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국내 한 사모펀드가 국내 항공업계를 휘젓고 있다. 한진그룹과 경영권을 분쟁 중인 강성부 펀드 KCGI가 이번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을 검토하겠다고 나선 것이 원인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KCGI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실제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에 매각 관련 투자설명서를 송부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KCGI는 현재 한진칼 2대주주로 지분 15.98%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KCGI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되면 국내 대형항공사(FSC) 2곳의 경영에 참여하는 셈이다.
그러나 항공 업계는 KCGI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검토 소식에 못마땅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당 사모펀드의 자금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이미 한진그룹 경영권 싸움에서 밀리면서 드러난 사실이다”며 “그들의 인수전 참여가 진정 아시아나항공과 국내 항공업계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한진그룹이 안 되니 상대적으로 만만해 보이는 아시아나항공에 도전하겠다는 것인지 진의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실제 KCGI는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 지분 15.98%로 올해 초 정기주총에서 대표이사 교체 등 경영권을 위협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지분 추가 매입 등으로 대한항공뿐만 아니라 한진그룹 전체의 지배 야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델타항공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며, KCGI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우군으로 나서면서 KCGI의 한진그룹 경영권 확보는 좌절된 상황이다.
현재 델타항공은 한진칼의 지분 4.3%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후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아 지분을 최대 10%까지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한진그룹 경영권 확보에 실패한 KCGI가 다음 타깃으로 아시아나항공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는 KCGI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KCGI가 최대 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에는 자금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KCGI는 앞서 한진칼의 지분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500억 원을 주식담보 대출로 받았다. 만기 연장이 이뤄지지 않은 미래에셋대우의 대출금 400억 원은 상환했지만, 추가 대출금 상환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KCGI는 중소 증권사나 저축은행에서 자금을 융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 현행법에 따르면 특정 기업이 다른 상장사 지분 15% 이상을 보유하게 되면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를 하도록 돼 있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경우 금호산업이 보유 중인 아시아나항공 지분 31.0% 전량을 원매자가 갖게 된다.
이미 15%가 넘는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KCGI가 아시아나항공까지 인수할 경우 시장 독과점 문제가 발생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에서 불허를 받을 가능성도 높다. 정부가 반대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KCGI가 모를 리는 없다. 그럼에도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는 KCGI가 아시아나항공 인수 검토라는 카드를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은 물론, 투자자들을 독려해 자금 우려를 해소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분석한다.
이에 KCGI 관계자는 “아직 초기단계인 만큼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세부적으로 정해진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KCGI는 앞서 한진칼에도 아시아나항공을 공동 인수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에 한진칼 측은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업계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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