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분이 짊어질 6년간 밀가루 담합의 대가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대한제분 등 7개 제분사는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6년간 24차례 회합을 갖고 밀가루 공급가격의 인상·인하 폭과 시기, 거래처별 공급물량을 합의했다.

7개 제분사의 기업 간 거래(B2B) 밀가루 시장 점유율은 2024년 매출 기준 87.7%에 이른다.

이에 공정위가 지난 5월 20일 부과한 과징금은 역대 최대인 6710억 원으로, 이 가운데 대한제분 몫은 사조동아원(1831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793억 원이었다. 지난해 대한제분의 연결 영업이익(623억 원)의 세 배에 이르는 규모다.

■공정위 과징금 1120억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월 20일 대한제분에 대한 과징금을 1792억7300만 원으로 발표했다.

회사는 반기보고서에 "7월 14일 공정위 의결서 통지 및 과징금 납부고지서를 수령했으며, 확정 과징금이 1120억4500만원으로 변경돼 반기 재무제표에 반영했다"고 기재했다. 당초 발표보다 672억 원 정도가 줄었다.

대한제분은 2025년 결산에서 추정액 943억5400만 원을 기타충당부채로 인식했고, 이는 지난해 연결 당기순손실 251억 원의 주된 원인이 됐다. 7월 과징금 확정액이 늘자 차액 176억9100만 원을 2분기에 '잡손실'로 반영했다.

■판매가격 내렸지만…추가 인하 가능성

대한제분은 공정위의 제재를 받기 전 밀가루 판매가격을 인하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16일 대한제분 등 7개 제분사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하고, 올해 1월 7개사와 임직원 14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어 검찰은 2월 2일 6개 밀가루 업체를 기소했다.

그 가운데 대한제분은 올해 1월 28일 밀가루 가격을 평균 4.6% 내린다고 발표하고 2월 1일부터 시행했다. 검찰의 기소에 하루 앞서 인하가 시행됐다. 회사는 인하 이유로 "원·달러 환율 안정화 추세와 정부의 물가 안정 시책 동참"을 들었다.

인하율을 지난해 소맥분 부문 매출(4566억 원)에 단순 적용하면 연간 매출이 210억 원 안팎이 줄어든다.

여기에 더해 공정위는 5월 20일 과징금과 함께 가격재결정 명령을 내렸다. 담합 이전 경쟁 수준으로 가격을 다시 정해 서면 보고하라는 조치로, 20년 만의 발동이다.

이행하지 않으면 「공정거래법」 제125조에 따라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대한제분은 2월 인하에 이어 추가적인 인하를 단행해야 하는지 등 명령 이행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담합 중 받은 정부지원금 471억, 환수 검토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밀 가격이 급등하자 2022년 6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제분업계에 밀가루 가격안정 지원사업 보조금 546억 원을 지급했다. 이 중 471억 원을 대한제분을 포함한 담합 적발 7개사가 받았다.

보조금을 받은 9개월의 기간 역시 담합 기간 안에 포함돼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상 '거짓·부정한 방법에 의한 수급'이나 '지급요건 미충족'에 해당하는지 환수를 검토 중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있으며, 공정위 의결서 송부 후 절차가 진행된다. 대한제분에 대한 의결서는 7월 14일 통지됐다.

농식품부는 별도로 5월 20일자로 제분업체 경영안정자금 지원 대상에서 7개사를 전원 제외했다.

■손해배상 소송…두 번째 담합 적발

여기까지가 6년간의 담합에 대한 공적인 책임이었다면, 추후 사적인 책임도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기 지역 중식당 12곳은 지난 7월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7개 제분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피고 명단에 대한제분이 포함됐다.

법무법인(유) LKB평산 집단소송센터가 대리한다. 현재 청구액은 원고당 100만 원의 일부청구이며, 대리인 측은 구매 내역과 정상가격 감정을 거쳐 청구액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제과협회도 지난 6월 회원사를 대리한 소송 추진 방침을 알렸다.

밀가루 담합 관련 소송은 선례가 있다.

2006년 밀가루 담합 이후 삼립식품이 CJ제일제당과 삼양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서울고법은 2010년 10월 CJ제일제당에 123억5000만 원, 삼양사에 22억7000만 원의 배상을 명했고 대법원이 확정했다(2010다93790).

법원은 손해액을 "실제 지급가격과 담합이 없었을 경우의 경쟁가격 간 차액"으로 산정했고, 피고들의 손해전가 항변은 기각했다. 원고가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했더라도 배상액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게다가 대한제분의 담합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06년에 위 소송의 피고는 아니었지만, 같은 혐의로 121억 원의 과징금을 받은 바 있다.

[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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