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 노동자가 설비에 끼여 숨진 HL만도 평택공장에서 같은 유형의 끼임 위험 요인이 다수 적발됐다. 방호장치인 인터락을 해제한 채 설비를 돌린 사실도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8월 18일부터 9월 18일까지 HL만도 평택공장과 하청업체 4곳을 대상으로 산업안전 감독을 실시했다.
그 결과 총 138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했으며, 이 중 86건은 즉시 사법처리하고 52건에는 과태료 2억8000여만 원을 부과할 예정이다.
이번 감독은 지난 7월 22일 하청 노동자가 정비작업 중 설비에 끼여 숨진 사고에 따른 것이다. 노동부는 끼임을 일으키는 기계·설비 위험요인, 도급인으로서의 산재 예방조치, 산업안전보건위원회(산보위) 운영, 원·하청 안전관리체계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봤다.

■원청 125건 적발… 안전보건규칙 위반 3건 중 1건이 '끼임'
원청인 평택공장에서만 125건이 적발됐다. 81건은 사법처리, 44건은 과태료 2억6000여만 원 부과 대상이다.
안전보건규칙 위반 78건 가운데 26건(33%)이 이번 사망사고와 같은 끼임 관련 위반이었다.
방호장치(인터락)를 해제한 상태로 설비를 가동했고, 컨베이어 측면 원동기·체인 등 구동부와 세척시설 상부 모터 연결 벨트에는 덮개나 울을 설치하지 않았다. 컨베이어 끝단부에는 비상정지장치가 없었고, 컨베이어를 건너는 건널다리도 설치되지 않았다.
추락·감전·부딪힘 등 다른 중대재해 예방 관련 규칙 위반도 52건 확인됐다.
MCT 설비 상부 보수작업 때 안전대 부착설비를 갖추지 않았고, 산업용 로봇 인터락장치의 이중절연피복이 손상되고 접지선이 떨어져 있었다. 지게차 작업구간에는 충돌 방지를 위한 출입금지 조치가 없었다.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산재 예방·보호 조치를 소홀히 한 사실도 3건 적발됐다.
■산보위, 2021년 이후 22회 중 5회만 개최
노사가 안전보건 사안을 심의하는 산보위는 사실상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평택공장은 2021년부터 올해까지 산보위 회의를 17회 열지 않았다. 이 기간 실제 개최는 5회에 그쳤다.
올해 산보위를 새로 구성하면서도 법령상 요건을 지키지 않은 채 위원을 꾸린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는 산보위 운영 위반에 과태료 8500만 원을 부과할 예정이다.
이 밖에 안전보건교육 미실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관리 미흡 등 42건에는 과태료 1억7000여만 원이 부과된다.
■사망자 소속 하청업체, 유지보수 때 안전점검 안 시켜
하청업체 4곳에서는 13건이 적발돼 5건이 사법처리되고 8건에 과태료 2천여만원이 부과된다.
숨진 노동자가 소속된 피아로딕스는 기계 유지보수 작업 때 관리감독자에게 안전점검과 이상 유무 확인을 시키지 않은 사실이 확인돼 과태료 1100만 원을 물게 됐다. 나머지 3곳에서는 지게차 충돌 방지를 위한 출입금지 미조치, 벤젠 취급 작업자 특별안전교육 미실시 등이 적발됐다.
노동부는 평택공장에 종합적인 재발방지대책을 세우도록 하는 한편, HL만도 원주공장과 익산공장에 대해서도 감독에 착수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제조공장의 기계·설비로 인한 끼임사고는 기본적인 방호조치와 LOTO(작업 전 전원 차단·잠금 조치)를 통해 충분히 막을 수 있음에도 대기업에서조차 이런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노동자의 생명 앞에 원청과 하청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원칙"이라고 말했다.
[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