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고 코 베인' 불완전판매③

(출처=PIXABAY)
(출처=PIXABAY)

[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고객님, 안녕하세요. A보험사 치아보험입니다”

신용카드 등을 이용하다보면 전화로 보험가입을 권유하는 TM 영업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전화가 왔을 때 스팸전화 정도로 생각하고 끊어버리거나, 받은 다음에라도 확고하게 거절의사를 표명하는 소비자가 있는가 하면, 보험에 들어야겠다고 생각했거나,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보험 조건에 혹해서, 또는 이미 받은 후라 전화를 끊기가 모호해서 보험을 가입하는 경우도 드물지만 존재한다.

하지만 보험약관을 목소리로만 전달하다보니 보험 상품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어 발생하는 문제점도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 속사포 상품설명 ‘TM채널’, 불완전판매 비율 가장 높아

#A보험회사는 소비자 B씨에게 전화로 치매보험을 권유하며, 치매가 보장되는 상품이라고만 단순하게 설명했다.

B씨가 가입의사를 밝히자, A보험회사는 치매보험에 대해 중증치매만 보장된다는 추가적인 내용을 빠르게 설명하며 청약을 진행했다.

B씨는 처음에 설명 받은 내용과 다르지 않다고 예상해 자세히 듣지 않고 어머니를 피보험자로 치매보험에 가입했는데, 이후 어머니가 경증치매 진단을 받아 B씨가 치매보험에 대한 보험금을 청구하자, 보험회사는 가입한 보험은 중증치매만 보장된다는 사유로 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위 사례는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TM채널로 가입한 보험의 불완전판매 사례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7년 금융민원은 총 7만6,357건으로 이중 ‘보험’업종이 62.5%(생명보험 23.7%, 손해보험 38.8%)를 차치해 금융 민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2018년 상반기에도 마찬가지였는데, 총 4만37건의 민원 중 보험업종과 관련된 게 60.9%(생보 24.3%, 손보 36.6%)에 달했다. 특히, 민원의 상당수는 보험 상품의 충분한 설명 없이 맹목적 가입을 권유하는 ‘불완전판매’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주로 ‘TM채널’을 통해 가입한 보험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손해보험협회
출처=손해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가 각각 공개한 ‘2018년 상반기 상품별‧판매채널별 불완전판매 비율’ 자료에 따르면 먼저, 손해보험의 경우 ▲TM채널의 불완전판매비율이 0.17%로 나타나 다른 채널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홈쇼핑 0.16% ▲다이렉트 0.12% ▲기타 0.08% ▲설계사 0.05% ▲개인대리점 0.03% ▲방카슈랑스 0.03% ▲복합 0.01% 순으로 불완전판매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보험 상품군은 ▲상해 ▲운전자 ▲재물 ▲질병 ▲통합형 ▲저축성 ▲연금저축 ▲기타 등 8개로 나뉘는데, 이중 TM채널 불완전판매율이 가장 높은 상품군은 질병보험(0.25%)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설계사가 강조하는, 예컨대 ‘보장 횟수에 제한이 없다’거나 ‘가입 즉시 보장이 가능하다’ 등의 조건에 혹해 가입했다가, 보험을 이용해야 할 상황이 발생하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보장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드러났다.

생명보험의 경우 손해보험과는 약간 다른 양상을 보였는데, 가장 높은 불완전판매 비율을 보인 판매망은 대면모집을 실시하는 ▲기타 0.41%와 대면모집과 비대면모집을 병행하는 ▲복합 0.41%이었다.

생명보험에서도 ▲TM채널의 불완전판매비율은 높았다. 0.16%의 불완전판매비율을 보였는데 이는 앞서 거론한 두 판매망에 바로 뒤를 잇는 수준이다.

TM채널 뒤에는 ▲다이렉트 0.15% ▲홈쇼핑 0.14% ▲설계사 0.13% ▲개인대리점 0.11% ▲방카슈랑스 0.02% 등의 순이었다.

출처=생명보험협회
출처=생명보험협회

TM채널을 통해 가입한 생명보험 상품 중 가장 높은 불완전판매비율을 보인 상품은 저축성보험으로 대부분 저축성연금보험 상품인줄 알고 가입한 상품이 종신보험인 경우가 많아 일정기간이 지나도 납입한 보험료를 돌려받을 수 없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보험 주요 판매망 ‘TM’, 개선 없으면 소비자 피해만 늘어난다

이같은 문제들을 원인으로 금융당국은 TM채널을 불완전판매의 온상으로 지적한다.

눈으로 읽어도 이해하기 쉽지 않은 보험약관을 전화로 설명하다보니, 상품의 특징 등이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상품위험성에 관한 사항을 별 생각 없이 넘길 수 있다는 큰 단점이 존재한다.

이에 금융당국은 보험사에 TM채널의 지속적인 개선을 요구했고, TM채널의 비중을 줄이기 위해 관리감독을 강화했다.

결국 지난 2013년 기준 1.64%(손보), 1.14%(생보)이던 TM채널의 불완전판매비율이 2018년 상반기 기준 0.17%, 0.16%로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고 영업력 보강에 도움이 되는 TM채널을 쉽사리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TM채널의 불완전판매 비율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보험 판매채널 전체의 평균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며 “일부 보험사는 소비자 편의성과 전략적 상품 판매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TM채널에 힘을 쏟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메리츠화재는 TM채널 인원은 1,000명가량 대폭 확충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험상품 판매관행 개선 등을 통해 TM채널이 소비자를 배려하는 판매채널로 전환되도록 유도해 불완전판매를 예방할 것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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