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이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약가 인하 처분을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1심 패소 뒤 200억 원대 충당금을 인식하며 실적이 흔들렸다.

그 가운데 같은 소송에 동화약품도 공동원고로 참여하고 있다. 동화약품 역시 27억 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지난 14일 동화약품이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유동 법적소송충당부채는 6월 말 기준 27억2310만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13억4417만 원에서 반기 만에 두 배로 늘었다. 이 기간 새로 적립한 금액이 13억5036만 원이고, 나머지는 시간 경과에 따른 증가분이다.

이 충당부채에는 카나브 계열 약가 인하 처분을 다투는 소송의 1심 패소에 따른 금액이 반영됐다.

출처=동화약품
출처=동화약품

회사는 주석에 "'2025구합54486' 약가 인하처분 취소 소송에 대한 1심 패소 판결을 선고받았으며, 약가 인하처분 영향 금액을 계상했다"고 적었다. 우발부채 주석에서는 동화약품이 이 사건의 원고라는 점도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지난 2월 12일 이 사건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선고했다. 판결문상 원고는 두 곳이며, 판결문은 한 원고가 "다른 원고와 공동개발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복합제 2개 품목의 각 품목허가를 받아 국내에서 판매해 왔다"고 적시했다.

해당 소송은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6월 24일 개정 고시한 '약제 급여 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고시 제2025-101호)의 상한금액 인하 처분을 다투는 건이다. 대상은 카나브 계열 11개 품목으로, 보령의 카나브·듀카브·카나브플러스 9개 품목과 동화약품의 라코르정 60/12.5mg·120/12.5mg 2개 품목이다.

라코르는 동화약품이 2012년 11월 보령과 체결한 '카나브 이뇨복합제 공동개발계약'에 따라 품목허가를 받아 국내 판매를 맡은 제품이다. 피마사르탄과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를 결합해 보령의 카나브플러스와 성분·함량이 같다.

인하 처분은 지난해 7월 1일 시행 예정이었으나, 서울행정법원이 집행정지를 인용하면서 발효되지 않았다.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이 나온 뒤 보령이 항소하자 서울고등법원도 집행정지를 다시 인용했다. 때문에 라코르정 60/12.5mg의 보험약가도 670원으로 유지되고 있다.

약가 인하가 멈춘 것일 뿐, 이후 소송에서 최종 패소하면 유예된 인하분은 되돌려줘야 한다.

「국민건강보험법」 제101조의2는 약가 인하 처분에 집행정지를 받은 뒤 본안에서 패소가 확정되면, 그 기간에 건강보험공단이 더 지급한 요양급여비용 차액을 이자와 함께 환수하도록 하고 있다. 두 회사가 충당금을 쌓는 이유이며, 소송이 길어질수록 적립액은 늘어난다.

두 회사의 회계 처리에는 차이도 있다. 동화약품은 이 충당부채를 1년 안에 결제될 유동부채로 분류했지만, 보령은 비유동부채로 잡고 있다.

부담의 크기는 크게 차이가 난다.

보령은 지난해 4분기 약 200억 원을 충당금으로 인식하면서 198억 원 흑자였던 분기 영업이익이 7억 원가량 적자로 뒤집혔다. 올해 2분기에도 충당금이 반영되며 영업이익이 238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2% 줄었다. 카나브 패밀리는 보령 전체 매출의 14%대를 차지한다.

반면 동화약품이 감당하는 규모는 이보다 작다.

반기 적립액 13억5036만 원은 올해 상반기 연결 영업이익 215억 원의 6.3% 수준이다. 라코르가 포함된 순환·당뇨 부문 매출은 상반기 119억 원으로 전체의 4.5%에 그친다. 동화약품의 상반기 매출은 2675억 원, 영업이익은 215억 원으로 각각 6.7%, 646.3% 늘었다.

다만 동화약품은 1심 재판 과정에서 이 처분으로 "연간 전체 영업이익의 약 23%가 감소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같은 대목에서 보령은 약 55% 감소를 주장했다. 동화약품의 연결 영업이익은 2024년 134억 원, 지난해에는 2억 원대였다.

[컨슈머치 = 전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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