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신용카드를 도난당해 부정인출 사고를 당한 소비자가 카드사에 보상을 요구했고, 카드사는 비밀번호를 유출한 소비자 잘못이라며 보상을 거부했다. 

프랑스 여행을 하던 A씨는 베르사유궁전 입장권을 신용카드로 결제한 후 카드를 지갑 속에 넣었다.

얼마 뒤 A씨는 신용카드가 사용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고, 가방 속 지갑을 도난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즉시 카드사의 고객센터로 연락해 분실 신고를 했고, 카드사로부터 분실신고 접수 안내 문자를 받았다.

A씨는 당시 현지 경찰에 신고를 했고, 이후 확인해 보니 도난 장소에서 차량으로 20분 거리에 떨어진 곳에서 현금인출된 것이 확인됐다.

A씨는 카드사에 카드 사고대금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으나, 카드사는 A씨가 비밀번호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가 발생한 것이라며 보상을 거부했다. 

이에 A씨는 고의로 비밀번호를 유출하지 않았고, 비밀번호도 쉽게 알 수도 있을 전화번호나 생년월일이 아닌 군번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도난이 용이하도록 크로스백을 특정 장소에 놓아두지도 않았고 몸에 지니고 주위를 살피는 등 분실이 되지 않도록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비밀번호 유출에 대한 입증 책임을 본인에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카드사에 현금인출 금액 전액인 288만8026원을 보상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카드사는 신용카드 개인회원 표준약관과 비밀번호 유출 관련 판례에 의거해 비밀번호를 이용한는 사고는 회원에게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음을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비밀번호 유출에 대해 A씨가 과실이 없음을 입증해야 하나, 현재 입증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사고금액에 대한 보상은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가방, 도난 (출처=PIXABAY)
가방, 도난 (출처=PIXABAY)

한국소비자원은 카드사는 A씨에게 173만2000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카드사는 신용카드의 부정 사용과 관련한 손실을 가맹점 수수료나 신용카드회원의 연회비에 반영해 그 위험부담을 분산시킬 수 있다.

반면 신용카드를 이용한 예금인출이나 현금서비스는 신용카드 소지와 비밀번호에만 의존하므로 제3자에 의해 신용카드 부정 사용이 저질러질 가능성이 크다.

카드사가 완벽한 보안 장치를 한다고 하더라도 현대 과학기술을 이용한 비밀번호 유출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어 개인이 금융범죄에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카드사는 누군가 신용카드를 이용해 대금을 결제할 때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해 당시 기술력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보안 시스템을 마련할 책무가 있다.

그럼에도 카드사가 이윤 추구를 위한 편의성만 생각해 보안 절차를 간소화했다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 역시 카드사가 부담해야 공평의 원칙에 부합하다. 

한편, A씨에게 비밀번호 유출에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지 살펴보면, A씨는 카드 비밀번호로 A씨와 관련해 자주 접할 수 있는 정보와 전혀 상관없는 군번을 조합해 사용했다.

또한, ▲A씨가 도난당한 사실을 확인한 즉시 카드사와 현지 경찰에게 신고한 점 ▲A씨가 프랑스 베르사유궁전 입장을 위해 대기하던 중 도난을 당한 점 ▲성명불상자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단 한 번의 오류도 없이 현금을 인출한 것으로 봐 전문적인 범죄가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할 때, A씨에게 비밀번호 유출에 대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카드사는 A씨에게 성명불상자의 신용카드 부정사용액 상당을 보상할 의무가 있다.

다만, ▲A씨 도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점 ▲경찰조사에서 범인이 검거 되지 않은 점 등을 참작해 카드사는 A씨에게 사고대금의 60%인 173만2000원(1000원 미만 버림)을 배상해야 한다. 

[컨슈머치 = 전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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