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전에 없던 호황을 맞이한 정유업계가 역대급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는 반면 신규 채용은 미온적이라는 지적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의 총액은 2조1,524억 원이다. 각각 ▲SK이노베이션 8,516억 원 ▲GS칼텍스 5,572억 원 ▲에쓰오일 4,026억 원 ▲현대오일뱅크 3,136억 원 등을 기록했다.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 정유 4사의 총 영업이익은 3조6,82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5% 이상 상승한 수치다. 이처럼 호실적이 이어지자 정유업계는 ‘영업이익 8조 원 시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지난 1분기 실적을 딛고 국제유가 상승세에 힘입어 호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반기 전망도 밝다.

불안 요인으로 지목되던 정제마진(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이 8월 셋째주 베럴당 7.5달러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첫째주 시록한 배럴당 7.6달러 이후 최고점을 찍은 것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 수송비 등 정제 작업에 투입되는 비용을 뺀 값으로 정유사 정유부문 수익성을 보여주는 척도다.

9월 이후에도 정제마진은 상승세가 예상된다. 사우디아라비아가 8~9월 원유 공식 판매가격을 내리면서 정제마진에는 긍정적인 신호다.

▶유례없는 호황에 역대급 투자 이어가는 정유업계

하반기에도 꾸준한 호실적이 예측되는 가운데 정유업계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호황 싸이클이 끝나고 다가올 불황에 대비하고 있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요 정유사가 발표한 투자계획은 역대급 투자 규모다.

먼저 에쓰오일(S-Oil)은 고부가가치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할 2단계 사업 프로젝트에 2023년까지 총 5조 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이를 위해 150만 톤(t) 규모의 스팀 크래커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을 짓기 위한 타당성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팀 크래커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와 부생가스를 원료로 투입해 에틸렌 및 기타 석유화학 원재료를 생산하는 설비다.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에서는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한다.

GS칼텍스는 지난 2월 전남 여수 제2공장 인근 43만㎡에 2조6,000억 원 규모 올레핀 생산시설에 건설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전남도, 여수시와 올레핀생산시설 투자협약을 갖고 본격적인 올레핀 생산시설 프로젝트에 착수한 상황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5월 롯데케미칼과 손잡고 2조7,000억 원 규모의 올레핀·폴리올레핀을 생산하는 중질유석유화학시설 투자에 합의했다. 두 회사는 합작법인 현대케미칼을 통해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내 50만㎡ 부지에 생산시설을 건설할 예정이다.

예상 규모만 10조 원이 넘는다. 업계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호황이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체력을 만들어줬다고 분석했다.

출처=GS칼텍스
출처=GS칼텍스

▶투자할 돈은 있는데, 채용할 돈은 없나…1년간 정규직 채용 448명 불과

이처럼 눈에 띄는 실적과 투자를 이어가는 정유사들이지만 신규 고용만큼은 눈에 띄질 않는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 6월까지 정규직 고용을 190명 늘렸다. 반기 당 95명씩 고용한 셈이다. 같은 기간 평균 급여는 7,100만 원에서 7,200만 원으로 상승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6월 2,757명이던 정규직이 올해 6월 2,866명으로 늘었다. 1년 동안 109명이 늘어났다. 반기 당 55명도 뽑지 않은 셈이다. 반면 평균 급여는 6,104만 원에서 7,066만 원 수준으로 1,000만 원 가까이 올랐다.

같은 기간 현대오일뱅크는 정규직이 30명 늘었다. 지난해 6월 1,742명이던 정규직 직원의 수가 올해 6월엔 1,772명으로 나타났다. 반기 당 고작 15명씩 늘렸을 뿐이다. 반면 평균 임금은 4,300만 원에서 4,600만 원으로 300만 원 증가했다.

에쓰오일의 경우 3,014명이던 정규직의 수가 1년 동안 3,133명으로 119명 늘었다. 반기 당 59명 뽑은 셈이다. 평균 급여는 7,182만 원에서 7,667만 원으로 약 500만 원 증가했다.

재계 전반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신규 채용이 늘어나는 가운데, 정유업계의 채용은 이익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진하다는 지적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장치 산업이다 보니 설비를 가동하기 위해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 않다”며 “공장 설립 등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연평균 200만~300만 명 이상의 고용효과를 보이고 있지만 이들은 상시 고용 인원이 아닌 관계로 공시 자료 등에 기록이 되지 않아 신규 채용이 적어 보이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