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비자가 보관해 둔 엔진오일을 사용한 후 차량 엔진이 손상됐다며 제조사에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소비자 A씨는 엔진오일 3통을 구입해 일부를 사용한 뒤 남은 엔진오일을 밀봉해 보관했다.

이후 약 5개월이 지나 남은 엔진오일을 차량에 주입하던 중 오일이 물컹하게 변질된 것을 발견했다. 

A씨는 해당 오일을 빼내고 새 엔진오일을 넣었지만, 이후 차량을 운행하던 중 오일 경고등이 켜졌고 엔진이 손상됐다. 

A씨는 엔진오일의 제조상 결함으로 고장이 발생했다며 제조사 측에 수리비 배상을 요구했다.

반면 제조사는 엔진오일 자체의 결함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특히 차량에서 채취한 오일에서 몰리브덴 성분이 다량 검출된 점을 들어 첨가제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자동차, 수리, 고장, 정비(출처=PIXABAY)
자동차, 수리, 고장, 정비(출처=PIXABAY)

한국소비자원은 제조사의 고지의무 위반 책임만 인정하고 수리비의 50%를 배상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조사 결과 젤화된 엔진오일이 오일 필터와 오일 스트레이너에 달라붙으면서 엔진오일이 제대로 순환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피스톤과 실린더 벽이 마찰하면서 엔진 고장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엔진이 마모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금속물질로 인해 시료에서 몰리브덴 성분이 다량 검출된 것으로도 분석됐다.

A씨가 주장한 엔진오일 자체의 제조상 결함은 인정하지 않았다. 개봉한 엔진오일을 약 5개월간 베란다에 보관한 뒤 사용한 점, 같은 시기에 구입한 미개봉 제품에는 문제가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보관 과정에서 변질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여러 차례 실시한 시료 분석 결과도 서로 달라 분석 결과만으로 제조상 결함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제조사가 보관상 주의사항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점은 문제로 인정했다.

제조업체가 개봉한 엔진오일의 재사용이 불가능하다면 이를 명확히 안내하고 재사용이 가능하다면 밀봉 방법과 보관 환경·기간 등 주의사항을 용기에 표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A씨에게도 손해를 키운 책임이 있다고 봤다. 젤화된 엔진오일은 단순히 드레인 플러그를 열어 배출하는 것만으로 완전히 제거하기 어려워 전문업체를 통한 분해세척이나 폴리싱 등의 조치가 필요했지만 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오일 경고등을 뒤늦게 발견한 데다 경고등을 확인하고도 즉시 차량을 세우지 않고 계속 주행한 점도 손해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은 제조업체가 A씨에게 수리비의 50%을 배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컨슈머치 = 고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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