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일자 표기 그래서 안전한가요⑤

[컨슈머치 = 김은주 안진영 기자] 이제부터 마트에서 달걀을 살 때 껍데기에 적힌 산란일자를 확인할 수 있다.   

양계농가 반발에 부딪혀 미뤄져 왔던 난각(달걀 껍데기) 산란일자 표기 의무화가 지난 2월 말부터 시행 중이다. 다만 향후 반년은 계도기간으로, 난각에 산란일자가 적힌 달걀과 안 적힌 달걀이 혼재돼 유통된다.

정부는 난각 산란일자 표시를 통해 달걀 유통기한 설정 기준을 투명하게 만들어 달걀 안전성 및 소비자 정보제공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양농업계와 일부 전문가들은 산란일자 표시가 오히려 소비자에게 그릇된 신선도 정보를 이입시켜 다른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고 반박한다.

■ 산란일자 표기 의무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출처=PIXABAY)
(출처=PIXABAY)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산란일자 표기 의무화가 시행됐지만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산란일 표시가 과연 올바른 신선도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다.

물론 산란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30~45일 정도로 유통기한 긴만큼 산란일자 말고도 달걀 품질 영향 미치는 요인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

특히 달걀의 신선도를 좌우하는 요소로 유통‧보관 중 ‘온도’가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식약처는 달걀 유통기간을 45일로 권장한다.

이 때 냉장유통 달걀은 보통 유통기간을 40~45일로 설정하고 있는 반면 상온 유통의 경우 30일 정도로 설정한다. 예컨대 산란일은 최근이지만 실온에서 유통된 달걀A보다 산란일은 A보다 오래 지났어도 냉장 유통된 달걀B가 더 신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실에 제출한 ‘한국과 세계 주요국의 식품 및 축산물 유통과 안전기준 비교자료’ 보고서를 통해 “달걀은 중심부의 온도가 상승하면 품질이 훼손되고 식중독균과 같은 미생물의 성장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일반적으로 계란의 품질과 위생은 가공·유통 중 온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여러 나라들이 이에 대해 규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러한 점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채 우유처럼 산란일자를 일자가 멀수록 구매를 기피하는 현상이 커질 수 있다. 이는 곧 멀쩡한 달걀 대량 폐기와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난해 9월 열린 제8회 한국양계 포럼에서 류경선 전북대학교 교수는 “난각에 산란일자 표기를 의무화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산란일 36시간이 과연 계란의 품질의 기준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 다른 나라는 어떻게 관리할까

난각에 산란일자 표기를 의무화하고 있는 곳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앞서 프랑스나 독일, 일본에서 산란일자 표시제도를 도입하기는 했지만 부작용을 우려해 폐지하고 현재는 자율에 맡기고 있다.

네이버 ‘더농부’에 따르면 유럽은 난각에 생산 방법을 표기하도록 규정돼 있으며, 의무는 아니지만 일부 농가에서 자발적으로 유통기한을 난각에 표시하기도 한다.

미국은 난각 표시 사항에 대한 규정 자체가 없다. 대신 포장지에 집하장명과 유통일, 포장일을 표시한다.

미국, 유럽의 경우 생산 농가 등 중요사항만 표기하도록 의무화 하고 있으며, 주변국인 일본 정부도 포장일, 등급일 등을 농가가 자율적으로 포장지에 표시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류 교수는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러시아, EU 등은 유효기간, 판매기한, 유통기한을 중심으로 표시하고 있지 산란일자를 표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출처=PIXABAY)
(출처=PIXABAY)

대신 해외 주요국들은 농장에서 산란한 이후 유통단계에 대한 관리가 철저하다.

수사(Washing), 코팅(Coating), 적정한 저장온도와 유통온도를 규정해 달걀이 안전하게 소비자에게 도달하도록 관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산란 후 36시간이 지났거나, 선별·포장을 마친 계란은 운송을 포함해 7.2℃를 유지토록 하고 있다. 소매점은 계란 판매 온도 5℃를 지켜야 한다.

EU의 경우 신선란은 5℃이상 20℃ 미만, 냉장란은 0℃이상 5℃미만의 온도로 보관토록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법적 달걀 저장온도는 15도(℃) 이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난각코드 표시 의무화 보다는 콜드체인시스템(Cold Chain System)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다.

산란일자 표시보다 생산에서부터 판매단계에 이르기까지 신선도 유지에 적합한 온도로 관리해 달걀을 신선한 상태 그대로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유통체계를 만드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양계협회 측은 “식약처는 우리보다 달걀 안전관리가 더욱 엄격한 다른 선진국들이 산란일 난각 표시 제도를 시행 못 해서 안 하는 것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식약처 측은 “산란일자를 의무표시 하는 국가는 없지만, 표시사항은 각국의 생산 및 유통환경, 소비자 요구 등에 따라 다르게 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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