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中매출 1천억 공약 '연기'…4분기 적자전환·신저가 갱신 등 부진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비열처리 프리미엄 식음료 글로벌 리더로서 2020년에는 매출 2,020억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그 중 절반인 1,000억 원은 중국에서 매출을 올리겠다”

박철범 흥국에프엔비 대표가 2015년 코스닥 상장을 발판으로 야심차게 계획했던 중국 진출 청사진이 완성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확정 이후 한중 관계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상장 이후 본격적인 중국 진출을 선포했던 흥국에프엔비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2014년 상하이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보폭을 넓혀 베이징과 광저우에도 영업법인 설립하기로 했던 계획이 미뤄지고 있는 등 중국 시장 진출 자체가 발목이 잡힌 상태다. 중국 내 로컬업체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제품을 공급하고, 식음료 ODM 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도 연기됐다.

흥국에프엔비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가 분위기인 만큼 중국 측에 투자를 보류 중”이라며 “당시에는 중국 사업과 관련해 여러 가지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맞지만 현재는 중국 진출 계획을 조금 연기하고 국내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흥국에프엔비는 지난 2008년 설립된 식음료 제조자개발생산(ODM)업체로 과일농축액, 스무디, 과일주스 등을 주요제품으로 하며 SPC, 스타벅스, 이디야커피 등 프랜차이즈 업체와 이마트, CU 등 마트 및 편의점 업체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흥국에프엔비의 전체 매출 규모에서 중국 시장 매출이 차지하는 부분은 아직 2%가 채 되지 않는다. 사측은 중국진출 시기가 다소 연기되면서 국내 시장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지만 국내 사정도 여의치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흥국에프엔비의 연결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은 40억5,849만 원으로 전년대비 52.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48.1% 감소한 34억2,400만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414억 원으로 전년 대비 4.4% 증가한 것으로 잠정집계 됐다.

지난해 4분기에는 연결기준 8억400만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상장 이후 처음으로 적자전환했다.

실적과 관련해 흥국에프엔비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에서 커피와 디저트, 유통 등 신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한 부분이 바로 실적으로 나타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라며 "여기에 업종의 특성상 1분기, 4분기에 판관비가 늘어나는 측면이 있다. 비용을 커버할 수 있는 매출이 안 들어올 수도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4분기에 적자전환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실적 개선은 2분기부터 반영될 것 같다. 연간 매출의 65~70%, 영업이익은 거의 80%가 2, 3분기에 발생한다"며 "올해는 이러한 구조가 더욱 집중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저가 커피점·주스바 확장으로 인해 중고가 프랜차이즈를 주력으로 하는 흥국에프엔비 제품의 매출에 타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당분간 흥국에프엔비의 실적 개선이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흥국에프엔비 매출의 70% 이상은 스무디와 에이드베이스에서 발생하고 있어 빽다방, 쥬씨와 같은 저가 시장이 성장하면서 불리한 환경이 전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효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성장 동력으로 손꼽히던 주스류 또한 저가 주스바 제품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향후 흥국에프엔비의 전략은 기존의 스무디, 에이드베이스 이외의 제품군 매출 성장에 주력하는 것인데 저마진 제품의 비율이 높아지면 이익률 방어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저가 커피·주스 시장 경쟁 심화로 SPC그룹 등 대형 프랜차이즈향 과일농축액과 스무디 판매 부진이 지속되겠지만 착즙주스, 커피, 디저트 등 신제품 판로 확대에 따른 외형 성장 기대감은 유효하다”면서도 “다만 신사업이 안정화되기까지 시간과 비용이 수반될 것으로 보여 올해도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다소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상장 이후 흥국에프엔비의 주가 흐름도 꾸준히 하락세다.

코스닥 상장 첫 날이었던 2015년 8월 7일 공모가의 두 배가 훌쩍 넘는 4만 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흥국에프엔비는 1만2,000원(30%) 상승한 5만2,000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흥행 대박을 터트렸다.

이후 중국시장 진출 및 성장 기대감 등이 맞물려 최고가 6만6,90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지 두 달 만에 시가총액 3분의1 이상이 사라지는 등 빠르게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지난 10일 흥국에프엔비의 주가는 1만1,700원대까지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이에 대해 흥국에프비엔비 관계자는 “그 동안 주가시장에서 M&A 등의 모멘텀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회사 실적 또한 기대치를 못 미치는 부분이 있었다"며 "또한 코스닥 시장에서 중소형 음식료 주의 약세가 계속되는 등 복잡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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