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페이 써 봤어?⑦

[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아직 제로페이가 안돼요”

점심을 먹고 내민 스마트폰 화면을 본 식당 주인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화면에는 제로페이의 결제 바코드가 떠있었다.

제로페이는 지난해 12월 20일 등장한 간편 결제 서비스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부담을 느낄 소상공인을 위해 만들어졌다. 결제 수수료가 0%일뿐더러 각종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출시 당시 많은 소상공인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출시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제로페이는 여전히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 제로페이 5개월…“제로페이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었다”

제로페이에 대해 취재하기로 한 후, 기자는 제로페이만으로 생활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전국에 25만여 가맹점, 서울에만 10만여 곳이 넘게 있는 만큼 제로페이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제로페이만 쓰기로 한 즉시, 스마트폰에 저장돼 있던 카드 정보를 삭제했다. 삼성페이를 포함한 모든 결제가 불가능해졌다. 그야말로 제로페이만 쓸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모든 일이 계획한 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

삼성페이 사용을 위해 등록해 놨던 카드를 삭제했다.(출처=김현우 기자)
삼성페이 사용을 위해 등록해 놨던 카드를 삭제했다.(출처=김현우 기자)

난관은 출근길에서부터 찾아왔다.

제로페이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다. 결심한지 몇 시간도 되지 않아 결국 지갑에 있던 카드를 꺼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챙겨온 것인데, 바로 쓰게 될 줄이야.

출근 중 제로페이가 오는 7월부터 택시를 시작으로 버스‧철도 등 대중교통에서 결제할 수 있게끔 적용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삼성페이를 사용하기 위해 스마트폰에 저장돼 있던 카드 정보를 삭제한 것을 살짝 후회했다.

첫 난관은 출근길 에서부터 찾아왔다.(출처=김현우 기자)
첫 난관은 출근길 에서부터 찾아왔다.(출처=김현우 기자)

우여곡절 끝에 회사가 위치한 성수역에 도착했다. 무사히 출근을 마쳤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출출해진 배를 채우기 위해 편의점으로 향했다.

음식을 몇 가지 고르고 계산대로 향했다.

다행이 편의점에서는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 있었다. 지난 2일부터 전국 편의점에서 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기자 바로 앞 고객도 제로페이를 통해 결제했다.

하지만 결제를 하는데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제로페이 홍보자료에 따르면 제로페이는 각 은행 등 간편결제앱을 통해 접근할 수 있다.

은행 앱을 열었더니 보안프로그램이 실행됐다.

알다시피 모바일뱅킹 앱은 보안상의 이유로 여러 소프트웨어가 동시에 실행된다. 다른 앱들에 비해 실행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후 기자는 앱의 첫 화면이 온전히 열리기 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미리 켰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겠지만 그렇지 못했다. 나와 종업원은 뱅글뱅글 도는 원을 쳐다보며 기다렸다.

기다림 끝에 모바일뱅킹 앱이 실행됐지만 제로페이를 사용하려면 지문인식과 결제비밀번호 등을 입력해야 했다. 삼성페이를 사용했더라면 진작 계산하고 나갈 시간이었다.

처음 사용해본 제로페이는 앱 실행 단계에서부터 번거롭기 그지없었다. 내 뒤에 계산을 기다리던 손님에게도 머쓱했다.

편의점에서 제로페이로 결제에 성공했다.
편의점에서 제로페이를 사용해 결제에 성공했다.

점심 시간이 가까워오면서 선배들과 점심 메뉴를 고민했다.

제로페이를 써야한다고 말했더니, 선배들은 흔쾌히 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한 식당에 가자고 말했다. 이에 대형 프랜차이즈보다는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식당을 가기로 했다.

지갑을 두고 갔다.

출근 때 처럼 제로페이 결제가 되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히 예상했지만, 애써 단호한 얼굴로 지갑을 두고 갔다. 물론 결제가 되지 않으면 얻어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긴 했다.

