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일자리, 편견과 차별을 넘어③

장애인 보호작업장 및 이용 장애인 증가세
임금 및 노동환경 질적 만족도 개선책 찾아야

[컨슈머치 = 김은주 김현우 송수연 기자] 중증장애인들에게 '훈련'과 '고용'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장애인보호작업장’이 노동인권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보호작업장에서 근무하는 장애인 중 상당수가 최저임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여 개선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 보호작업장 근로장애인 월평균 ‘42만원’ 벌어

올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7년도 장애인직업재활시설 및 판매시설 운영실적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553개 보호작업장이 운영되고 있다. 2016년 대비 37개소(7.2%)가 늘어났다

보호작업장 근로장애인 역시 1만4,960명으로 전년도 1만4,335명 대비 625명(4.2%) 증가했으며, 실제 근로자 중 95.8%(1만4,325명)가 중증장애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 대부분이 저임금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근로장애인의 월 평균 임금은 56만7,000원으로, 고용노동부가 밝힌 우리나라 전체근로자 1인당 월 평균 임금이 338만7,000원인 것과 비교하면 6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이용장애인 월평균 임금 및 훈련수당 비교(출처=보건복지부)
이용장애인 월평균 임금 및 훈련수당 비교(출처=보건복지부)

 

근로장애인 월평균 임금 분포도(출처=보건복지부)
근로장애인 월평균 임금 분포도(단위 : 명)(출처=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가 밝힌 우리나라 전체근로자 1인당 월 평균 임금이 338만7,000원이며 이 중 근로장애인의 월 평균 임금은 56만7,000원이다.

근로장애인 중에서도 근로사업장에 근무하는 장애인의 월평균 임금은 105만7,000원인데 보호작업장 근로장애인의 월 평균 임금은 42만3,000원에 불과하다.

심지어 10만 원 미만의 임금을 받는 근로자도 400명이 넘는다. 보호작업장 근로장애인의 임금은 상당히 적다.

보호작업장 근로장애인은 일반인에 비해 근로 시간이 짧고 시간당 생산성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마냥 작업장 탓만 할 수 없다. 또 보호작업장은 대부분 영세한 경우가 많아 무작정 임금을 올리기도 어렵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보호작업장은 장애인에 대한 보호 영역과 근로 영역이 중첩된 곳”이라며 “근로자 대부분이 중증장애인이다 보니 근로 시간도 짧고 생산성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최저임금 적용 제외 대상이 많아 임금이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보호작업장 관련 정종화 삼육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호작업장이 필요한 시대는 끝났다. 생산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차라리 새로운 사회적 보호시스템을 만드는 게 낫다는 의견이 많다"고 지적했다.  

■ 장애인 최저임금 제외 조항, 개선 및 보완책 없나

우리나라 현재 최저임금은 시간당 7,530원으로, 하루 8시간씩 주5일 일하면 월 평균 150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이다. 최저임금 적용 제외 조항 때문이다.

「최저임금법」 제7조에는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에겐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보호작업장 장애인노동자 평균시급 현황’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노동자 8,906명 중 7,257명이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됐으며 이들의 평균시급은 2,835원으로 2018년 최저임금 7,530원의 37.6%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최저임금 적용제외 장애인노동자 6,996명의 평균시급은 2,819원으로, 2017년 최저임금 6,470원 대비 43.6%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해 오히려 6%p 감소해 격차가 더 커진 셈이다.

장애인이 일할 기회를 확대한다는 취지로 시행했으나, 저임금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조항 삭제를 요구하고 있는 장애인 단체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 단체들은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 개 보장, 장애인 최저임금 제외 조항 폐지 등을 촉구하는 중이다.

중증 장애인을 최저임금 적용 제외 대상으로 정한 것은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는 헌법 제32조 3항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중증 장애인들은 비장애인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하루 8시간 일을 해도 평균 30만 원의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중증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최저임금 대상에서 제외하는 건 엄연한 차별”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은 “최저임금 적용 제외로 장애인 노동자들은 아무리 일해도 저임금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보호작업장 장애인이 최소한의 생계는 유지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4년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역시 우리 정부에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장애인을 제외해도 된다는 조항을 삭제하고 대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제외 제도 개편을 위한 '민·관 합동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올해 하반기까지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TF는 노동부, 복지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장애인부모연대·장애인단체총연합회 등 장애인단체와 장애인 고용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으며, 전국 보호작업장에 대한 실태조사와 설문조사를 거쳐 연내 개편 방안을 내놓는 다는 계획이다.

고용노동부 한 관계자는 "TF를 발족해 현재 보호작업장의 실태 조사를 벌이고 있는 중"이라며 "어떤 결과물이 나오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입법과 예산 확보 절차까지 밟기 위해서는 시간이 어느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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