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일자리, 편견과 차별을 넘어⑰

[컨슈머치 = 김현우 박지현 전향미 기자] 장애인(障礙人). 「장애인복지법」 제2조에 따르면 ‘장애인’이란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를 말한다.

뜻 그대로 일상‧사회생활이 불편한 사람들이다. 우리는 당연히 장애인을 ‘배려’와 ‘도움’, ‘보호’가 필요한 존재로 여긴다.

하지만 최혜영 한국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장은 비장애인은 장애를 다름과 개성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장애인은 스스로 당당해져야 한다고 당부한다.

“장애인은 전혀 동정의 대상이 아니에요.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장애인’이 아닌 ‘한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인식 개선이 필요해요”

<컨슈머치>는 여의도에 위치한 이룸센터에서 최혜영 센터장과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최혜영 한국장애인식교육센터장(출처=컨슈머치)
최혜영 한국장애인식교육센터장(출처=컨슈머치)
Q. 한국장애인식교육센터의 소개를 부탁드린다.

한국장애인식교육센터는 2009년 설립됐다. 비장애인 없이 중증장애인이 모여서 만든 단체로 일련의 과정을 거쳐 능력이 입증된 장애인 강사가 비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을 진행한다.

설립 초기에는 초‧중‧고교 위주로 교육을 진행했지만 현재는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강의는 일방적인 정보 전달보다는 휠체어 타기, 국가대표 선수들과 스포츠, 토크쇼, 인형극 등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활동적인 프로그램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

또 우리 센터는 강사 선정을 꼼꼼하게 하는 편으로 유명하다. 보통 연간 20명의 강사를 양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

우선 서류심사를 통해 20명을 추린다. 합격한 20명을 데리고 강사 양성 교육을 시작하는데, 이들은 40시간 이상의 이론교육을 시작으로 실기와 보수교육을 통해 강사로 거듭난다. 평가는 총 두 번 이뤄진다. 실기와 보수교육 간 한 번씩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20명 중 1명만 통과할 때도 있고, 잘 될 땐 10명 정도가 통과하는 경우도 있다.

최종 합격한 사람에겐 위촉장을 수여하는데, 바로 강의를 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선배 강사의 강의를 참관시키고, 강의 일지를 내게 한다. 이후 강의를 혼자 진행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되면 단독 강의를 진행한다.

단독 진행이 가능한 강사들도 1년에 한 번씩 시험을 치르며, 매년 변하는 장애 트렌드에 따라 필요한 보수교육을 이수토록 한다. 이런 체계적인 관리 덕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등 국가기관과 장애계 단체 등에서는 우리 센터를 좋게 평가하고 있다.

Q. 10년 동안 장애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고 보는지?

언어라든지 시선이라든지 많이 변하긴 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로 인식이 변화돼서 바뀐 것인지, 아니면 법이 바뀌어서, 제도가 있어서 바뀐 것인지, 아니면 장애인들은 착하게 대해줘야 한다는 주변 사람들의 인식 때문에 가식적으로 변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예전에는 차별을 해도 처벌을 할 수 있는 근거(법)가 없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하면 안 되니까. 만약 이런 것 때문에 변하게 된 것이라면 인식 자체가 변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Q. 초‧중‧고교 위주로 진행한다고 했는데, 어릴 때 교육을 받는 것이 중요한지.

인식개선이라는 건 본인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을 버리고 새로운 생각을 넣는 것이다.

노인을 강의하면 알 수 있는데, 장애인 강사를 만나면 “어머~ 뭐하다가 장애인이 됐을까?”라는 식으로 굉장히 안타까워한다. 강의할 때는 잘 들어주신다. 그런데 강의가 끝나면 “어유~ 어떻게 해~ 안타까워~”라는 얘기가 다시 나온다.

사실 장애인이 안타까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은 아니다.

살아온 시간이 길수록 장애에 대한 인식이 ‘동정’으로 자리 잡게 되는 것 같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어릴 때부터 장애를 ‘동정’이 아닌 ‘다름’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장애를 가진 학생들과 비장애인 학생들이 어려서부터 함께 지낸다.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장애인에 대한 감수성이 형성된다.

그런데 국내는 특수학교 등을 통해 따로 교육을 진행한다. 결국 방법은 제도가 바뀌든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을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교육을 잘 해야 한다. 장애인식개선교육은 장애인에 대한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휠체어를 탄 사람을 장애인이라 하는거야~”를 배우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애인이라는 용어를 배우기 이전에 ‘다양성’ 등을 인지시키는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자칫 잘못된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Q. 장애인이 취업을 하면서 장애 인식 부족으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은?

한 예로 교육 중에 인사담당자에게 “장애인 채용을 왜 하지 않느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그는 “장애인을 채용했다가 사고가 나는 등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하느냐”라고 답했다.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이런 두려움 때문에 차라리 비장애인을 뽑고 벌금을 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사담당자가 걱정하는 일은 비장애인을 채용해도 생길 수 있는 일이었다. 똑같이 생길 수 있는 일인데, 단지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채용을 거부한다.

취업 이후에도 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에 어려움이 발생하기도 한다.

척수장애인들은 대‧소변 조절이 안 된다. 뭔가 잘못 먹거나 해서 실수를 하면 회사에서 처리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만큼 중간에 집에 가야만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럴 때 비장애인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될 수 있다. “일이 산더미처럼 밀려있는데, 그럴 시간이 있나” 생각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 청각장애인들에게 질문을 하면 그들은 보이는대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비장애인이 질문했을 때 대놓고 “아니, 난 다르게 생각하는데”라는 식이다.

청각장애인은 듣고 말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만큼 단어의 선택 폭이 적을 수 있다는 이해가 없다면 비장애인이 충분히 오해를 할만한 상황이다.

Q. 장애인 차별이나 오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장애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15개의 장애 유형 나눠서 관리한다. 의료적 판단을 통해 개인에게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그렇지 않다. 장애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환경의 문제로 본다.

미국은 장애를 그저 언어를 못하는 것과 별반 다르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의사소통에 전혀 지장이 없는 내가 미국에 가면 듣지도, 말하지도 못한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니 그야말로 청각장애인과 다를바 없다. 생활에 어려움이 있고 제약이 생긴다.

단지 미국이라는 사회에서 한국인이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해 의사소통을 할 수 없게 한 것일뿐이다.

미국에서는 장애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이 정도로 받아들인다. 우리나라와 장애를 바라보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

평상시에 난 내가 장애인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진 않는다. 내 인생이 불쌍하거나,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끔 불편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서 내가 강의를 위해 약속된 장소에 도착하니 강의실은 5층이고 이용가능한 승강기가 없는 상황이다. 
이는 나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을 위한 승강기가 갖춰지지 않은 건물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이 우리나라에도 보편화 되는 것이 실질적인 장애 인식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Q. 장애인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 있다면?

당연히 인식이다.

그런데 그에 앞서 정책‧제도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법적으로 인식개선교육이 의무화되니까 인식 개선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 않는가. 이런 제도가 없었으면 인식이 변화될 기회조차 없었다고 본다.

장애 인식이 바뀌기 위해서는 장애를 신체적‧정신적‧개인적인 문제로 규정짓는 현재의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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