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안내받은 임시주차장에 주차한 차량이 파손됐으나, 병원 측은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A씨는 ○○병원에 방문하기 위해 병원건물 인근 공터의 임시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했다.

그런데, 공터 옆 텃밭을 가꾸는 자가 설치해 둔 판넬 조각이 바람에 날아와 A씨 차량을 파손했다.

A씨는 "주차를 한 공터는 ○○병원에서도 주차를 권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병원 측이 주차관리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병원 측에 배상을 청구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무료로 제공하는 주차장이고, 병원주차장이라고는 하나 주변 건물의 방문객들(불특정다수)도 이용하는 주차장이며, 주차요금도 따로 받지 않고 있기 때문에 배상하기는 곤란하다고 했다.

더군다나 해당 주차장은 CCTV도 없고 주차관리인도 따로 없는 상황이다.

주차장, 주차 공간 (출처=PIXABAY)
주차장, 주차 공간 (출처=PIXABAY)

대한법률구조공단은 A씨는 병원이 아닌 텃밭 주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상법」제151조에는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에 의한 거래를 영업으로 하는 자'를 공중접객업자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여기서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이라 함은 불특정다수인이 모여 특정한 목적을 위해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된 인적·물적 설비 및 장소를 뜻한다.

병원 역시 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상법」제152조 제1항에 의하면 공중접객업자인 ○○병원은 소비자로부터 임치받은 물건이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에 물건의 보관에 관해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게 된다.

이는 A씨가 병원의 과실 유무를 증명할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병원이 스스로 과실이 없음을 밝혀야만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A씨에게 가장 유리한 조항이다.

다만, 위 조항이 적용되려면 A씨가 차량을 병원 측에 '임치'했다는 점이 먼저 인정돼야 하는데, 병원에서 주차를 권하는 공터 임시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한 것이 '임치'에 해당될지가 문제다.

이와 관련한 판례에 따르면, 주차사실을 통제하거나 확인하는 시설·조치가 있지 않은 채 단지 주차의 장소만을 제공하는 데에 불과한 상황이라면, 그러한 주차장에 주차한 것만으로 임치의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소비자가 주차사실을 고지하거나 차량열쇠를 맡겨 차량의 보관을 위탁한 경우에만 임치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다.

위의 판례를 토대로 살펴보면, A씨가 이용한 주차장은 단지 병원에 방문하는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해 주차를 권하거나 추천한 장소에 불과할 뿐, 병원 측이 출입통제시설을 갖추거나 요금을 징수하는 등의 방법으로 관리하는 곳이 아니다.

따라서 해당 주차장에 주차한 차량이 파손됐다는 사실만으로는 병원에 「상법」상 임치물에 관한 배상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

한편, 텃밭 주인에게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

[컨슈머치 = 고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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