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옵션비용 400달러 초과
가격 달라도 여행일정‧상품내용 '대동소이'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초저가 동남아 패키지여행 상품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의 불만과 피해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 여행업계 1‧2위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동남아 패키지여행 상품의 경우 차별화는커녕 잦은 일정 변경과 과도한 선택 관광 강요로 소비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테마여행에 ‘테마’ 없고, 옵션에 ‘선택권’ 없다

패키지여행은 다수의 여행객이 여행사에서 기획한 여행 상품을 선택해 정해진 일정을 함께 하는 여행 상품으로, 주로 가족 단위나 고령의 어르신들이 선호하는 여행 상품이다.

다만 업체들이 상품 판매에만 급급해 판매가 낮추기에 열을 올리면서 비용 절감을 위해 상품의 질을 낮추거나 관광객 안전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게 구조적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이하 ‘소비자주권’)가 국내 대형 여행사 하나투어‧모두투어를 대상으로 동남아 주요 여행국인 태국과 베트남의 패키지 상품을 조사한 결과, 비슷한 일정을 순서만 뒤바꾼 채 수없이 무한 반복 하면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투어 패키지 상품의 경우 ▲TV 예능프로에 방송된 베스트 상품, ▲한국여행협회가 인증한 노옵션, ▲노쇼핑 우수여행상품, ▲가성비가 높은 초특가 여행상품, ▲홈쇼핑 판매 여행상품 등으로 구분된다.

그러나 여행상품 테마에 맞는 세부 일정이 두드러지게 보이지 않고 한 두 개 정도의 유사한 세부 옵션만 끼워 넣은 정도라는 것이 소비자주권 측의 주장이다. 역사여행 상품에 역사 관련한 일정이 없는데다 타 상품과 비교했을 때 상품 이름에 맞는 독창성과 차별성이 전혀 없다는 것.

모두투어의 패키지 상품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모두투어는 ▲가정의 달 여행상품, ▲가정의 달 초특가 여행상품, ▲동반자 무료 등 1+1 모두플러스(1+1) 상품, ▲홈쇼핑 따라잡기 여행 상품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는 애초부터 여행의 주제의식이나 테마에 의한 구분 보다는 여행상품 판매 유형에 따라 분류한 것임을 나타내 상품 구분 자체가 의미가 없을 정도다.

소비자주권 관계자는 “태국이나 베트남 관광청 홈페이지만 들어가도 얼마든지 새로운 여행 상품을 개발 할 수 있음에도 수년째 비슷비슷한 여행상품만 판매하고 있다”며 “여행을 위한 여행 일정이 아니라 항공권 판매를 위한 형식적인 여행일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형 여행사가 출시 한 월별 여행상품의 경우 하나투어는 14개, 모두투어는 9개 정도지만, 여기서 파생된 유사여행상품은 항공기 운항 편수만큼이나 많았다”며 “여행을 위한 발권대행인지 항공권 발권을 위한 여행사인지 구분이 모호 할 정도이며 이러한 환경에서 다양하고 유익한 여행 상품이나 여행 일정이 나오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선택관광도 문제다.

두 여행사 모두 선택관광 시 풀옵션을 선택했을 경우 태국(방콕, 파타야)은 250달러에서 450달러까지 추가 비용이 발생했고, 베트남(나낭, 호이안, 후에)의 경우 250달러에서 350달러까지 추가(추정) 비용이 발생 했다.

대부분의 여행객이 여행 분위기를 망치지 않기 위해 풀옵션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29-39만 원대 패키지 상품을 구입하고 풀옵션을 선택했을 때 여행 비용의 2배 정도 추가 비용이 발행 하는 셈이다.

하나투어, 모두투어의 태국(방콕, 파타야) 여행상품 중 기본코스와 선택관광 상품가격은 대부분 동일했다.

다만 현지 물가와 양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옵션 상품의 가격이 현지인을 대상으로 하는 판매가격에 비해 1.5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높은 경우도 있다.

또한 같은 상품이라도 서비스의 질에 따라 가격차가 나는 경우가 있는데 비용 절감을 위해 서비스의 질이 낮은 상품을 선택 하는 경우가 많아 여행 소비자들의 불만이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기본코스와 선택관광 코스 ‘불명확’

여행사 홈페이지 게시 된 일정표에 시간과 여행 장소 등이 명확하게 적시돼 있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기본일정과 선택 관광 일정이 혼재돼 있다 보니 특정 여행지를 방문하는데 옵션상품으로써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인지 여부를 소비자들이 명확하게 알 수 없다.

이러한 불명확한 일정 제시는 결국 현지에서 일정조정과 추가비용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가이드의 자의적인 일정 변경과 풀 옵션 요구가 반영되기 쉬운 구조라는 것이 소비자주권 측의 설명이다.

(출처=소비자주권시민회의)
(출처=소비자주권시민회의)

실제 하나투어의 방콕/파타야 여행상품 2일차 일정을 살펴보면 중식 전 일정이 왓포사원 방문과 타이전통마사지 일정이 나와 있지만, 어느 상품이 기본일정이고 어느 상품이 선택옵션인지 구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선택 관광 상품의 경우 여행사 홈페이지에 “선택관광 정보”나 “선택관광” 알림판을 통해 가격 및 내용 등의 설명이 되어 있으나 일정표 상에는 설명이 돼 있지 않아 마치 기본일정에 포함돼 있는 것처럼 표시돼 있다.

이에 소비자주권 관계자는 “여행 상품을 고르는 여행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떤 여행지가 기본코스이고 어떤 상품이 옵션상품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며 “가이드의 재량에 따라 언제든 기본 코스도 옵션상품으로, 옵션 상품은 기본코스로 뒤바뀔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한편 여행사 패키지 상품에 대한 문제점 지적이 계속되면서 하나투어 측은 최근 상품 차별화를 위해 탈(脫) 패키지 여행 상품에 집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여행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애자일(Agile) 팀’을 신설했다”며 “아이디어 발굴부터 상품 개발, 운영, 판매까지 모든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자기 완결형 조직으로, 고객 중심으로 변하는 과정을 축적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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