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비자가 의료진의 오진으로 판막 수술이 지연됐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A씨는 약 8년 전부터 승모판막 협착증(승모판막이 잘 열리지 않고 좁아지는 질환)과 심방세동(심방의 불규칙한 잔떨림) 진단 하에 한 병원에서 약물 치료를 진행하며 경과를 관찰해왔다.

어느 날 A씨는 복수와 숨찬 증상이 발생해 병원에 내원했고, 복막염 추정 진단 하에 약 6주간 결핵약을 투여하며 입원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복수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고, 다리 부종과 통증, 신기능 악화 등으로 타 병원에 전원해 심장판막 수술을 받았다.

A씨는 의료진으로부터 심부전으로 인해 수술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오히려 의료진이 심부전 질환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결핵성 복막염으로 오진해 불필요한 결핵약을 복용시켰다며,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전신 상태가 매우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하지의 근육 내 출혈이 발생했을 때, 하지 통증과 부종에 대해 적극적인 재활치료를 요청했으나 의료진은 경과 관찰만 해 부동증후군으로 인한 양측 무릎 및 발목 관절구축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A씨는 병원 측에 손해배상으로 5200만 원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A씨가 6년 전 내원했을 당시 승모판막 질환에 대한 교정 수술을 권유했고, 1년 전 심한 심부전 상태로 입원치료를 받았을 때에도 적극적으로 수술을 권했으나 A씨가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A씨가 내원했을 시 이전과는 다르게 하지부종이 전혀 없는 복수가 있었고, 제반적인 검사 결과 결핵성 복막염으로 추정해 저용량 결핵약을 조심스럽게 투여했다고 설명했다. 

근육내 출혈로 무릎 및 발목 관절 구축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심정이나 의료과실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며 A씨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심장, 통증 (출처=PIXABAY)
심장, 통증 (출처=PIXABAY)

한국소비자원은 의료진의 진료과정 상 과실로 인해 A씨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하고, 병원 측은 A씨에게 손해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전했다. 

의료진은 A씨 복수 증상에 대해 하지 부종 증상이 동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부전이 아닌 다른 원인을 의심했으나, 복수 및 양측 하지 부종은 발생시점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하나의 증상이 우선적으로 나타날 수 있고, A씨 또한 2주 뒤부터 양측 다리의 부종 증상이 동반돼 나타났으므로 의료진은 심부전을 충분히 진단할 수 있었다.

또한, 의료진의 주장과 같이 오래된 심부전과 복수가 있는 경우 면역력 약화로 인해 결핵성 복막염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A씨 검사 결과 결핵성 진단 기준에 미치지 않았던 점, 의료진이 A씨에게 심부전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던 점 등을 볼 때, 의료진이 심부전 증상을 결핵성 복막염으로 추정 진단한 것은 적절했다고 보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결핵성 복막염 추정 진단 하에 결핵약을 투여하더라도, 일차 약제를 투여한 후 배양 검사 결과에 따라 약제 필요성 여부 및 감수성 여부를 확인하고 약물 지속 여부와 약물 구성 변화를 고려해야 하는데, 의료진은 A씨의 복수 및 객담의 결핵균 배양 검사 결과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음에도 약 6주간 결핵약을 지속적으로 투여한 사실이 확인된다.

A씨 경우 간경화가 있었음에도 간 독성이 심한 리팜핀(Rifampin)을 처방한 사실 등을 살펴볼 때, 의료진이 결핵약을 투여하는 과정에서 그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있고, 이러한 잘못으로 인해 A씨의 신장 및 간 기능악화, 범혈구감소증 등 결핵약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A씨는 와파린(Warfarin)을 복용 중이었으므로 혈전이 새롭게 발생하거나 기존 혈전이 녹지 않았던 경우가 아니라면 추가적인 항혈전제 사용은 피해야 함에도, 간경화 등으로 간 기능이 약해져있던 A씨에게 와파린과 에녹사파린(Enoxaparin)을 약 4주간 병용 투여했고, 이로 인해 출혈 위험성이 증가하게 돼 근육 내 출혈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의사는 복용 과정에서 중대한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약품을 투여할 경우 그러한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 증상의 악화를 막거나 원상으로 회복시키는 데에 필요한 조치사항에 대해 환자에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의료진은 결핵약을 장기간 처방하면서도 투약에 따른 합병증과 오심, 구토, 소화불량, 식욕부진 등의 징후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A씨는 의료진의 과실로 수술이 지연됐다고 주장하나, 진료기록상 의료진이 여러 차례 수술을 권유했으나 A씨가 거부했던 것으로 확인되고, 타 병원에서도 약 한 달 간 보존적 치료 후 심장판막 수술을 시행했으며 수술 경과가 좋은 점 등에 비춰 볼 때, A씨 위 주장은 인정하기 어렵다.

다만, ▲복수에 대한 보존적 치료는 필요했던 점 ▲결핵약 부작용으로 인한 후유증이 남지 않았고, 근육내 출혈에 대한 처치는 적절했던 점 ▲양측 하지 관절의 구축도 회복돼 일상생활이 가능한 점 등을 고려해 병원 측의 책임 범위를 50%로 제한한다. 

A씨의 기왕증(중증 심부전)으로 인해 경제활동이 불가능했던 점을 고려해 일실수입 손해는 인정하지 않고, 타 병원에서의 수술비용도 A씨의 기왕질환에 의한 수술로 발생한 것이므로 제외한다.

그렇다면, A씨의 재산상 손해액은 기왕치료비와 개호비를 합한 금액 중 병원의 책임 비율 50%에 해당하는 862만8664원이고, 위자료는 A씨 나이,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 정도, A씨 현재 상태 등 여러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500만 원으로 산정한다.

따라서 병원 측은 A씨에게 재산상 손해액과 위자료를 합한 1362만8000원(1000원 미만 버림)을 지급해야 한다. 

[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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