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고 코 베인' 불완전판매⑦

필요에 의해서든 가족 및 친척 등의 부탁에 의해서든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보험 상품에 가입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마다 생각한다.

“보험 약관, 뭐라는 건지 1도 모르겠다”

보험에 가입한다는 것은 일반 제품, 예컨대 음료수나 운동화 기타 유형의 제품을 사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보험 상품은 추상적이고, 약관은 복잡하고, 가격은 사후 확정되는 그 특유의 성격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보험계약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얻기 어려운 구조다.

때문에 보험업체들이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상품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완벽히 제공한 것이 보험계약자 보호의 관점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항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실제 보험모집 과정에서는 이러한 원칙들이 잘 지켜지지 못하고 불완전판매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보험 판매 채널 중 텔레마케팅(TM)은 그 악명이 유구하다

(출처=PIXABAY)
(출처=PIXABAY)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금융권에서 보험은 유독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는 업종이다.

보험사 혹은 보험설계사들이 가입 전에는 무엇이든 퍼줄 것 같다가도, 보험금을 청구하면 어떻게든 내주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종종 전해 듣거나, 혹은 직접 겪기도 한다.

물론 일부의 경우이고, 지극히 소비자의 관점이지만 어쨌든 보험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은행, 증권 등을 포함한 전(全) 금융업권을 통틀어 보험 민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는것은 이를 증명한다.

보험 중에서도 ‘불완전판매의 온상’으로 불리는 TM(텔레마케팅) 영업에 대한 불신은 배가 된다.

전화로만 설명하기 때문에 ‘무조건 보장’ 등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는 부분이 난무하고, 중요 사항을 빠르게 말하거나 발음을 흘리는 등 상품 설명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유려한 화법에 덜컥 가입하고 난 뒤 뒤늦게 속았다고 느낄 때쯤 소비자들의 불만과 불신이 최고조에 달한다.

TM 영업 전화가 걸려 왔을 때 나의 개인 정보가 어떻게 이들 손에 있는지 알 턱이 없는 소비자는 의아함과 찝찝한 감정을 지울 수 없었다. 지난 2014년 대규모 카드 정보유출 사태는 TM보험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정부가 TM보험의 신뢰를 회복시키고자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지만 그 효과가 얼마나 빛을 볼 지 미지수다.

■ “판매관행 개선으로 신뢰회복 할 것“

TM채널을 통한 보험 판매는 말 그대로 전화로 이뤄지는 영업이다.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하거나 이벤트에 응모할 때 정보제공에 동의한 고객을 대상으로 전화를 걸어 보험 가입을 권유하고 모집하는 채널이다.

소비자가 전화로만 설명을 듣고 보험에 가입하다 보니 판매자와 소비자간 정보의 비대칭이 커 불완전판매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허점이 있지만 아직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TM채널을 통해 보험에 가입한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전화로 간편하게 보험을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인데다 대면채널에 비해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점도 이유다. TM 보험상품은 설계사를 직접 대면해 가입할 때 보다 통상 5~10% 가격이 낮다.

TM채널을 통한 보험 가입자가 늘어나는 만큼 소비자 피해와 불만도 많아지면서 정부는 끊임없이 그 대책을 강구해왔다.

음성녹음 등 증거자료 확보 의무가 2006년 처음 만들어졌고, 전화로 보험에 가입한 경우 철회도 전화로 가능도록 제도가 마련된 것도 2007년부터다. 이전까지는 전화로 가입한 상품이라도 이를 번복할 경우에는 설계사를 직접 대면해야 하는 등 가입은 쉽지만 철회는 어렵게 돼 있었던 것이다.

또한 2014년 보험회사의 표준상품설명대본 작성의무를 도입하고 매월 모집계약 건수의 20% 이상에 대해 녹음내용을 점검, 판매행위 적정성을 평가하도록 ‘통화내용 품질모니터링’ 제도가 마련됐고, 2015년에는 판매량이 많고 불완전판매 비율이 높은 TM상품에 대한 표본검사도 실시됐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TM 채널의 불완전판매는 여전히 전체의 평균을 상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금융감독원 생명·손보협회는 TM채널이 소비자를 배려하는 판매채널로 거듭나도록 생·손보사와 함께 지난해 6월 ‘TM채널 판매관행 개선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개인정보 취득경로 안내 ▲허위·과장된 표현 및 설명의 강도․속도를 동일 수준 유지 점검 ▲상품요약자료 미리 제공 ▲녹취내용 확인방법 안내횟수 확대 ▲TM상품 설명 가이드라인 마련 ▲TM 설계사 특화 교육 ▲고령자 맞춤형 안내자료 송부 등의 개선 과제를 시행 중이다.

또한 올해 1월부터 65세 이상 고령자가 TM으로 보험상품을 계약하는 경우 청약의 철회기간을 청약 후 30일에서 45일로 연장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비자가 TM상품을 안심하고 편리하게 가입할 수 있도록 전 생·손보사는 TM채널 판매관행 개선 가이드라인을 적극 준수할 것”이라며 “당국은 해당 가이드라인 시행 이후 TM채널의 불완전판매가 감소하고 고령자 등 취약계층의 만족도가 향상됐는지 여부를 모니터링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TM 자체가 문제 “근본 해결 쉽지 않아”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통해 어느 정도 개선은 이뤄질 수 있으나 TM채널의 불완전판매를 뿌리 뽑아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크다.

일단 전화 가입이라는 태생적인 한계가 너무도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약관이나 보장 내용이 간단한 종신형 보험 등 일부 TM채널에 적합한 상품이 따로 있다. 이 외에 대부분의 보험 상품은 전화로 완벽한 설명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이어 “실질적으로 설계사와 대면을 통해 보험에 가입해도 불완전판매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오로지 전화통화로만 보험상품은 완벽히 설명하는데 더욱 큰 한계가 있다”며 “정부 정책을 통해 소소한 문제점은 고쳐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근본적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TM을 통해 가입하면 보험료가 더욱 저렴하다고 알고 있지만 설계사 채널의 보험료와 동일한 경우도 있다.

이렇게 TM보험에 장점은 사라진 채, 보험 가입 후 각종 계약관리 서비스를 제공받기 어렵고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때 도와줄 보험설계사가 없다는 명백한 단점만 남게 되는 채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은 "보험상품의 내용은 어려운데 보험사는 TM 등을 통해 급하게 가입을 유도한다“며 ”전화로 상품 설명을 들어도 장점과 특징만 들을 뿐 단점과 유의사항을 파악하기 어려워 소비자들은 불완전판매를 감수해야만 하는데 설계사가 주는 서비스를 포기하고 굳이 TM을 통해 보험 가입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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