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고 코 베인' 불완전판매⑥

사진=김은주 기자.
사진=김은주 기자.

[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요즘은 금융권에서도 비대면 거래가 대세다.

은행에 직접 방문해 창구 직원에게 신분증을 내밀지 않아도 계좌 개설이 가능한 시대다. 은행업무뿐 아니다. 보험도 비대면 시대다.

꼭 보험설계사를 통해 가입했던 보험들을 이제는 스마트폰(TM채널)이나 PC(온라인 보험)로 가입할 수 있다. 대면 거래가 익숙하지 않은 젊은 층들은 특히 비대면 루트를 통한 가입을 선호한다.

내 집 안방에서도 보험은 쉽게 가입할 수 있다. TV만 켜도 홈쇼핑 채널에서 거짓말 조금 보태 없는 보험 빼고는 다 판다.

비대면을 통한 보험 계약은 보험설계사를 통해 가입하는 것 보다 보험료가 싸다는 장점 때문에 소비자들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이 좋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은 보험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보험은 즉석 떡볶이가 아니란 말이에요. 그냥 먹고 싶다고 아무데나 들어가서 먹을 수 있는 그런 게 아니란 말이죠. 자신의 연령과 상황에 맞게 선택해야 해요. 한 번 쓰고 버리는 게 아닙니다”

금융상품에만 존재하는 불완전판매의 현실과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컨슈머치>는 보험업에서 오랫동안 몸 담았던 금융소비자원의 오세헌 국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현업에서 이미 30년간의 경험을 쌓은 보험 전문가다.

그렇기에 진심으로 소비자들이 보험을 ‘쇼핑’하는 것을 우려했다. 보험은 상품 특성상 일회용이 아니라 평생을 함께 가는 ‘동반자’이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을 요하기 때문에 그렇단다.

"보험설계사를 통해 본인에게 맞는 보험에 가입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진단을 받아야 자신의 상황에 맞는 상품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고 여러 상품 중에 자신에게 가장 유리하고 그야말로 가성비가 좋은 상품을 우선순위에 따라 가입할 수 있거든요" 

"근데 소비자들은 가성비 얘기만 듣고 보험료 싸면 장땡인줄 알고 싼 거 가입해서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아요"
출처=김은주 기자.
출처=김은주 기자.

대면 채널에 비해 비대면 채널은 소비자에게 여러 가지로 불리한 것이 많다. 일단 보험설계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없어, 홀로 보험을 관리해야 한다.

"비대면채널(TM, CM, TV홈쇼핑)은 상품 종류가 적어 선택의 폭이 좁고, ‘서비스 악화’도 감수해야 해요. 허위 광고나 과장 광고도 많아서 섣불리 가입하면 보험료 바가지를 쓰고 쉽고 짧은 시간에 보험에 가입하므로 발생하는 묻지마 가입 피해가 큰 상황이라 편리한 만큼 위험도 크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특히 TM채널은 전화 받는 고객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텔레마케터 권유에 넘어가기 쉽거든요. 즉흥적으로 가입하기 보다는 시간을 두고 정말 필요한 보험인지 확인한 후 가입을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수의 소비자가 불완전판매라는 개념 자체도 모르고 있는 것도 문제다. 알더라도 불완전판매를 판단하는 기준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쉽지 않아 눈 뜨고 코 베이기 십상이다.

"설계사들은 알겠지만 ‘3대 기본 지키기(보험계약 품질보증제도)’라고 있어요, 상품 주요 내용 설명, 보험 약관 전달, 청약서 교부 제공이거든요. 청약할 때 이 세 가지를 이행하지 않으면 바로 계약 취소에요. 이의 신청하면 계약 취소를 인정해주죠"

"보험 약관 전달, 청약서 교부는 쉽게 판단할 수 있는데 주요 내용 설명 여부는 범위가 너무나 모호해요. 보험의 ‘보’도 모르는 소비자 더러 주요 내용을 들으라고 하면, 정작 뭐가 중요한 내용인지 알 수 없는게 현실이잖아요. 그게 불완전판매의 가장 큰 맹점인거에요"

이 때문에 불완전판매를 당해도 당한 줄 모르고 억울한 소비자들이 많다.

금융 소비자의 민원 중 60% 이상이 보험일 만큼 보험 분야의 불완전판매가 많은 근본적인 이유는 당국의 관리 소홀과 보험사 및 설계사의 설명 잘못, 소비자의 묻지마 가입으로 축약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물론, 금융당국에서 불완전판매 및 그에 대한 민원을 줄이기 위해 매년 강화된 대책을 내놓긴 하지만 오 국장은 성에 차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지난해 12월에 고령자들 보험 청약 철회 기간 15일 늘려 준다고 금융감독원이 불완전판매 근절 방안을 내놨잖아요? 겉으로 보면 그럴싸해요. 그런데, 제대로 팔면 될 것을 고령자라고 철회 기간을 왜 늘리는 건지 도통 모르겠어요. 효과가 있을지 지나가는 어르신한테 물어보세요" 

"보험 가입할 때 청약 철회 기간에 대해서 전혀 알려주지 않는데 무슨 효과가 있겠어요. 설계사나 보험사나 청약 철회 기간 설명하면 계약자가 계약 취소할까봐 알면서도 얘기하지 않는 게 부지기수에요. 실제로 그런 상담 전화도 많이 받아 봤어요"

최근 금융감독원 블로그에는 올라온 TM채널 보험 가입 시 주의 사항에 대한 꿀팁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단다. 먼저 금감원이 올려놓은 꿀팁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텔레마케터에게 상품 요약 자료를 요청하고 빠르게 약관을 설명하면 천천히 설명해 달라고 부탁하라는 등이다.

