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안전하다고 알려진 ‘볼보’가 만든 차량에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엔진에 연결된 호스가 빠지거나 파손되는 문제가 발견됐다.

문제는 볼보가 이런 결함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은 점이다.

28일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구입한지 한 달 된 볼보 XC60 차량이 주행 중 엔진에 연결된 공기 호스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터졌다.

차량 수리를 받았으나, 차주인 A씨는 두 달 동안 네 번이나 같은 일을 겪었다. A씨에 따르면 이런 현상 직후에는 차량 출력이 떨어지고, 연비가 나빠진다.

다른 차종인 볼보 XC90의 차주인 B씨도 같은 일을 겪었다고 말한다.

B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름을 가득 넣었을 경우 많이 타면 열흘인데, 호스가 빠졌을 경우에는 거의 일주일 만에 기름을 다 쓴다”고 말했다.

업계는 볼보 차량들의 이러한 결함이 ‘파워펄스’ 부품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파워펄스는 볼보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기술로 공기를 압축시켜 순간적으로 엔진에 주입해 시동 직후의 가속을 돕는 기술이다. 문제는 압축된 공기가 엔진으로 들어갈 때 압력을 견디지 못한 호스가 터지거나 빠지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현재 파워펄스 기술이 적용된 볼보 D5 엔진을 쓰는 차종은 V90, XC60, XC90 세 차종이다. 국내에만 7000대 이상 팔린 인기 차종들이다.

볼보는 해당 결함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나라에서 판매된 같은 차종에도 호스가 빠지거나 파손되는 동일한 결함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볼보코리아 측은 결함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볼보코리아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이런 사실을 인지했지만, 고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어 알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XC90(출처=Volvo)
XC90(출처=Volvo)

■ 소비자 혼란 우려해 결함 사실 은폐?…공식 리콜 발표 두려운 ‘볼보’

볼보의 주장을 두고 일각에선 “볼보가 브랜드 이미지 하락을 우려해 파워펄스 결함을 고의적으로 숨긴 것”이라고 주장한다.

업계에 따르면 파워펄스 기술은 볼보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기술이다. 특히, 파워펄스가 적용된 D5 디젤 엔진은 XC90, S90, V90 등 볼보의 플래그십(기함) 차종에는 모두 탑재돼 있다. 2019년형 S90부터 D5 엔진이 탑재된 차종은 판매가 중단됐으나, 2018년까지는 볼보라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차종 모두 해당 기술이 적용된 엔진을 탑재하고 있던 것이다.

플래그십 차종은 브랜드의 얼굴이다. 이처럼 중요한 차종에서, 그 것도 세단, SUV, 크로스컨트리 등 볼보가 판매하는 모든 차량 라인업의 최정상에 위치한 차종들에서 주행 중 문제를 일으킬만한 결함이 발견된다면 이는 볼보가 쌓아올린 ‘안전한 차’라는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을만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결함이 발생했을 때 리콜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절차도 복잡할뿐더러, 리콜 시행으로 인한 손해도 크다. 또 어느 한 국가에서 리콜을 실시할 경우, 해당 차량이 판매된 다른 국가에서도 리콜의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렇기에 자동차 업체 대부분 리콜보다는 무상수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보통 무상수리는 서비스센터를 찾아온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순정품인 부품으로 교환을 받는다면 중고차 값에 지장이 없다. 또 이런 과정에서 브랜드의 신뢰도가 높아지게 된다.

업체 역시 어차피 고쳐야할 부품이나 결함 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신뢰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하락까지 방지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결과일 것이다.

이에 볼보코리아 관계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부품을 수급하는 과정에서 관련 내용이 늦게 고지됐을 뿐 숨긴 적은 없다”라며 “해당 이슈는 전체 차량이 아닌 일부 고객에서 발생한 문제이고, 또 안전과 직결된 부품의 결함이 아닌 만큼 리콜을 진행할 이유가 없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불편을 겪는 소비자들에게는 무상 수리 조치 및 무상 수리 기간 연장 등의 서비스를 제공했다”며 “우려할 수 있는 소비자를 위해 파워 펄스가 적용된 전체 차량의 무상 수리 및 해당 부품의 무상 수리 기간을 연장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업계 전문가는 안전과 직결된 문제가 아닌 이상 리콜 의무가 없는 현행법과 이를 뒷받침할 기저관련법이 미비한 점을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리콜조치를 취하지 않았거나 리콜율이 낮아도 특별한 패널티가 없는 것은 대단히 큰 문제”라며 “현행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 업체에 강한 벌금을 물릴 만한 방법이 없으니 업체들이 버티기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미국의 경우 동일 차종에서 동일한 결함이 복수 발생하면 정부가 움직인다”며 “국내에선 이런 일이 거의 없을 뿐더러 징벌적 배상제도 등 기저관련법이 갖춰져 있지 않아 업체들 역시 무상수리로 넘기려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결함이란 자동차 제작사의 잘못이며, 소비자는 피해자일 뿐”이라며 “정부가 소비자 중심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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