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선스 계약 맺은 미국 법인, 일본 유통기업이 대주주
롯데그룹 총수일가 국적·정체성 논란까지 재점화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세븐일레븐은 일본 브랜드일까?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세븐일레븐을 둘러싼 국적, 정체성 논란이 한창이다.

급기야 가맹점주의 피해가 우려되자 사측은 일본 브랜드가 아님을 해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를 지켜보는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 그 자체다.

■안내문 배포…“일부 가맹점주 문의 때문에”

(출처=코리아세븐)
(출처=코리아세븐)

관련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지난 1일 전국 9,700여개 점포에 ‘코리아세븐은 대한민국 기업입니다’라는 제목의 안내문을 발송했다.

최근 국내에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일본 브랜드라는 소문이 퍼져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하자 본사가 직접 나서 해명에 나선 것이다.

코리아세븐은 안내문을 통해 “세븐일레븐은 글로벌 브랜드이며, 코리아세븐은 대한민국 기업”이라며 “당사는 미국 세븐일레븐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잘못된 정보로 인해 선량한 경영주님께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경영주님의 정당한 영업권을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세븐일레븐 브랜드의 국적, 정체성 등에 대해 알려드린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안내문을 배포한 배경에 대해 세븐일레븐 홍보팀 한 관계자는 “영업현장에 매출이나 직접적 피해가 있었기 때문은 아니다”라며 “일부 고객들이 관련 문의를 했을 경우 가맹점주들이 제대로 된 해명을 할 수 있도록 사실관계를 정리해 알려달라는 요청이 일부 있어 안내문을 배포하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세븐일레븐은 이달부터 신규 점포과 리뉴얼 점포를 중심으로 매장 외관 디자인을 변경하는 대대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국내 영업을 시작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인데다 일본계 브랜드에 대한 불매 시기와 맞물리다 보니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일본색’ 지우기 작업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왔으나 세븐일레븐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일본계 아닙니다’ 해명 안 통하는 이유

코리아세븐 측의 해명대로 세븐일레븐의 본사는 미국에 있다. 1927년부터 텍사스 주 달라스에서 한 얼음 제조회사가 얼음과 함께 빵이나 우유 등 간식도 함께 판매하며 만든 브랜드가 세븐일레븐의 시작이다.

그럼에도 국내 소비자들이 불매운동 리스트에서 쉽사리 세븐일레븐을 제외하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는 미국 태생 기업이라고는 하나, 현재 이 회사의 지분 전량을 소유하고 있는 곳이 다름 아닌 일본 유통기업 이토요카도(Ito-Yokado)라는 점 때문이다.

세븐일레븐과 이토요카도가 합작해 일본에 진출한 뒤 미국을 넘어서는 수익을 올리게 되면서 급기야 이토요카도는 미국 본사 주식을 70%를 매입해 세븐일레븐 재팬의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이에 대해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경영 환경 악화로 미국 본사의 주식이 대부분 일본으로 넘어가 대주주가 바뀐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한국 세븐일레븐은 미국법인 ‘7-Eleven, Inc.’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국내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가 인연을 맺고 있는 회사는 분명히 미국 세븐일레븐임에도 대주주가 일본기업이라는 이유로 90년 이상을 이어온 정통성을 무시할 순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우리나라 기업 중 대부분에 외국자본이 들어와 있다. 외국자본의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현재의 글로벌 환경으로 인해 기존의 브랜드 정체성까지 달라지는 건 아니지 않냐”며 “일본과 아무런 계약 관계도 없는 상황에서, 본사 주주 구성까지 따지면 한국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세븐일레븐이 일본계 브랜드로 공격 받는 두 번째 배경에는 코리아세븐 지분의 79.66%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가 롯데지주라는 점도 작용한다.

롯데는 일본기업인가 한국기업인가를 따지는 정체성 논란이야 말로 양측 간 도무지 접점을 찾을 수 없는 해묵은 논쟁거리 중 하나다.

신동빈 회장이 일본어를 모국어로 사용해 한국어가 서툰데다 '시게미쓰'라는 일본식 성을 따른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 롯데 지배구조 최상단에 일본 롯데가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 등을 근거로 몇몇 소비자들은 롯데 역시 불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아사히 맥주, 유니클로, 무인양품 등 일본계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오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회자되면서 미운털이 톡톡히 박히는데 한 몫 했다.

여러 가지 배경이 얽혀 있다 보니 업체 측의 거듭된 해명에도 세븐일레븐 역시 이참에 불매하겠다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편 세븐일레븐 측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일본 불매운동에 대해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생계형 소상공인인 가맹점주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방어를 해야 하는 입장이기도 한 만큼 그 범위나 대응 정도 수준에 대해서는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관계자는 “전국에 점포가 약 9700개가 있고, 각 가맹점주는 누군가의 가족들이다. 점주들의 가족까지 계산하면 3~4만 명이 연관 돼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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