 소비자들의 문제까지 모두 기업의 탓이 됐는데, 정부가 인증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과연 책임이 없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억울할 수 있다). 이제 와서 법도 없었는데 갑자기 다 책임지라고 하면 부담스럽고, 그렇게 된 상황도 문제라고 볼 수 있다”며 “그렇다고 지금까지 생산된 제품은 그냥 쓰라고 할 수 없으니 관련 법 개정 전까지 모나자이트 등이 쓰인 제품에 대해서는 기업 스스로 공개하고 사용을 중단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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