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의 습격 안전지대는 없나②

[컨슈머치 = 김현우 박지현 전향미 기자] 대진침대 사태 이후 라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사용 중인 제품들의 라돈 검출 여부가 화두로 떠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대진침대를 시작으로 7월 까사미아와 가누다, 8월엔 에넥스와 더렉스베드, 10월엔 오늘습관, 11월 하이젠과 지이토마린 등 다양한 업체의 제품이 라돈 검출 논란에 휩싸였다.

종류도 다양하다. 침대 매트리스, 매트, 베개 덮개, 속옷라이너, 미용마스크, 온수매트, 심지어는 여성 필수품인 생리대마저 논란의 대상이다.

이 중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검사를 통해 실제 라돈이 검출됐다고 알려진 업체는 ▲대진침대 ▲까사미아 ▲가누다 ▲에넥스 ▲더렉스베드 ▲메조이앤지글로벌 ▲홈케어 ▲지이토마린 등이다.

■ ‘비닐’ 밀봉 후 회수 요청

어떤 물건에서 리콜이 검출됐다는 사실 자체도 중요하지만 만약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이 문제라면 어떻게 처리하는지와 잘 처리되고 있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은 매트리스 등 모종의 물건을 제작하면서 쓰인 모자나이트(우라늄과 토륨이 1:10으로 섞인 광물)에서 생성된 라돈이다.

라돈은 비활성 기체다. 피부를 뚫지 못하는 물질이라는 뜻이다. 호흡을 통해서만 라돈을 흡수할 수 있는데, 이 라돈을 막기 위해서는 ‘비닐봉지’로 해당 물건을 밀봉하면 된다. 원안위에 따르면 비닐봉지로 잘 감싸기만 해도 라돈 피폭 위험성을 99% 이상을 낮출 수 있다.

만약 가지고 있는 침대가 라돈이 검출된 제품으로 리콜 대상이라면 비닐봉지로 잘 밀봉한 후 업체에 회수를 요청하면 해당 물건을 업체가 회수해 간다. 하지만 회수 물품을 쌓아두는 야적장 주변에서 생활하는 소비자이거나, 해당 업체의 직원이라면 괜히 라돈 피폭량이 늘어날까 걱정하게 될 것이다.

다행히 원안위에 따르면 라돈 검출 매트리스가 쌓아놨던 당진항과 천안 대진침대 본사 주변 및 인근 마을의 방사능 측정 결과 자연 방사능 수치와 큰 차이가 없었다.

■ 리콜, 얼마나 진행됐나

피해 소비자들은 여전히 라돈 공포에 떨고 있다. 

라돈이 검출됐다고 확정된 업체는 앞서 거론한 8개 업체. 이 업체 모두 리콜을 진행 중에 있지만 여전히 리콜이 99% 이상 완료된 업체는 신세계 까사미아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까사미아 관계자는 “판매된 라돈 검출 제품이 리콜 신청으로 99% 회수된 상태”라고 말한다.

(출처=원안위)
(출처=원안위)

그렇다면 이번 논란의 시발점(始發點)인 대진침대 제품은 얼마나 회수됐을까. 대진침대는 자사 리콜 검출 침대를 지난 5월부터 회수하기 시작했다. 리콜대상은 28종 9만여 개에 달한다. 회수율은 지난 10월까지 99%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더욱 상세한 회수율을 확인하기 위해 대진침대 측에 직접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티앤아이의 베개 브랜드 ‘가누다’ 역시 2011년 3월부터 2013년 7월까지 판매한 베개(약 2만9,000개)의 덮개에서 라돈이 검출됐다. 이에 지난 7월부터 회수를 시작했는데, 자세한 회수율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가누다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2013년 8월 이후 전체 유통채널에서 판매한 제품은 라돈이 검출되지 않은 안전한 제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가구업체 ‘에넥스’는 지난 2012년 8월부터 넉 달간 온라인을 통해 판매한 매트리스 1종 244개에서 라돈이 검출돼 리콜을 실시했다. 해당 매트리스는 성지베드산업이 만든 침대 매트리스다. 본지가 직접 자세한 회수율을 문의해 봤지만 업체 측은 공개를 거부했다.

‘더렉스베드’는 성지산업베드가 제작한 침대 매트리스 6,000여 개를 회수하고 있다. 당초 원안위가 검사한 14개 모델 중 4개 모델에서 라돈이 검출됐지만, 어떤 모델에서 모자나이트를 사용했는지 파악할 수 없어 6,000개에 달하는 침대 매트리스를 회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앤지글로벌’은 1개 모델 33개를 회수하고 있다. ‘홈케어’ 역시 수입해 판매한 베개제품 696개를 회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속옷라이너와 미용마스크 등 두 가지 제품에서 라돈 검출 논란이 불거진 ‘지이토마린’은 원안위 조사결과 미용마스크 제품에서만 라돈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제품은 판매기록이 남아 있는 2013년 이후로 2,287개가 생산돼 1,403개가 판매됐다.

해당 업체들 모두 정확한 회수율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라돈 검출 업체 현황
라돈 검출 업체 현황

여성 필수용품인 생리대에서 라돈이 검출돼 대진침대만큼이나 논란이 있었던 오늘습관은 원안위 조사결과 생리대 제품에서 연간 피폭선량 0.016밀리시버트(mSv)로 기준치를 밑도는 것으로 판명됐다.

다만 오늘습관순면 중형 생리대(7만8,078팩), 오늘습관순면 대형 생리대(3만7,978팩), 힐링큐브 생리대 중형(6,726팩), 힐링큐브 생리대 대형(4,660팩) 등을 회수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동해다이퍼를 행정 조사한 결과 신고되지 않은 패치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라돈과는 관계 없는 리콜인셈이다. 

오늘습관 관계자는 “원안위에서 '오늘습관 생리대'가 안전기준에 적합하다는 결과를 받았으나, 제조사에서 식약처 신고 당시 패치를 제외하고 품목신고 후 숨겨온 사실을 기사를 통해 알게돼 굉장히 당혹스러운 상태”라며 “도의적인 책임을 인지하고 구매한 물품이 최대한 빠르게 수거처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코스트코가 시노맥스에서 직접 수입해 판매한 ‘퓨어럭스 젤 메모리폼 베개’ 역시 라돈이 검출됐다. 총 1만4,080개 세트를 수입해 2017년 12월부터 지난 4월까지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자체 리콜을 통해 현재까지 약 3,600여 세트가 회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코스트코는 홈페이지를 통해 "일부 회원의 제보를 받고 자체 검사를 진행한 결과, 메모리폼 일부 내용물에서 기준치 이상의 라돈 성분을 인지했다"며 "지난 10월 29일 원안위에 신고하고, 자발적인 리콜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코스트코 측은 이어 "라돈 검출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비닐봉지에 포장해 가까운 매장에 방문하면 환불 처리를 해주겠다"고 밝혔다.

하이젠 역시 자사가 판매한 온수매트 제품이 라돈 검출 논란에 휩싸였지만 원안위 검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본지는 하이젠 측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연락을 취해봤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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