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지만 불편한 일회용품⑧

미국, 프랑스, 영국, 대만 등 세계 각국서 '빨대 아웃' 움직임
사회적 요구 확산에 국내 스타벅스·엔제리너스 대체품 마련...다른 커피전문점도 고심中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규제가 시작 된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놀라운 변화가 벌어졌다. 국내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 매장 내 무분별하게 사용되던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대부분 사라지게 됐다.

환경 전문가들은 퇴출 대상의 다음 타자로 플라스틱 빨대를 일제히 지목하고 있다. 종이 빨대 등 대체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이디야커피, 투썸플레이스 등 대형 커피전문점에는 아직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가 자리 잡고 있다.

우리 삶 속에 엄청난 규모의 쓰레기를 양산하던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사라졌듯, 또 다른 ‘골칫덩어리’ 플라스틱 빨대도 곧 사라지는 날이 올까?

■’빨대의 고향’ 美워싱턴도 OUT

(출처=PIXABAY)
(출처=PIXABAY)

플라스틱 빨대가 각 나라마다 공공의 적으로 급부상 중이다. 해외 각국 정부는 앞 다퉈 플라스틱 빨대 퇴출을 서두르고 있어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일회용 빨대를 보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환경운동연합 측에 따르면 EU는 2021년까지, 인도는 2022년까지 플라스틱 사용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대만의 경우 당장 이달부터 정부 공공기관, 학교, 백화점 및 쇼핑몰,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 등의 매장 내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의 사용을 금지키로 했다.

앞서 캐나다 밴쿠버는 올해 6월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규제하고 있으며, 미국 워싱턴‧캘리포니아‧시애틀은 플라스틱 빨대를 규제 중이다.

특히 플라스틱 빨대를 탄생지로 알려진 미국 워싱턴에서 조차도 일회용 빨대에 대한 규제가 시작됐다는 점을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프랑스, 영국, 인도 등의 국가는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빠르면 내년부터 늦어도 2030년까지 1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규제하는 정책과 대안이 마련되고 있다.

청년 비영리민간단체 통감 진지홍 대표는 “작년 8월부터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시행됐지만 빨대는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며 “대체재가 없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종이빨대, 옥수수빨대 등 친환경 빨대와 실리콘빨대, 스테인리스빨대, 대나무빨대 등 생각보다 다양한 대체재들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서울환경연합 신우용 사무처장은 “일회용컵 빨대의 경우 일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저감 노력을 기울이는 것 외에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영국 등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우리 정부도 하루 빨리 법으로 규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시행령을 개정을 호소했다.

■“종이 빨대‧드링킹 리드 등 대체재 있긴 한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자원재활용법)’ 시행령이 규정하는 일회용품에 들어있지 않다. 다시 말해 사용억제‧무상제공 금지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때문에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는 대부분 일반폐기물로 버려지고, 얼마만큼 생산하고 수입하는지 얼마만큼 폐기하는지 정확한 통계 자료조차 없어 일회용 플라스틱 컵의 사용량에 견줘 추정하는 실정이다.

정부 차원 규제를 이뤄지고 있지 않지만 의식 있는 몇몇 업체들은 한 발 앞서 플라스틱 빨대를 매장에서 치우고 종이 빨대 등 새로운 대체재를 도입 중이다.

(출처=스타벅스)
(출처=스타벅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일찌감치 국내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퇴출시킨 대표적인 업체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11월 26일부터 종이 빨대를 전국 매장으로 확대 도입함과 동시에 빨대 없이 아이스 음료를 바로 마실 수 있도록 리드를 함께 사용하기 시작했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스타벅스 코리아에서 사용된 플라스틱 빨대는 연간 약 1억8000만 개로, 이는 지구 한 바퀴에 육박하는 총 37,800km 길이다. 스타벅스는 종이 빨대 도입으로 연간 126톤의 분량의 플라스틱을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게 됐다.

또한 빨대가 필요 없는 리드를 전국 매장에 도입한 이후 월 평균 빨대 사용량이 도입 이전 대비 50%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새로운 리드 도입 이전 월 평균 약 1,500만개가 사용됐던 일회용 빨대가 절반 수준인 월 평균 약 750만개로 감소하는 효과를 보인 것.

기존 상시 비치하던 빨대도 필요한 고객에게만 직원이 1개씩 직접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꿈으로써 일회용 빨대 사용량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효과도 보고 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빨대 사용량이 많은 하절기에는 빨대 없는 리드 제공을 통해 더 많은 일회용 빨대가 감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향후 70% 이상 빨대 사용량을 감축하는 것을 목표”라고 말했다.

(출처=엔제리너스커피)
(출처=엔제리너스)

엔제리너스는 지난해 8월 업계 최초로 드링킹 리드를 도입해 정착시켰다. 엔제리너스 역시 빨대는 따로 요청하는 고객에게만 제공한다.

엔제리너스 관계자는 “전년 동기 대비 30~35%정도 빨대 사용량이 줄었다. 리드 사용에 대해 고객들도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중”이라며 “오히려 환경보호 취지에 대해 공감하는 등 고객들 반응도 우호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투썸플레이스, 이디야커피 등 다른 대형 커피전문점들도 플라스틱 컵 줄이기에는 동참하고 있지만 플라스틱 빨대 퇴출 문제는 아직 고심 중이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플라스틱 빨대의 교체는 장기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현재 직영점에서 생분해소재 빨대를 테스트 운영 중에 있다. 충분한 검토를 거친 후에 가맹점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투썸플레이스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일부 직영점에서 시범적으로 빨대가 필요 없는 리드를 사용 테스트 기간을 거친 뒤 올해 5월 말부터 전 지점에 확대해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며 “다만 남아있는 빨대 소진 문제 등 가맹점주들과 논의해야 할 부분이 남아있어 타사처럼 단번에 적용하긴 힘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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