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비자가 한의사 말만 믿고 한방 치료만 받았다가 초기 치료 기회를 상실해 암 진단을 받았다며 한의원 측에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30대 여성 A씨는 건강검진으로 시행한 자궁경부세포진 검사에서 비정형세포를 관찰했고, 조직 검사 결과 자궁경부이형성증(CIN 2-3 단계)으로 진단받았다.

이에 A씨는 한 한의원에서 3개월가량 ▲한약 복용 ▲침 치료 ▲전기자극술 등의 한방 치료를 받은 후, 자궁경부세포진 검사에서 음성으로 확인돼 치료를 종결했다.

그러나 일 년 뒤쯤 A씨는 타 병원서 자궁경부 초기암을 진단 받았다.  

A씨는 한의사가 산부인과 원추절제술로 자궁경부를 잘라내면 병변은 없어지나 바이러스는 제거할 수 없다고 했고, 한방치료는 비수술 치료로 자궁경부의 손상 없이 바이러스가 활동하지 못하도록 환경을 개선한다며 부작용이 없다고 설명했음을 주장했다.

A씨는 한의사의 잘못된 정보 제공으로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했으므로 이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피해에 대해 한의원 측에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반면에 한의원 측은 A씨에게 자궁경부이형성증에 대한 한방 및 양방 치료의 각 장단점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했고, A씨는 자의에 의해 본원 한방 치료를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A씨가 음성 판정을 받아 치료를 종결한 이후 추적관찰 권유에도 1년 동안 관리 없이 지내다가 이제와서 암 진단이 본원의 과실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자궁 (출처=PIXABAY)
자궁 (출처=PIXABAY)

한국소비자원은 한의원 측은 설명의무를 위반했으므로, A씨에게 위자료 700만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A씨는 병원에서 자궁경부 상피내암 2~3단계 진단을 받고 원추절제술을 권유받았으나 수술 후 조산 위험성 등이 있어 다른 치료 방법에 대해 알아보던 중 한방치료를 받기 위해 한의원에 내원했다.

한의학에선 자궁경부이형성증 질환이 자궁경부의 순환 부진과 질 내의 환경 악화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이를 개선하는 것을 치료 목표로 하므로 한의사가 A씨에게 각종 한약 치료나 침 치료, 세정제와 같은 외치법을 사용한 것이 한의학적 관점에서 일반적인 의학상식을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이와 같은 의료행위와 더불어 주기적인 자궁경부세포도말검사를 시행해 질병의 치료여부를 확인하고자 한 한의사의 처치에 어떠한 부적절함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A씨가 한방치료를 받기 직전에 자궁경부 상피내암 소견을 받았으나 원추절제술 등을 통한 조직검사가 시행된 것이 아니어서 당시 자궁경부암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그 이후에 암이 진행됐다고 하더라도 그 확대 피해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렵고, 치료방법이 초기 진단 당시와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A씨가 자궁경부암을 진단받게 된 것에 대해 한의원 측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

한편, 한의사는 A씨의 연령, 임신 및 출산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외과적 수술 또는 양·한방 병행 치료의 장단점, 한의원 단독 치료의 장단점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A씨가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치료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한의사는 자신의 한의원 인터넷 홈페이지 및 A씨에게 설명을 통해  “수술로는 바이러스 자체를 제거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술로 연약해진 속살이 재 감염돼 재발 확률이 30% 된다”, “한방 치료가 근본적인 치료다” 등과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 

그러나, 원추절제술 후 재발률은 수술 전 환자의 상태와 바이러스 감염 상태, 병변이 완전히 절제됐는지 여부에 따라 달리 나타날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약 5~10%의 확률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수술시 병변이 완벽히 제거되지 못했을 경우 HPV 바이러스가 제거 되지 않고 남아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은 있으나 자궁 경부 속살이 바이러스에 노출된다는 한의사의 설명은 적절하지 못하다.

이를 종합하면, 한의원 측이 A씨에게 양·한방 치료의 장단점 및 다른 선택 가능한 치료 방법 등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A씨는 치료 방법을 선택함에 있어 자기결정권을 침해받은 사실이 인정되므로, 한의원 측은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해 A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다만, 한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이 진료과정상의 과실과 동일시 할 정도의 것이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어 손해배상은 위자료로 한정한다.

위자료는 ▲사건의 경위 및 경과 ▲한의사의 설명의무 위반 정도 ▲A씨는 예상치 못한 결과로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고 수술에 이르게 된 점 ▲A씨가 미혼인 점 ▲손해의 공평 타당한 분담의 원칙 등을 고려해 700만 원으로 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 

[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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