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과 KT를 불법 보조금 살포 혐의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신고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지난 24일 방통위에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제13조에 따른 실태 점검과 사실조사를 요청하는 신고서를 제출했다.

경쟁사인 SK텔레콤과 KT가 5G 가입자 확보를 위해 불법 보조금을 살포했다는 이유에서다. 방통위는 LG유플러스가 제출한 신고서를 바탕으로 조사 대상과 방법‧시기 등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5G 가입자 유치를 위해 마케팅 비용을 쓴 것은 SK텔레콤이나 KT뿐만이 아니다. 신고자인 LG유플러스 또한 수천억 원에 달하는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었다. 이는 LG유플러스 또한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는 LG유플러스가 사실상 자진신고를 하게 된 배경으로 오는 8월 출시될 예정인 갤럭시노트10을 지목한다. 올해 후반기 이동통신시장에 등장할 스마트폰 중 5G 단말기는 갤럭시노트10 정도뿐이기 때문이다. 아이폰의 경우 LTE모델만 출시될 예정이며, 갤럭시폴드는 5G 모델이지만 판매 물량이 최대 5만대 수준으로 5G 가입자 유치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갤럭시노트10 출시에 맞춰 이통 시장의 5G 가입자 유치 경쟁이 과열될 조짐이 보이자, 전반기 마케팅 비용 부담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LG유플러스가 먼저 방통위 등 규제기구를 시장에 끌고 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통3사
이통3사

실제 증권업계에선 다음달 2일 실적발표를 앞둔 이통3사 중 LG유플러스의 영업이익 하락폭이 가장 클 것으로 관측한다.

업계는 규제기구가 개입된 만큼 5G 가입자 유치전이 가라앉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5G 상용화 이후 이통3사 가입자 비율이 기존 5:3:2에서 4:3:3으로 개편된 만큼 업계 2위를 지키기 위한 KT와 업계 2위를 탈환하기 위한 LG유플러스의 경쟁이 과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집계 기준 KT와 LG유플러스의 가입자 격차는 4만대 수준에 불과하다.

일각에선 LG유플러스가 자충수를 둔 것이 아닌가 우려한다.

전술했듯 KT와 LG유플러스의 5G 가입자 점유율이 거의 비슷하다. 이는 전반기 마케팅이 효과가 있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후반기에도 지금과 같은 기조를 유지할 경우 업계 2위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LG유플러스는 시장 상황이 유리하게 흘러가는데도 불구, 스스로도 자유롭지 못할 불법 보조금 살포 혐의로 규제기관을 시장에 끌어들였다. 어찌 보면 업계 2위에 올라설 수 있었던 기회를 스스로 내려놓은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5G 서비스 개시 이후 각사는 망구축이나 요금제 등으로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 보조금을 통한 가입자 유치에 열이 올라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시장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방통위에 신고서를 제출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전반기처럼 마케팅 비용을 계속 쏟아 붓는다고 2등 자리에 올라설 수 있는 것도 아니”라며 “공정한 경쟁을 통해 2등 자리에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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