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지만 불편한 일회용품⑩

[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다른 날과 크게 다를 것 없는 7월 어느 아침이다.

분주하게 출근을 준비하던 찰나, 가장 중요한 녀석을 빠뜨린 것이 생각나 얼른 쟁반 하나를 들어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30초 남짓 멍하니 서서 더 생각했다. 아차, 손수건과 텀블러를 빼먹었다.

1분 1초가 아까운 아침 시간이라 마음이 급했지만 오늘 필요한 것들은 모두 챙긴 것 같아 안심하고 현관문을 열었다.

출근 길 지하철, 에코백 안을 꽉 채운 쟁반을 바라보니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앞섰다.

그렇다. 지난번에 이어 오늘도 일회용품 없이 살아보기에 도전한다.

집에서 챙겨온 쟁반, 텀블러, 손수건.
집에서 챙겨온 쟁반, 텀블러, 손수건.

■지난날의 실패와 키오스크

지난달 한 아이스크림 전문점에 밀폐용기를 들고 포장을 주문했다 실패한 기억이 떠올라, 오늘 출근길부터 걱정이 앞섰다.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그날의 풍경이 머릿속에 빠르게 스친다.

점심시간에 내가 이 쟁반을 들고 메뉴를 주문할 때 쯤 나는 무슨 말을 하고 있을까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회사 앞이다.

일단은 오전 업무에 집중했다. 고민한다고 오늘 내가 도전해야 할 일이 사라지지 않으니.

어느덧 점심시간, 사무실에 있던 기자 둘과 가까운 롯데리아에 향했다. 가방에 쟁반 1개, 텀블러 1개, 손수건 1개를 챙기고 “케첩은 안주셔도 됩니다”를 주절거리며 오늘의 목표지에 도착했다.

매장 문을 열자마자 고민에 빠졌다.

요즘은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시스템을 잠시 망각했었기 때문. 나는 오늘 특별한(?) 주문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기계의 도움을 받기 보다는 직접 직원과의 소통이 더 필요했다.

바쁜 점심시간이기도 하고 해서 일단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한 후 어떻게 의사 전달을 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주문부터 난관이었다.

일단 주문은 키오스크로 마친 상태라 내 번뇌가 길어지면 뜻하지 않은 일회용품을 잔뜩 줄 수 있어 일단 부딪혀 보기로 했다.

키오스크로 점심 메뉴 주문하는 송수연 기자.
키오스크로 점심 메뉴 주문하는 송수연 기자.

■1초의 당황 후 응대

프런트에 다가가 직원을 불렀다.

그리고 “일회용품 없이 살아보기를 하고 있는데, 가능하면 햄버거 포장지와 감자튀김 포장지를 받고 싶지 않습니다”고 말했다.

기자의 말을 듣고 직원은 잠시 멈칫하긴 했지만 곧바로 응대를 시작했다.

직원은 “어떻게 도와드리면 될까요”라고 물었고 나는 그제야 가방에서 집에서부터 준비한 쟁반을 꺼내 들며 설명했다.

여기에 아무런 종이도 깔지 마시고 그냥 햄버거와 감자튀김, 음료만 달라고 말이다.

텀블러는 챙겼지만 꺼낼 필요가 없었다. 이미 매장 내에서는 다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혹시나 해서 챙긴 이 녀석(텀블러)은 짐만 됐다.

잠시 후 직원은 “주문하신대로 해주겠다”고 안내했다.

■ 직원과 완벽한 호흡

각자 주문한 메뉴를 받아 착석했다.
각자 주문한 메뉴를 받아 착석했다.

기자의 주문번호는 119번이다.

매장 내 순번을 알리는 모니터에 118번이 떴다. 긴장하며 바로 있을 내 순서를 기다렸는데 나는 친히 직원이 따로 불렀다.

“119번 손님! 주문하신 메뉴 나왔습니다” 어쨌거나 달려가 내가 주문한 메뉴가 잘 나왔는지 확인했다.

잘 나왔다.

직원은 내가 주문한 음식을 들고 가려고 하자 “케첩 드릴까요?”라고 물었고 나는 오면서 중얼거린대로 “케첩은 안주셔도 됩니다”라고 말했다.

먹고 싶었지만, 받고나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쓰레기 때문에 이내 거절했다.

자리로 이동하며 내가 받은 음식들을 살펴봤다. 훌륭했다. 모조리 먹고 나면 나오는 쓰레기는 제로(Zero)이다.

따로 말씀드리지 않았는데 빨대와 휴지도 주지 않았다. 아마도 내 취지를 잘 이해해서 그렇다는 생각을 해본다.

■ No Waste 성공!

주문한 메뉴를 맛있게 먹었다.

기자는 식사 후 단 한 톨의 쓰레기도 만들지 않았다. 쟁반에 감자튀김에서 나온 약간의 기름이 나왔는데 가지고 온 손수건으로 대강 닦아 가방에 넣으니 문제없었다.

손수건으로 쟁반을 정리하는 송수연 기자.
손수건으로 쟁반을 정리하는 송수연 기자.

함께 온 다른 기자들의 쟁반을 살펴봤다.

햄버거를 보기 좋게 덮어두었던 포장재와 감자튀김 포장재, 케첩 패키지, 빨대 등이 늘어져 있었다.

포장재와 빨대가 없다고 해서 식사에 불편함은 전혀 없었다. 케첩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함께한 기자들이 한 마디씩 했다.

“앞으로 매장에서 먹고 가는 경우는 이렇게 나와도 될 거 같아요”, “생각보다 쟁반에 기름도 안 묻고 할 만해 보이네요” 등의 관람기다.

패스트푸드라는 음식 특성상 미리 햄버거를 포장해두고 판매하는 경우가 많지만, 조금만 더 신경 쓴다면 매장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롯데리아에 제안하고 싶다.

“No Waste(쓰레기 없는) 매장을 업계 최초로 도전하는 것은 어떠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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