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일자리, 편견과 차별을 넘어⑭

[컨슈머치 = 김은주 김현우 송수연 기자] 커리어플러스센터에서는 발달장애인이 비장애인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장애인 취업 지원 시 장애 당사자의 강점을 파악해 본인에 맞는 직무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도 하고, 발달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직무 발굴 사업도 진행한다.

또 단순 취업 연계에 그치지 않고 취업 후 업무 및 현장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잡코치(Job Coach)가 회사에 함께 근무하며 관리하도록 한다.

김혜미 커리어플러스센터장(사진 출처=컨슈머치).

<컨슈머치>는 커리어플러스센터 김혜미 센터장을 만나 장애인 고용에 있어서의 잡코치 역할에 대해 들어 봤다.

김혜미 센터장은 사단법인 함께가는 서대문 장애인 부모회의 초창기 멤버이자 2대 회장이었다. 또 전국장애인부모연대에서도 이사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2014년에는 제7대 서대문구 의원으로 당선돼 잠시 정치생활도 했었다.

커리어플러스센터장으로 취임한지는 이제 막 한 달 남짓이지만 장애인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쌓은 이력이 풍부해 장애인 고용 및 인권 등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잔뼈가 굵다. 

김혜미 센터장은 인사 후 자연스럽게 발달장애인 고용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저희 센터에서 발달장애인 인턴십 제도를 운영하고 있거든요. 인턴십은 최장 3개월간 이뤄지는데요. 

‘인턴이어도 공백기 없이 일할 수만 있어도 참 좋겠다’라고 진심이 좀 섞인 농담을 하죠. 중증장애인 친구들은 인턴 경험에서 큰 행복을 느끼거든요. 일하고 있다는 자체가 행복인 거죠”

커리어플러스센터는 발달장애인의 직무별 역량을 개발해 사업장과 연계한 인턴십을 운영한다. 인턴 기간 동안 발달장애인은 약 35만 원가량의 급여를 받는다.

발달장애인의 인턴십 제도는 보호작업장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보호작업장의 월평균 수입(5~10만 원) 보다 많은 돈을 받는 것도 차이라고 할 수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인턴십을 통해 일하게 되면 비장애인과 어울려 생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장애인들로만 구성된 보호작업장에서 벗어나 비장애인들과 어울리는 것은 이들에게는 중요한 현장 훈련이자 경험이죠. 요즘 기업들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도 많이 받는데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것 자체가 살아 있는 교육된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인에게 일자리는 경제적인 자립 외에도 많은 의미가 있다고 한다. 특히 발달장애인 같은 중증 장애인의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아마도 ‘나도 당신들과 똑같아’라고 느낄 것 같아요. 어떤 곳에 갇혀 분리된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예를 들면 복지관에서만 활동하는 것이 그런데요, 거기서 나와 비장애인과 함께 일하니 얼마나 신나겠어요”

그러나 현재까지 발달장애인들에 비해 일 할 수 있는 곳은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발달장애인 고용 후 원하는 만큼의 고용 효과를 보지 못해 찾는 사업장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장애 특성상 발달장애인의 경우 인지능력과 의사소통이 어려운데 이 점이 고용에 발목을 잡고 있단다.

김혜미 센터장은 이 때문에 잡코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잡코치는 친구들(장애인)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해요. 직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을 보조해주고 근무 시간에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는 친구가 있다면 그 부분을 개선할 수 있게 조언을 해주는 말 하자면 조력자인 거죠”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잡코치가 해결해 준다.

“예를 들면 (장애인) 혼자서 결정하기 힘든 일이 있으면 잡코치에게 의논할 수 있고 비장애인과의 소통도 원활하게 해줘요.

센터로 돌아온 잡코치들은 관련 사례를 정리하고 관리합니다. 또 한 달에 두 번 교육도 받고요. 정리된 사례는 다른 잡코치가 같은 상황에 닥쳤을 때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좋은 지표가 되기도 합니다”

김혜미 센터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추진되는 장애인 일자리 정책에 대해 대체로 만족하지만 고용안정화 부분도 세심히 살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은 중증 장애로 분류되기 때문에 한 직장에서 1년 이상 일하기 쉽지 않기도 하고, 기업들은 실적내기용으로 채용한 뒤 정규직 전환은 시키지 않는 문제도 있어요. 이왕이면 고용 안정 부분도 병행되는 지원이 이뤄졌으면 하는데, 잡코치를 이용하면 고용 안정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김혜미 커리어플러스센터장(사진 출처=컨슈머치)
김혜미 커리어플러스센터장(사진 출처=컨슈머치)

잡코치를 활용한 구체적인 대안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발달장애인은 장시간 근무가 힘들어서 보통 하루 4시간 근무를 해요. 저희와 함께 연을 맺고 발달장애인을 고용한 신세계푸드를 예로 들어 볼게요.

발달장애인 4명이 한 조를 이뤄 오전, 오후에 각각 투입돼요, 장애인 4명에 잡코치 1명이 붙는데, 직장에 적응 지원을 충분히 해주니 능률도 오르고 사업주도 만족도가 높아요. 실제로 신세계푸드는 추가로 발달장애인을 고용했어요”

김혜미 센터장은 기업들이 고민하고 있는 장애인 의무 고용을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잡코치' 제시했다.

잡코치의 지도가 있으면 장애인 고용 시 사업주가 우려하는 부분들을 해소할 수 있고 청년 일자리까지 창출되는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장애 특성상 발달장애인은 보통 4시간을 근무하는 형태로 일해요. 그렇다면 경증 장애인 1명을 쓰는 대신 발달장애인 2명을 쓰면 장애인 고용이 배로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잖아요. 게다가 현행법상 중증장애인 채용은 배수로 쳐주고 있어요. 1명 고용 시 2명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죠. 그렇게 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의무고용 부담금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청년을 대상으로 잡코치를 양성해 기업으로 파견하면 발달장애인 등 중증장애인이 고용될 때마다 청년의 일자리까지 생기는 부가적인 효과도 볼 수 있으니 이 보다 더 좋은 대안은 없겠죠"

때문에 발달장애인과 잡코치라는 고용 모델이 함께 근무하는 형태가 전국적으로 확산됐으면 하는 것이 본인의 바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자질이 없는 잡코치가 파견될 것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교육이 미흡한 잡코치가 사업장에 파견되면 오히려 노동 현장 분위기가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잡코치는 룰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육이 정말 중요해요.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도 높아야 하고 장애 당사자와도 긴밀함이 있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잡코치 양성 교육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들의 자질과 능력을 충분히 평가할 수 있는 기관이 관리를 잘해야 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김혜미 센터장은 기업들에게 장애인 의무 고용률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대기업 등에서 의무 고용률만 잘 지켜도 장애인들이 일 할 자리가 많이 늘어나거든요.

벌금 내지 말고 고용하시고, 고민된다면 저희 사업모델도 한 번 시도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또 발달장애인과 잡코치라는 고용 모델이 빨리 자리 잡기를 바랍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