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제습제 등 생활용품 매출 급감…천연 원료 대체 용품 '각광'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최근 옥시 등 가습기살균제 사망 사건의 여파가 국내 생활용품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생활용품시장 전반 ‘불똥’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가습기살균제 수사팀은 옥시의 전 대표 존 리를 소환해 15시간의 밤샘 조사를 진행했다. 같은 날 가습기살균제 PB제품을 판매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직원 2명도 소환 조사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옥시 측의 의뢰를 받고 독성 실험을 한 서울대 조 모 교수는 재판에 넘겨졌다. 조 씨는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을 확인하고도 폐손상과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며 옥시 측에 유리한 보고서를 써 준 혐의를 받고 있다.

   
▲ (출처=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 시민단체연합)

사건의 민낯이 드러날수록 소비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옥시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가습기살균제뿐만 아니라 세제와 방향제, 탈취제 등 다른 생활용품에 대해서도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한 대형마트에 따르면 최근 전체적으로 생활용품 판매량이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대형마트 역시 지난 달 제습제 판매량이 절반 가까이 줄었고, 표백제와 세탁 세제 등 생활용품의 판매량도 전체적으로 줄어들었다.

▶"페브리즈 너 마저?" 환경부 ‘살생물질’ 전수 조사

옥시 사태 이후 국민 섬유탈취제로 불리는 한국P&G의 '페브리즈'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제품에 유해한 성분이 포함됐다는 것.

환경부(장관 윤성규)가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페브리즈에는 미생물 억제제로 쓰이는 벤조이소치아졸리논(BIT)과 항균제인 암모늄 클로라이드 계열의 DDAC가 포함돼 있다. 섬유탈취용 페브리즈에 DDAC가 0.14%, 공기탈취용에는 BIT가 0.01%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페브리즈 논란을 비롯해 화학성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자 환경부는 칼을 빼들었다.

지난 24일 환경부는 생활화학제품에 함유된 살생물질의 사용실태 전수조사와 안전성 검증에 나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상반기 중 15종의 위해우려제품을 제조·수입하는 8,000여개 기업으로부터 제품 내 함유된 살생물질 종류 등을 제출받고, 위해우려제품으로 지정되지 않았으나 살생물질 함유가 의심되는 품목도 해당 제조·수입업체에 살생물질 정보를 요구할 계획이다.

홍정섭 환경부 화학물질정책과장은 “올해 안으로 위해우려가 높은 생활화학제품에 대해 조사와 평가를 병행해 살생물질 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라며 "내년에는 위해우려제품으로 지정되지 않은 비관리제품, 살생물질이 함유된 공산품까지 조사를 확대해서 국민이 안심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천연·유기농 찾는 노케미족 등장

주부 유 모씨는 최근 대형마트에서 세제, 치약, 샴푸 등 생활용품을 고를 때 쇼핑시간이 전보다 두 배가 길어졌다. 해당 제품에 어떤 성분이 들어갔는지 꼼꼼히 따져보는 등 선택에 신중을 기하는 습관이 생겼기 때문이다.

유 씨는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유명 회사 제품이나 인지도 높은 제품을 고르는 편이었지만 최근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제품마다 성분을 자세히 확인하고 고르는 편”이라며 “봐도 잘 알지 못하는 성분이 대부분이지만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으로 대충 검색이라도 해보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베이킹소다(출처=Pixabay)

최근에는 친환경·유기농 재료로 만든 대체 용품을 사용하거나 천연 제품을 직접 만들어 쓰는 ‘노케미(No-Chemi)족’이 등장했다.

이들은 ‘베이킹소다로 욕실세정제 만들기 팁’, ‘천연재료들의 용도별 활용법’, ‘천연 한방 비누 만드는 법’ 등을 공유하며 스스로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자구책을 찾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친환경 세탁 세제와 주방 세제의 최근 한 달 판매량은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63%, 78% 증가했다. 천연 세제와 탈취제 등의 용도로 쓸 수 있는 베이킹소다·구연산의 판매량도 45%가량 늘었다.

또한 G마켓에서는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베이킹소다·구연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고 먼지와 습기를 빨아들이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소금 판매는 64% 늘었다. 습기 제거 효과가 있는 통숯과 천연 제습제를 만들 수 있는 염화칼슘 판매도 각각 25%, 16% 증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온라인을 통해 화장품, 세제 등에 들어간 각종 성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거나 천연 제품 제조 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며 “과거 식품에만 국한됐던 웰빙 현상이 생활용품까지 번지며 당분간 천연 생활용품의 인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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