식당에 도착한 기자는 식당 입구와 계산대 주변을 스캔했다. 하지만 제로페이 가맹점이라면 붙어있어야 할 스티커를 발견하지 못했다.

‘스티커야 안 붙일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며 음식을 주문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에서 모바일뱅킹 앱을 통해 제로페이 결제창을 띄우고 종업원에게 내밀었다. 스마트폰을 받아든 그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죄송한데, 제로페이로는 결제가 아직 안 됩니다”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더니, 기자가 딱 그 꼴이었다. 결국 선배기자가 점심값을 내주는 상황이 발생했다.

결국 선배기자가 계산했다.(출처=김현우 기자)
제로페이로 결제가 불가능했다. 결국 선배기자가 계산했다. 고맙습니다.(출처=김현우 기자)

식후에 커피를 한 잔 하러 주변에 있는 프랜차이즈 커피숍으로 향했다. 안타깝게도 이곳도 제로페이 결제는 불가능했다.

제로페이 결제가 왜 안 되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점주는 “신청했는데, 대기가 길어 늦어지고 있다”며 “최근에 제로페이를 찾는 고객이 늘어서 담당부서에 전화도 해봤는데, 그 쪽도 뾰족하게 해결해주지 못하는 상황인 것 같아 기다리고만 있다”고 말했다.

점주가 보인 제로페이 서류 봉투. 그는 제로페이 사용을 신청했으나, 아직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출처=김현우 기자)
점주가 보인 제로페이 서류 봉투. 그는 제로페이 사용을 신청했으나, 아직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출처=김현우 기자)

평소 자주 가던 다른 까페로 발길을 돌렸다.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아까 점심 값을 대신 내준 고마운 선배에게 커피 한 잔이라도 대접할 겸 제로페이를 켜고 결제가 가능하냐고 물었다.

하지만 이곳 역시 제로페이 결제는 아직 안된다고 말했다. 상황은 먼저 들렸던 프랜차이즈와 똑같았다. 신청을 했지만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것이 원인이었다.

다른 카페에 갔지만 이 곳 또한 제로페이로는 결제가 불가능했다.(출처=김현우 기자)
다른 카페에 갔지만 이 곳 또한 제로페이로는 결제가 불가능했다.(출처=송수연 기자)

제로페이를 사용하려고 발품을 팔아야 하는 상황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래서 제로페이 가맹점이라는 표시가 붙어있는 한 식당에 들어갔다. 그리고 직원에게 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하냐고 물어봤다.

직원은 “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하지만, 가맹점 앱을 설치한 사장님 오셔야만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해할 수 없었다. 제로페이 결제 창에 떠있는 바코드를 찍으면 그만인 일인데, 왜 가맹점용 앱이 깔려있는 사람이 와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에 대해 묻자 직원은 “제로페이 QR코드 방식은 고객이 직접 금액을 입력하는 방식인데, 해당 금액이 제대로 입금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가맹점용 앱이 깔려있는 스마트폰이 있어야한다”며 “자신은 해당 앱이 깔려 있지 않아 결제 금액이 제대로 입금됐는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사장님이 왔을 때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점주가 부재 중이라면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제로페이 가맹점임을 알리는 스티커. 이곳 직원은 점주가 있을 때만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출처=김현우 기자)
제로페이 가맹점임을 알리는 스티커. 이곳 직원은 점주가 있을 때만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출처=김현우 기자)

서울 한복판에서 제로페이 사용에 실패한 기자는 집이 있는 경기도 성남시에서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 있을까 시도해봤다.

제로페이는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일말의 기대감을 갖고 퇴근 후 집 앞 마트으로 향했다. 마켓에서 물건을 골라 계산대로 가져간 후, 제로페이로 결제가 가능한지 물었다.

마트 사장님은 “제로페이? 우리는 안 써”라고 친절하게 답해줬다.

왜 쓰지 않냐는 질문에 “기사에서 읽어보니까 그거 안좋다는 평가가 많더라고. 찾는 사람도 없어서 안 쓴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을 위해 내놓은 간편결제 서비스가 정작 소상공인에게 외면 받고 있는 것이었다. 기자는 골라온 물건을 카드를 통해 계산했다.

