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생보사 중 전년대비 기부금 가장 많이 줄여
순익대비 ‘기부왕’은 신한생명 “지주 차원에서 확대 중"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올해 1분기 사회공헌 기부금을 대부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저출산 기조가 심화되면서 보험산업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새로운 회계제도 도입에 따른 자본건전성 개선 부담까지 이중고에 시달리는 보험업계가 올해 전반적으로 기부금을 대폭 줄 일수도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출처=생명보험협회)
(출처=생명보험협회)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10대 생명보험사(삼성‧한화‧교보‧오렌지라이프‧메트라이프‧동양‧신한‧농협‧미래에셋‧흥국 등)의 올해 1분기(1~3월) 개별 사회공헌 기부금 총액은 74억700만 원으로 전년 동기 114억8700만 원에 비해 35.52% 감소했다.

국내 빅3(삼성‧교보‧한화) 생보사 가운데 전년 동기대비 가장 큰 폭으로 기부금을 줄인 곳은 교보생명이다. 교보생명의 올해 1분기 기부금액은 17억1800만 원으로 전 생보사 중 가장 높았으나, 이는 전년도 29억1800만 원과 비교하면 41.1% 줄어든 수치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 관계자는 “지난해 1분기는 평창올림픽 지원금액 10억 원 등 일회성 사회공헌 기부금이 있었다”며 “이를 제외하면 전년도와 올해 1분기 기부금의 큰 차이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한화생명도 기부금이 줄어들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1분기 기부금액이 18억7700만 원으로 전년도 13억700만 원과 비교해 30.4% 감소했다. 다만 한화생명의 순익 대비 기부금 비중은 2.80%로 빅3 업체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삼성생명의 경우 전년 대비 26.62% 증가했으나, 순익대비 기부금 비중은 빅3 업체 중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업체별로 10대 생보사 중 전년과 비교해 가장 큰 폭으로 기부금 액수를 줄인 업체는 NH농협생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 7억7,000만 원의 기부금을 냈던 NH농협생명이 올해 같은 시기 낸 기부금액은 560만 원에 불과하며, 이는 99.25% 줄어든 규모다.

농협생명의 기부금 액수가 대폭 감소한 배경에는 평창올림픽 이슈와 실적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141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한 농협생명은 올해 1분기도 14억 원의 적자로 불안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분기의 경우 204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둔 농협생명은 순익대비 기부금 비중이 3.8%로 업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았으나, 순이익이 적자로 전환되면서 비용 절감을 위해 기부금 예산도 축소 수순을 밟게 됐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작년에는 평창올림픽 성공개최 후원 집행 금액이 7~8억 원으로 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올해 1분기와 비교해 큰 차이가 나게 된 것”이라며 “또한 실적 부진 영향으로 올해 사회공헌 예산이 40%가량 삭감된 영향도 있다. 사회공헌뿐 아니라 전 부서가 올해 예산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1분기는 다른 시기에 비해 사회공헌이 활발하지 못한 탓도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며 “회사가 특히 농민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영농철인 4월∼6월말 일손 돕기 활동 등 사회공헌이 많이 이뤄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전년도와 비교해 두 번째로 기부금 액수를 크게 줄인 곳은 올해 1월 신한금융이 계열사로 편입한 오렌지라이프로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 30억1500만 원의 기부금을 냈던 오렌지라이프는 올해 1분기에는 5300만 원의 기부금을 내는데 그쳤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98.24% 줄어든 수치다.

올해 1분기 기부금액이 큰 폭으로 줄어든 배경에 대해 오렌지라이프 측은 재단 출현이 전년도에 비해 늦어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오렌지라이프 관계자는 “작년에는 3월 말에 재단 출현을 했는데 올해는 4월 말에 재단 출현을 하면서 기저효과가 작용한 탓”이라고 말했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1분기 2400만 원에서 올해 1분기 300만 원으로 기부금액을 87.50% 줄였다. 특히 당기순이익(374억5100만 원) 대비 기부금 비중을 따지면 0.01%로 업계 내 꼴찌 수준이다.

한편 전년도 대비 올해 1분기 가장 큰 폭으로 기부금 액수를 늘린 업체는 신한생명이다. 신한생명의 올해 1분기 기부금액은 15억9600만 원으로, 교보생명에 이어 업계 내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순익대비 기부 비중으로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에 대해 신한생명 관계자는 “작년에는 9월에 집행했던 기부금이 올해는 상반기에 반영된 영향이 큰 것일뿐 전반적으로 봤을 때 몇 배씩 사회공헌금액이 늘진 않을 것”라며 “다만 지주 차원에서 하고 있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희망사회프로젝트’에 동참하면서 집행금액이 작년보다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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