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고 코 베인' 불완전판매②

(출처=PIXABAY)
(출처=PIXABAY)

[컨슈머치 = 송수연 박지현 기자] “ooo님 되시나요? 안녕하세요. OO보험에 OOO입니다”

한 번쯤 보험 상품 가입을 권유하는 전화를 받아 본 경험이 있다면 이후 일어날 일이 짐작 가능할 것이다.

바쁜 척하고, 관심이 없다고 해도 텔레마케터에게 빈틈이란 없다. 전화한 목적 달성을 위해 재빠르게 판매할 보험에 대한 설명과 약관에 대해 설명한다.

홀린 듯 듣다보면 필요한 보험 같아 어느새 약관에 동의 후 계약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후회는 계약 후에 찾아온다.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계약이라는 환경으로 인해 상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가입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불완전판매(Mos-selling)으로 이어진다.

불완전판매는 금융소비자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중요사항을 누락했거나 허위·과장 등으로 오인에 이르게 했을 때를 말하는데, 이로 인한 소비자의 불만이 계속되고 있다.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설명에 가입…후회막심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채널 가운데 불완전판매가 다발하고 있는 채널은 TM(텔레마케팅)과 TV홈쇼핑 정도다.

그 중에서도 보험 TM의 경우 판매자와 소비자간 보험 상품 정보 비대칭으로 불완전판매 위험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보험 TM은 보험회사 또는 GA 콜센터에 있는 텔레마케터가 소비자와 전화를 통해 보험상품을 설명하고 가입을 권유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듣기만 하는 방식’의 설명에 복잡한 보험상품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필요하면 텔레마케터는 보장이 큰 부분을 재차 강조하고 소비자에게 불리한 정보는 빠르게 읊고 지나가는 기술을 발휘하기도 한다.

다음은 실제로 TM 보험에 가입했다가 피해를 입은 사례다.

A보험사는 B씨에게 전화로 치매보험을 권유하며 치매 보장상품이라고만 단순 설명했다.

B씨가 가입 의사를 밝히자 A씨는 중증치매만 보장된다는 추가 내용을 빠르게 설명하고 청약을 진행했고, B씨는 처음 설명했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판단해 어머니를 피보험자로 가입시켰다.

이후 실제로 어머니가 경증치매 진단을 받게 돼 B씨가 치매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A사는 중증치매만 보장된다는 사유로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C보험회사는 전화로 D씨에게 확정금리로 부리 되고 나중에 목돈이나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좋은 저축성상품이 있다고 소개하며 가입을 권유했다.

D씨는 청약 당시 TM 설계사의 상품설명이 빨라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질문에 의심하지 않고 “예”라고 응답했다.

그런데 보험회사가 보낸 보험증권을 자세히 살펴보니 가입한 상품은 저축성보험이 아닌 보장성 상품인 종신보험이었고 중도 해지를 하자니 납입한 보험료 보다 환급금이 적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렇다보니 TM 보험이라고 하면 일단 피하고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음은 한 재테크 커뮤니티 회원들의 실제 TM 보험 후기다.

영업하는 마음 헤아려서 친절하게 받았는데, 이후 일주일에 3~4번 전화를 해서 보험료가 크지 않아 못이기는 척 가입했는데, 사기 당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보장받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상품이었는데 불리한 얘기는 쏙 빼고 설명해서 몰랐어요. 그 이후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TM 전화는 바로 끊습니다

“암보험 들라고 전화 왔길래, 본인은 암환자라 가입할 수 없다고 하고 끊으려 했는데 절대 끊을 수 없게 틈도 주지 않고 말하더라고요.

‘5년 지나면 가입할 수 있다’부터 ‘정 안되면 치과보험 들라’고 숨도 안 쉬고 광고하는데, 중간에 묻고 싶은 거 질문할 시간도 없다니까요?”

■“귀찮더라도 상품설명에 경청”…소비자 주의사항

TM으로 보험 가입 시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면 금융 소비자들이 꼭 알아야 할 몇 가지 팁이 있다.

금융감독원은 TM을 통한 보험가입 시 5가지를 유의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첫 번째는 상품의 장단점에 대한 설명을 끝까지 듣고 가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화를 통한 보험모집은 보험 권유나 청약 모두 유선으로만 진행되는데 설계사가 보험을 권유하는 단계에서 상품의 장점만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고객이 가입의사를 표한 후인 청약단계에서 불이익 등 중요내용을 설명하는 경우도 발생해 주의가 필요하다.

물론 설계사도 전화를 통해 고객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는 중요내용을 설명하고 이해여부까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출처=금융감독원 블로그.
출처=금융감독원 블로그.

둘째로 상품설명 속도가 너무 빠르거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으면 천천히 또는 크게 말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보험은 상품 특성상 복잡하고 설명내용은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일부 설계사는 설명시간을 단축하고자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설명하고 고객의 이해여부를 확인한다.

소비자는 귀찮고 지루하더라도 제대로 이해하였음을 녹취로 남기게 되기 때문에 상품 설명에 귀 기울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가입 전 상품요약자료를 문자, 이메일, 우편 등으로 받아볼 수 있으니 긴 통화가 어렵거나 충분한 상담을 하지 못했다면 상품요약자료를 요청하자.

보험 계약 후 불완전 판매임을 깨달았다면 철회도 할 수 있다. 일반인은 청약일로부터 30일, 고령자는 45일까지 청약철회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해피콜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것을 당부했다.

전화로 체결된 보험계약은 모두 해피콜을 실시 중인데, 해피콜 내용이 기억하고 있는 상품 내용과 다르면 재설명을 요청할 수 있다.

해피콜은 보험사가 청약을 받은 후 계약자에 대한 중요사항 설명 여부와 자필 서명 등을 확인하는 제도다.

금감원 관계자는 “듣기는 하는 방식의 TM채널의 판매방식을 보면서 듣는 방식으로 개선함으로써 보험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도를 제고하겠다”면서 “일정한 설명속도, 강도 유지 등을 통해 불완전판매를 방지함으로써 소비자 피해예방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 노력 없이도 ‘안심’ 가입돼야

이렇듯 금융당국이 소비자 주의사항에 대해 자세히 안내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이를 미주알고주알 기억하기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소비자가 예상하지 못한 때에 불시에 받게 되는 전화인 만큼 이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소비자가 익혀야 할 꿀팁도 좋지만 불완전 판매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정부와 보험업계의 새로운 방안이 필요하다.

물론, 과거에도 정부와 보험업계의 노력으로 불완전 판매가 매년 소폭 축소되고 있는 추세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체감하기 어려워 하고 있다.

소비자 김 모씨(32세)는 “당연히 완전 판매가 이뤄져야하는 부분인데, 소비자 스스로가 불완전 판매를 대비해야 하는 것 자체가 어딘가 잘못된 것 아니냐”면서 “소비자 스스로 보호하는 것도 좋지만, 먼저 TM 보험 영업 환경이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게 바뀌어야 하는 것이 우선 아니냐”고 주장했다.

금융소비자연맹 조연행 대표는 "금융소비자들은 보험사뿐 아니라 금융당국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보험에 안심하고 가입하는 것"이라며 "금융당국은 소비자들이 설계사들의 전화 설명 내용은 꼼꼼히 들으라고 당부하기 보다 별다른 노력 없이도 안전하게 보험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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