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의 습격 안전지대는 없나①

라돈은 방사능 물질이자 1급 발암물질이다.

호흡기를 통해 몸속에 축적돼 폐암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5월 대진침대 라돈 사태가 처음 발생한 후 소비자들의 불안은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라돈은 침대뿐만 아니라 생리대, 온수매트 등 일상 깊숙이 침투하면서 연일 소비자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업체들의 책임감 없는 행태와 정부의 미흡한 대처는 피해 소비자들의 가슴을 두 번 멍들게 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언제쯤 지긋지긋한 라돈 공포에서 완벽히 벗어날 수 있을까?

[컨슈머치 = 김현우 안진영 전향미 기자]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불릴 만큼 라돈(Radon)에 대한 공포가 대한민국을 휩쓸었다. 

대진침대 논란이 있기 전까지는 이름조차 생소했던 라돈은 대체 얼마나 위험한 물질이길래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흔들고 있는 것 일까? 또한 그 동안 위험성 조차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우리 삶 속에 얼마나 침투해 왔던 것일까. 

■ 라돈이 뭐길래

라돈(Radon)은 강한 방사선을 내는 원소로 무색, 무미, 무취의 물질이다. 자연에서는 토양 내 우라늄과 토륨의 자연 붕괴에 의해 발생하므로 지면에 가까운 대기(大氣)나 물속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돈은 방사선 치료에 이용되기도 하지만 고농도로 흡입하게 될 경우 라돈의 방사능으로 인해 폐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일상에서도 방사선에 노출된다. 1년 중 받는 방사선의 양을 100%로 봤을 때 약 86%는 자연방사선에 의한 것이고, 나머지 14%는 의료 행위로 노출된다.

자연방사선 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노출되는 것은 라돈(43%)이다. 이어 지각 감마선(18%), 우주방사선(14%) 음식‧음료수 섭취(11%) 순으로 방사선에 노출된다.

의료 행위로 인한 방사선 노출 비율 중 라돈에서 나오는 감마선을 이용한 치료도 있으니,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라돈에 의해 받는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출처=환경부
출처=환경부 '라돈으로부터 안전한 실내환경 조성 가이드북'

■ 폐암 유발 1급 발암물질 ‘라돈’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자연방사선 물질이라고 해도 방심은 금물이다. 모든 방사선 물질이 그렇듯 라돈 역시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호흡을 통해 흡입된 라돈과 라돈자손(라돈 원소가 붕괴하면서 생성하는 방사선 물질)이 붕괴를 일으키며 알파선(방사선의 한 종류)을 방출하는데, 이 알파선은 폐조직을 파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 산하기관인 국제암연구소는 전 세계 폐암 발생의 3~14%가 라돈에 의해 발생한다고 보고 있으며, 라돈과 라돈자손을 흡연에 이은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라돈에 노출된 경우 폐암이 발생할 확률은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암 발생 주요 원인인 흡연과 라돈이 폐암발생에 상승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비흡연자들 역시 라돈이 직접적인 영향을 끼쳐 폐암이 발생하는 경우도 무시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지난달 17일 대한폐암학회는 광화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라돈과 비흡연 여성의 폐암 발생과 관련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명준표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흡연과는 별개로 라돈은 비흡연 여성 폐암 발생 위험 요인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명 교수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간 빅 데이터를 활용해 2003~2004년 일반 건강검진을 수행한 비흡연 여성을 600만 명을 12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라돈 노출로 인해 발생한 여성 폐암 환자는 약 4만5,000명으로 나타났다.

이들 환자의 지역적인 분포를 전국 실내라돈지도(2015~2016)와 연계해 빅데이터 분석을 수행한 결과, 노출되는 라돈 농도가 WHO 일반인 노출 기준인 100배크렐(Bq/㎥)을 넘을수록 폐암 발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명 교수의 조사결과를 통해 라돈이 폐암 발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출처=생활환경정보센터)
출처=생활환경정보센터

■ 실내 라돈 농도, '환기'가 정답

소비자들이 라돈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엔 무엇이 있을까.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환기를 자주하면 된다.

(출처=환경부)
출처=환경부 2016 생활 속 자연방사선 물질, 라돈의 이해

앞서 말했듯 라돈은 토양에서 생성된다. 토양에서 생성된 라돈은 건물 바닥이나 벽의 갈라진 틈을 통해 실내로 들어오게 되는데, 이때 환기를 시켜주지 않으면 공기 중 라돈 농도가 높아진다. 환기는 라돈 막아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것이다.

바닥이나 벽의 틈새를 막는 방법도 비교적 간단히 할 수 있는 라돈 피해 예방법이다. 보강재를 사용해 틈새를 막아주는 것만으로도 라돈 농도 저감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토양에 직접 라돈 배출관을 설치해 실내를 거치지 않고 바로 건물 외부로 배출시키거나, 외부공기 유입장치를 설치해 실내 기압을 건물 하부보다 높여 라돈이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만약 이사를 고민하고 있다면 단독주택이나 오래된 빌라보다는 아파트로 가는 것이 라돈을 예방하는 데에는 더 효과적이다.

라돈은 주로 ▲토양과 인접한 단독주택 ▲바닥 및 벽에 균열이 많은 오래된 건축물 ▲밀폐도가 높고 환기시설이 부족한 실내에서 더 높게 검출되는데아파트나 빌딩 같은 건물은 대부분 고층이고, 환기시설이 잘 갖춰져 라돈 농도가 상대적으로 옅기 때문이다. 

라돈은 오래된 주택, 저층구에 쌓이기 쉬운 구조로 바깥 공기와 순환이 안 되면 농도가 높아지면서 피해가 크게 발생하게 된다. 실외 보다는 실내에서 문제가 되기 때문에 환기만 잘 돼도 많이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라돈은 눈에 안 보이는 물질이고. 여전히 위험성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들 개개인에게 해결을 맡기기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환경운동연합 생활방사능TF 안재훈 팀장은 "라돈은 오래된 주택, 저층구에 쌓이기 쉬운 구조로 바깥 공기와 순환이 안 되면 농도가 높아지면서 피해가 크게 발생하게 된다"며 "실외 보다는 실내에서 문제가 되기 때문에 환기만 잘 돼도 많이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기도 중요하지만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먼저 측정을 해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기 한양대학교 원자력공학과 명예교수는 "무작정 걱정을 하는 것 보다는 의심스러운 부분을 먼저 측정해보고, 결과 값이 기준치인 200베크렐(Bq, 방사성 물질이 가지고 있는 방사능의 세기)이 넘어가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최근 이슈로 지자체 등에서 측정 기계를 빌리거나, 측정을 요청했을 때 시일이 걸릴텐데, 약간 지연된다고 해서 당장 몸에 위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니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며 "제일 중요한 것은 측정을 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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