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입주자 미동의 및 이의 제기 못하는 약관은 '약관법 위반'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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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새 아파트로 입주한 다는 생각에 들 뜬 K씨.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입주할 집이 샘플 세대가 되면서 집은 엉망이 됐다. 다음은 K씨의 실제 사례다.

#A 건설회사가 동의도 없이 회사 마음대로 샘플 세대 몇 집을 정해 오픈했고 그 가운데 저희 집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미 샘플 세대가 된 집들은 중고가 돼버렸습니다.

이에 항의하자 당시 회사 측은 모든 부분에 대해 다시 공사한다고 했는데 지켜본 결과 아니었습니다.

저희 집은 마루와 벽지 오염이 심해 건설사에 계속 보수를 주장했고 그 덕에 도배, 마루는 새로 했습니다만 나머지 화장실 등의 경우는 해주지 않았습니다.

다른 세대도 거의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하는데, 동의도 하지 않은 채 이렇게 샘플 세대가 돼버리니 억울하네요.

회사 측에서는 도배 등의 일부 보수만 해준 것으로도 생색을 내는데, 더 보상받기는 어려운건가요?

샘플 세대는 아파트 내장 마감 공사(인테리어 공사) 시 품질 관리와 하자 예방을 위해 평형별로 저층의 한 세대를 지정, 미리 만들어 보여주는 집을 말하며 목업세대(Mock up)세대라고도 한다.

샘플 세대가 된 입주 예정자 사이에서는 심심치 않은 불만이 터져 나온다. K씨처럼 이미 중고가 돼 버린 새집에 입주하게 되는데도 건설사에서는 이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지 않거나 충분히 해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설사 중 일부는 샘플 세대를 지정하면서 입주 예정자의 동의를 받지 않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는 약관을 사용하고 있어 입주 예정자에게 불리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조항을 약관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당 약관 조항은 예정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샘플 세대를 지정했고 피해가 발생한 경우 보수 등 사후 관리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입주 예정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라며 “또한 법률의 규정에 의한 고객의 권리를 상당한 이유 없이 배제 또는 제한한 조항이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불공정 약관을 바로 잡기 위해 직접 조사에 나섰다.

조사 대상은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시공 능력 평가액 상위 30개 건설사 중 불공정 약관을 사용하는 10개 건설사며 이들 회사의 분양 계약서를 점검했다.

10개 건설사는 대림산업(주), (주)대우건설, 쌍용건설(주), 아이에스동서(주), 지에스건설(주), (주)태영건설, (주)포스코건설, (주)한라, (주)한양, ㈜호반건설 등이다.

이들 건설사는 약관 심사 과정에서 불공정 조항을 자진 시정했으며 아파트 분양 계획을 체결할 때 시정된 약관을 사용할 예정이다.

출처=공정거래위원회.
출처=공정거래위원회.

시정 후 약관 조항은 입주 예정자의 동의를 받아 샘플 세대를 지정하고 피해가 발생할 경우 보수하는 내용으로 수정되거나 해당 조항을 삭제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 조사 대상이 아닌 상위 30개 이하 건설사가 샘플 세대 관련 불공정 약관을 사용할 경우 자진 시정을 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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