“금융감독원이 아니라 금융꿀팁원이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금융감독원이면 감독을 해야지 왜 꿀팁이나 만들고 있는지 이해가 안돼요"

"TM채널에 대해서 금감원이 그렇게 얘기했다면 그만큼 관련 민원이 많이 발생한 것인데 왜 선제적 대응은 하지 않고 소비자한테 조심하라고 하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네요”

보험사의 TM영업은 개인정보 구매의 소굴이라고도 지적했다. 보험사들은 TM영업이 돈벌이가 되자 외부업체로부터 고객정보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는 명백한 불법이기 때문에 아예 TM 영업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 오 국장의 주장이다.

"수요가 있어야 공급도 있듯이 대형유통사가 왜 고객 개인정보를 전담부서까지 만들면서 팔겠어요. 돈이 되니까 그렇겠죠. 많은 보험사가 영업을 위해 고객정보를 돈 주고 사는 거죠. 과거 있었던 대형유통사들의 고객정보 유출사고의 배후에 보험사들이 자리 잡고 있었던 거나 다름 없는거에요"

"보험사들의 고객정보 수요가 없었으면 고객정보 유출사고는 없었을거라고 봐요. 그런데도 현행법은 개인정보를 판매한 업체에게만 처벌을 하도록 규정하고 개인정보 구매 업체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어서 금융사에 책임을 묻지도 못하는 형국이에요"

오 국장은 보험사들이 장점과 특징에 초점을 맞춰 설명하는 것도 불완전판매를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이기 때문에 보험사들의 자정적 노력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설계사들 혹은 보험사에서 저축성 보험을 팔 때 은행 적금보다 높다고 강조하면서 공시이율에 대해 말하는데, 공시이율은 계약자가 내고 있는 보험료 100%에 대한 금액이 아님에도 마치 보험료 전액에 적용되는 것처럼 상품을 소개하는데 이건 사기나 다름없어요. 보험료도 주계약보험료 중에서 사업비를 제외한 부분에 대해서만 적용하는데, 그런 건 쏙 빼놓고 은행적금이율보다 2~3배 높다고만 하니까 소비자들은 오인할 수밖에 없는 거죠"

"비슷한 예로 치매보험 광고하면서 중증 치매만 보장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요. 100세 시대 필수 보험인 것처럼 포장해 광고하지만 실제로 판매되는 치매보험 중 절반은 경증만 보장되잖아요"

소비자들이 보험을 접근하는 태도부터 문제가 있다고 진단한다. 다수의 계약자가 저축 개념으로 보험을 이해하기 때문에 여기서 생기는 오해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위험 대비 목적으로 가입하는 게 보험인데 ‘저축하는 셈 치고 보험 하나 들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태반이죠. 이것부터 잘못된 거죠”

“급전이 필요해서 가입된 보험을 중도 해지할 때, 그동안 보험료로 낸 돈보다 월등히 적게 돌려받거나 아예 못 받는다고 하면 소비자들은 분통이 터지는 거죠. 저축개념으로 그동안 보험료를 내왔으니 더 그렇겠죠. 그런 와중에 보험 설계사들은 위험보장 목적이라는 것에 대해 설명해주지도 않고, 또 소비자가 내는 보험료에서 사업비를 떼어 간다는 얘기도 안하잖아요. 너무나 문제인거죠”

심지어는 종신보험이 연금을 종신토록 받는 보험이라고 알고 있는 소비자들도 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마지막으로 그는 금융당국에 부탁할 말이 있다고 했다.

“금융감독원이 주인을 위해서 일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주인이라 함은 금융 소비자잖아요. 소비자의 권익을 위해서 일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으니 제가 싸움닭이 다 되어 갑니다”

그리고 소비자들에게는 “TM채널, TV홈쇼핑, 다이렉트로 절대 보험 가입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말했듯 장점과 보험사 전화번호는 몇 번씩이고 광고하지만 절대, 불리한 내용은 강조하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오 국장은 소비자를 위해서 열심히 뛸 예정이다.

그는 불완전판매가 사라져야 집에 돌아갈 수 있다며 가뿐 한숨을 몰아쉬었다. 날이 갈수록 비대면채널이 각광받고 있는 현재에 이대로라면 앞으로도 불완전판매는 계속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오 국장이 소비자 권익 보호에 이러한 열정을 보이는 이유는 지나온 삶과 무관하지 않았다.

“보험회사 다니면서 결혼도 하고 자녀도 양육했거든요, 보험사에서 월급을 준 덕분에 지난 날들이 있었죠. 그 월급은 누가 만들어 주냐, 바로 보험을 계약한 가입자들이죠. 그래서 퇴사 전 이 사람들로부터 돈을 받고 지금의 삶을 일궈왔으니 보험에 대한 노하우, 경험, 지식을 모두 어려운 상황을 겪는 소비자를 위해 일해야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보험사의 주인은 고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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