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라차차 아빠육아⑧

아이를 키우는데 엄마가 할 일과 아빠가 할 일이 따로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바쁘고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는 첫째 딸에 이어 둘째 딸 출산 후에도 두 달 간의 육아휴직을 선언해 우리 사회에 신선하면서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아빠가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하루 평균 6분으로 OECD 국가 중 꼴찌다.

또한 워킹맘 10명 중 3명은 남편의 도움 없이 혼자서 육아를 도맡는 이른바 ‘독박육아’를 하고 있다.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는 크게 증가했지만 아직도 가사와 양육은 여전히 여성에게 편중돼 있으며 남성의 참여는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육아는 오로지 엄마의 몫이라는 잘못된 사회적 인식이 우리나라를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절벽으로 내몰고 있다. 시대가 변했다.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이제는 아빠들도 유모차를 밀며 육아 전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아빠들의 육아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컨슈머치 = 김은주 김현우 송수연 기자] 남성들이 육아를 위해 휴직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육아휴직자 수는 1만2,000여명을 돌파했고 올 상반기 민간기업의 남성육아휴직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9% 늘어난 8,463명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기업문화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남성 직원을 위해 육아휴직 제도를 새롭게 정비하거나 신설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출산까지 장려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남성육아휴직자들을 지원을 위해 다양한 정책과 콘텐츠를 마련하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男직원 육아휴직 장려 ‘롯데, KT&G’ 적극적

아빠 육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요즘, 기업도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추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롯데그룹이다.

롯데는 지난해 1월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94개 전 계열사에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해당 제도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남성 육아휴직은 최소 1개월 이상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또 휴직 첫 달에는 통상임금의 100%를 보전해준다.

KT&G도 지난 2016년 육아휴직 제도를 재정비하면서 남성 육아휴직자들이 한결 더 마음 편하게 육아휴직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됐다.

먼저 육아휴직 제도의 지원금 규모가 크게 달라졌다.

육아휴직 1년차에 지급되는 정부 지원금 100만 원에 회사가 10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하고 2년차부터는 회사가 200만 원을 온전히 부담해 별도의 소득이 없어도 육아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했다. 또 KT&G의 가족 친화 경영 프로그램 '가화만社성'은 출산 축하와 더불어 아버지 학교 지원 등을 통해 남성의 육아를 장려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올해부터 ‘남성 육아 참여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 도입으로 인해 사내 직원들은 눈치를 보지 않고 1개월 간 휴가를 쓸 수 있게 됐다고 회사 관계자는 말한다.

뿐만 아니라 현대백화점은 1년간 육아휴직을 하는 남성 직원들에게 3개월간 통상임금 100%를 보전하는 정책도 세워 남성이 육아에 나설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G마켓, 옥션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에서도 남성 육아휴직을 지원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배우자 출산 휴가를 14일(유급) 제공한다. 예비 부부 코칭 제도도 마련하고 있고, 출산 선물 지원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달라진 회사 분위기, 男직원 육아휴직 사용은 얼마나?

그렇다면 실제로 사내의 남성 육아휴직자는 얼마나 될까.

대다수의 기업들은 남성 육아휴직 사용이 늘었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에는 휴직을 내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지만 회사가 육아휴직을 의무화하고, 지원금도 보조해 주니 육아휴직을 택하는 남성직원들이 많아졌다는 것.

롯데그룹 남성 육아휴직자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남성 직원들(출처=롯데그룹).

롯데의 경우, 남성 육아휴직 의무제를 시행하면서 남성 육아휴직자가 2,000여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1월 남성 육아휴직 의무제를 도입한 뒤 롯데의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1,100명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지난해 우리나라 남성 육아휴직자가 1만2,000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10명 중 1명이 롯데 직원 결론이 난다. 

올 상반기 롯데의 남성 육아휴직자는 작년 동기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 상반기 롯데의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900명으로 작년 상반기 400명보다 크게 늘었다.

남성 육아휴직자 증가 배경과 관련해 롯데 관계자는 "남성 육아휴직 의무제가 안착되면서 제도 이용에 부담을 느껴 사용을 미루는 직원이 사라진데다 육아와 가사분담이 많이 필요한 시기인 출산 초기에 제도를 이용하려는 직원이 늘어난 탓"이라고 분석했다.

KT&G도 육아휴직자 중 남성 육아휴직자가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사측에 따르면 육아휴직자는 5년 만에 5배 이상 급증했고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 직원 비율은 60%에 달해 다른 기업 대비 남성 육아휴직자의 비율이 월등히 높다.

KT&G는 “휴직자에게 지급되는 휴직 지원금과 인사 평가 등의 제도 개선이 육아휴직자를 늘리는 데 주효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앞으로도 임직원이 육아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회사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남성 육아휴직자의 증감이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남성이나 여성 모두 원하면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육아휴직 복귀…만족도 크다

큰 마음 먹고 육아휴직을 선택한 남성 직원들은 대체로 만족감을 표했다.

소중한 아이와 함께한 시간과 아내의 고충을 느끼고 나눌 수 있었던 만큼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는 것이 남성 육아휴직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육아휴직 후 복귀한 세 아이의 아빠 롯데마트 이익중 사원은 “육체적으로는 회사에서 일할 때보다 힘들 때도 많지만 아이들과의 사이가 더욱 돈독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가족과 함께한 한 달의 시간이 너무 행복하고 소중하다”고 전했다.

이어 “육아는 돕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라는 것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KT&G 김민식 대리 역시도 정부와 회사의 지원 덕에 경제적인 걱정 없이 아내와 가족을 더 사랑하게 됐다고 고백한다.

김민식 대리는 “이미 조직 내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이 자리 잡고 있어 선택이 어렵지는 않았다”면서 “남성 육아휴직을 다녀온 선배들이 긍정적 피드백을 줘서 힘이 됐다”고 밝혔다.

또한 “육아휴직을 해 보니 내가 지금껏 무상으로 받아왔던 게 아내의 큰 희생과 사랑 덕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육아휴직을 한 남편을 둔 아내들도 만족감을 표했다.

지난 6월 롯데가 남편의 육아휴직을 경험한 직원 배우자 100명에게 직접 육아휴직 전후 남편의 행동 변화에 대해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남편의 육아휴직이 육아와 가사 분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배우자에 대한 이해와 공감, 그리고 추가적인 자녀 출산 계획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것이 다수의 응답이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의 남성 육아휴직은 초기 업무 손실에 대한 우려도 있었으나 해당 제도가 빠르게 정착하면서 다양한 순기능을 낳고 있다”며 “앞으로도 육아휴직과 같이 일과 가정의 양립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를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도 "주변에 육아휴직을 다녀 온 남성 직원분의 피드백을 들었는데 좋았다"며 "자녀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육아휴직 전 보다 더 친밀해 졌다는 등 긍정적인 반응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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