동네 마켓에서 제로페이로 물건을 결제하려 했으나, 사용이 불가능했다.(출처=김현우 기자)
동네 마켓에서 제로페이로 물건을 결제하려 했으나, 사용이 불가능했다.(출처=김현우 기자)

‘도대체 제로페이는 어디에서 쓸 수 있는거야’라고 생각하며, 스마트폰으로 결제가 가능한 곳에 대해 검색하던 중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제로페이를 쓸 수 있다는 자료를 발견했다.

그래서 고속도로 휴게소로 향했다. 기자가 향한 곳은 가평휴게소였다.

기자가 들린 가평휴게소. 늦은 저녁 시간대라 운영 중인 곳은 한 곳에 불과했다.(출처=김현우 기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소식에 기자가 들린 가평휴게소. 늦은 저녁 시간대라 운영 중인 곳은 한 곳에 불과했다.(출처=김현우 기자)

저녁시간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상점은 문을 닫은 상태였다. 그나마 임실치즈를 판매하는 가판대가 영업 중이었다. 기자는 치즈롤 등 몇 가지를 고르고 제로페이를 내밀었다. 그러나 가판대 직원은 제로페이가 뭔지 모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기자는 제로페이는 사용해보지도 못한 채,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제로페이로 결제가 가능하냐고 물었지만, 가판대 직원은 제로페이가 무엇인지조차 몰랐다.(출처=김현우 기자)
제로페이로 결제가 가능하냐고 물었지만, 가판대 직원은 제로페이가 무엇인지 조차 몰랐다.(출처=김현우 기자)

■ "제로페이를 쓰고 싶어도 사용할 곳이 없다"

제로페이를 사용하기로 마음먹고 살아본 결과, 결제에 성공한 곳은 편의점 한 곳이 전부였다. 편의점이 아니면 커피 한 잔도 살 수 없었다.

앞서 간단히 설명했다시피 제로페이는 카드수수료 부담을 ‘제로’로 낮추겠다고 만든 계좌 이체 기반의 모바일 간편 결제 시스템이다.

제로페이는 영세할수록 더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연매출 ‘8억 원 이하’인 영세 가맹점은 수수료가 면제되고 연매출 ‘8억~12억 원’은 0.3%, ‘12억 원 초과’는 0.5% 등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올해 카드수수료가 인하됐음에도 불구하고 연매출 30억 원 이하 신용카드 최고 수수료율인 1.6%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통계청 도소매업조사에 따르면 연매출 10억 원 이하의 외식업체 비율은 96.8%다. 대다수 외식업체들이 제로페이 수수료 면제구간에 해당되는 셈이다.

소비자한테도 혜택이 돌아간다.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소비자가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결제시 소득공제 40%의 혜택이 있다.

통과만 된다면 이는 신용카드 15%, 체크카드 30%와 비교할 때 월등히 높다. 또 세종문화회관 입장료와 서울시립교향악단 공연 티켓 결제 시 10~30% 할인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출처=서울시 공식블로그
출처=서울시 공식블로그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서울시 거주자 600명을 대상으로 ‘제로페이 사용 의향’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그 결과 응답자 중 59%는 ‘제로페이를 들어본 적 있거나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연령대별로는 20대 41%, 30~40대 55%, 50대 이상은 72%가 제로페이에 대해 ‘들어본 적 있거나 잘 알고 있다’고 응답해 연령이 높을수록 제로페이에 대한 인지도가 높음을 알 수 있었다.

‘제로페이 제도 자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응답자의 67%가 ‘긍정적’으로 여기고 있었으며 59%는 실제로 제로페이를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다행이 많은 소비자들이 제로페이를 인지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사용 의사를 밝혔지만, 실제로 마음 먹고 사용해본 기자는 실망이 컸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민간과 서울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홍보할 것"이라며 "모든 매장에 제로페이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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