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의 습격 안전지대는 없나⑨

라돈은 방사능 물질이자 1급 발암물질이다.

호흡기를 통해 몸속에 축적돼 폐암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5월 대진침대 라돈 사태가 처음 발생한 후 소비자들의 불안은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라돈은 침대뿐만 아니라 생리대, 온수매트 등 일상 깊숙이 침투하면서 연일 소비자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업체들의 책임감 없는 행태와 정부의 미흡한 대처는 피해 소비자들의 가슴을 두 번 멍들게 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언제쯤 지긋지긋한 라돈 공포에서 완벽히 벗어날 수 있을까?

[컨슈머치 = 김은주 송수연 김현우 기자] 소비자를 공포에 떨게 만든 라돈 사태를 일각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같은 사회적 참사라고 지적한다.

여전히 제대로 된 기준과 규제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혹시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심각한 수준의 라돈에 노출돼 있을지 모른다.

‘끝나도 끝나지 않는 문제’인 라돈 사태와 관련해 <컨슈머치>가 환경운동연합 생활방사능TF 안재훈 팀장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환경운동연합 생활방사능TF 안재훈 팀장(출처=컨슈머치)
환경운동연합 생활방사능TF 안재훈 팀장(출처=컨슈머치)

이하 일문일답.

Q. 라돈 사태가 벌써 해를 넘겼다. 시민단체로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무엇인가.

대응 속도가 너무 늦다.

이해당사자가 많았지만 결코 복잡한 문제는 아니었다. 인과 관계가 명확했음에도 정부의 대비책이 마련되지 않아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었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 국토교통부,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기관들이 각자 담당해야 할 역할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했던 원안위가 가장 부족했다.

원안위 생활방사선 관리 담당자가 1명이었다가 최근에 충원한 것으로 안다. 이번 사태를 통해 그동안의 미흡한 관리 실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Q. 라돈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처를 점수로 매긴다면

50점 주고 싶다.

관련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는 여전하다. 일이 벌어지고 나서 움직이면 늦는다. 역할 분담이 시급히 이뤄져야 하고, 역량을 모아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일례로 대진침대 매트리스 수거가 지체될 때 대통령이 우체국 통해서 수거하라고 주문하니 한 번에 해결됐다. 그동안 각 부처는 왜 이 같은 고민을 하지 못했을까.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고 빠른 문제 해결을 위해 한 발만 더 빨리 나서주길 바란다.

Q. 국내에서는 라돈의 위험성이 간과돼 왔다

일부 해외 국가에서는 라돈 지도가 별도로 있어 건물을 지을 때 참고한다. 미국은 부동산 거래 시 라돈 수치를 표기하도록 권고할 정도다.

다만 우리나라는 라돈에 영향을 덜 받는 생활 양식이 한 몫 했다. 우리의 옛 주택이나 한옥은 워낙 기밀성이 떨어져서 저절로 환기가 되는 구조였다.

자연스럽게 라돈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 라돈 사태를 보더라도, 실내 공기 속 라돈 문제가 아니라 희토류 광물질 ‘모나자이트’에 의한 라돈이 문제가 됐다.

검증도 되지 않은 ‘음이온 효과’ 때문에 업체들이 무분별하게 모나자이트를 사용했고, 소비자들은 인체와 밀접한 제품으로부터 기준치를 과도하게 초과하는 라돈에 노출된 것이다.

해외의 유사 사례를 찾아봤지만 ‘음이온 효과’는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몇몇 나라에서만 유독 인기있을 뿐 미국이나 유럽 지역에서는 ‘음이온’ 제품이 없을뿐더러 잘 사용하지도 않는다.

환경운동연합 생활방사능TF 안재훈 팀장(출처=컨슈머치)
환경운동연합 생활방사능TF 안재훈 팀장(출처=컨슈머치)

Q. 무색·무취한 특성 탓에 '침묵의 살인자'라고도 불리는 라돈. 예방은 어떻게

라돈은 환기만으로 큰 예방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가볍게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일정 기준치를 마련해 위험을 경고하고 있지만 라돈은 위험성에 대해 완전히 알려지지 않은 만큼 소량이라도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특히 생리대와 같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물질을 첨가해 피폭을 당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환기 등 개인이 할 수 있는 예방은 충실히 이행하되 궁극적으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야 한다.

Q. 정부 차원의 해결책이란

환경부가 라돈 수치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충분한 데이터가 없는 상황이다.

가장 우선적으로 세부적인 조사부터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학교, 지하철, 다중이용시설 등 장소별로 시간이나 환경에 따라 라돈 농도 수치 변화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실내 공기를 순환시킬 수 있는 배기 장치의 보급이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또 설계 단계부터 땅에서 올라오는 공기가 실내가 아닌 외부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거나, 라돈 저감 설비를 통해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Q. 원안위가 지난해 11월 22일자로 '생활방사선 제품안전 강화대책'을 발표 했는데.

대책을 통해 생활 속 방사선 피해를 주던 제품들을 사전에 차단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도 논란거리는 남았다.

예를들어 라돈이 검출된 해외구매 제품의 안전성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원안위가 개인 방문 측정 서비스를 실시해 검사와 폐기를 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런 방식으로 수많은 제품을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것인지 우려스럽다.

Q. 앞으로 제3, 제4의 유사 문제가 또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없는데.

우리는 살균, 항균이라는 이름 하에 수십만 가지의 화학 물질이 담겨 있는 제품을 쓰고 있다. 명확한 검증도 없이 너무 쉽게 사용되고 있다.

시중에서 ‘몸에 더 좋은’, ‘더 깨끗한’ 제품을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할 때인 것 같다.

또 큰 위기가 찾아왔을 때 과연 정부가 대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다.

많은 사고들이 있었지만 그 때마다 정부의 시스템은 소비자가 바라는 수준보다 미흡한 경우가 많았다.

시간을 무한정 주고 해결하라고 하면 누가 못하겠는가. 소비자는 정부가 상식적인 수준에서 한시라도 빨리 급한 불을 꺼주길 바란다.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신속한 위기 대처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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