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국내 세단 시장에서 수입차의 상승세가 무섭다.

우리나라 수입차 판매 1, 2위를 다투는 메르세데스 벤츠(이하 벤츠)와 BMW가 국산 자동차 업체인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지엠의 판매량을 앞지르는 등 전체적으로 수입차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수입 세단 차량이 도드라진다. 특히 벤츠와 BMW의 대표 세단이라 할 수 있는 E클래스와 5시리즈가 실적을 주도하고 있다.

각각의 상반기 누적 판매량은 E클래스 2만58대, 5시리즈 1만6,429대 인 것으로 집계됐다.

E클래스와 5시리즈는 중형차량으로 비슷한 가격대의 국산 차량을 살펴보면 차급은 준대형·대형으로 올라간다. 

두 차종과 가격이 비슷한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G80과 기아자동차 K9의 상반기 동안 각각 1만9,944대와 4,801대를 판매했다.

▶국산 대형차가 수입 중형차에 밀리는 이유

국산 차량은 수입 차량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같은 금액이라면 보다 높은 차급 선택 가능) ▲자동차세, 취등록세, 보험료 등 유지관리비가 적게 들어가며 ▲정비 인프라가 잘 갖춰져 사후관리가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위), BMW 5시리즈(아래)

국내 기준 중형으로 분류되는 벤츠 E클래스는 ▲전장 4,955mm(E-세그먼트) ▲전폭 1,880mm ▲전고 1,470mm ▲축거 2,940mm의 크기를 가지고 있으며, 차량가격은 6,130~9,770만 원이다.

같은 급의 BMW 5시리즈는 ▲전장 4,936mm(E-세그먼트) ▲전폭 1,868mm ▲전고 1,479mm ▲축거 2,975mm이며, 차량 가격은 6,330~1억2,220만 원이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G80은 ▲전장 4,990mm ▲전폭 1,890mm ▲전고 1,490mm ▲축거 3,010mm로 국내에서는 중형보다는 크고 대형보다는 작은 준대형 정도로 불리지만 외국의 기준으로 볼 때 G80은 위 차량들과 동일한 E-세그먼트(전장 4,700~4,999mm)에 속하는 차량이다. 가격은 4,791~7,307만 원으로 적어도 1,000만 원이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제네시스 G80(위), 기아자동차 K9(아래)

반면, K9은 ▲전장 5,120mm ▲전폭 1,915mm ▲전고 1,490mm ▲축거 3,105mm로 앞서 나열된 차량들에 비해 한 체급 크다. K9은 유럽 분류 기준으로 F-세그먼트의 크기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5,389~9,159만 원이다. E클래스와 5시리즈와 비교하면 차급을 올리고도 최저 700만 원 이상 저렴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이 수입차량 구입을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이유지만 사후관리가 어렵다는 점도 수입차량 구입을 망설이게 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말한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차의 정비 인프라는 직영정비소의 경우 ▲현대차 22개소 ▲기아차 18개소가 있으며, 협력업체는 ▲현대차 1,376개소 ▲기아차 810개소가 있다. 반면 벤츠와 BMW는 정비소 개수는 각각 ▲58곳 ▲61곳에 불과하다.

수리비에서도 차이가 난다. 공임의 경우 국산차의 경우 시간당 1~2만 원선인 데 반해 벤츠의 경우 딜러에 따라 6~7만6,000원에 이른다. 공식딜러와 병행수입업체에 따라 차이가 나는 점까지 감안하면 평균 수리비는 국산의 5배 이상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정비소가 적다는 것은 수리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또 많은 차량을 정비하면서 정비사들의 피로가 누적될 경우 문제해결이 원활하지 않을 가능성 역시 내포하고 있다.

▶가격 내린 '수입차', 인지도 낮은 '국산차'

일부 업계에서는 최근 수입차 업체들의 공격적인 프로모션의 영향으로 수입 세단 판매량이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수입차업계 한 관계자는 “올 상반기의 경우 수입차 업체가 밀어내기를 시도하면서 딜러에 따라 차량가격이 국내 고급 세단 수준으로 내려오는 경우도 있었다”며 “가격차이가 해소되면서 소비자들이 실제 구매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국산 대형 세단이 가진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수입차량에 밀리고 있다고 판단했다.

김 교수는 “제네시스를 예로 들면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언했어도 아직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에 비해 대접받는 느낌이 덜하다”며 “전용 매장, 전용 정비소 등 일반 차량과 차별화되는 부분이 당장 없으니 국산 대형 세단이 외면 받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교수는 “향후 법인을 분리하고 차량 종류를 늘려가면서 차차 히스토리가 쌓여간다면 수입차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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