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SK하이닉스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6000억 원대를 기록했다. 11분기 만에 최저치이자 시장 전망치보다 1000억 원가량 적은 ‘어닝쇼크’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2분기에 매출 6조4522억 원, 영업이익 6376억 원을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

수요 회복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가격 하락폭도 예상보다 커지면서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각각 5%, 53% 감소하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각각 38%, 89% 하락했다.

D램은 수요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큰 모바일과 PC 시장에 적극 대응해 출하량은 전분기 대비 13% 늘었으나, 가격 약세가 지속돼 평균판매가격은 24% 하락했다.

낸드플래시도 가격 하락에 따른 수요 회복세로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40% 증가했으나, 평균판매가격은 25% 하락했다.

SK하이닉스는 서버용 D램 수요가 여전히 부진하고,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모바일 D램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PC와 그래픽 D램 수요는 지난 분기(2분기) 말부터 회복하기 시작했으며, 하반기에도 이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했다.

낸드플래시 시장은 가격이 꾸준히 하락하면서 수요가 지속적으로 회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반기에는 공급 업체들의 재고 부담이 빠르게 줄어들며 수급 불균형도 해소될 가능성이 높아져 가격 하락 속도가 둔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시장 환경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SK하이닉스는 생산과 투자를 조정할 계획이다. 사실상 감산이다.

D램은 생산 캐파(CAPA)를 4분기부터 줄인다. 최근 성장세에 있는 CIS(CMOS 이미지 센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하반기부터 이천 M10 공장의 D램 캐파 일부를 CIS 양산용으로 전환한다. 여기에 D램 미세공정 전환에 따른 캐파 감소 영향이 더해져 내년까지 D램 캐파는 지속 줄어들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보다 10% 이상 줄이겠다고 밝힌 낸드플래시 웨이퍼 투입량도 15% 이상으로 줄일 것이라 덧붙였다.

아울러 청주 M15 공장의 추가 클린룸(Cleanroom) 확보와 내년 하반기 준공 예정인 이천 M16 공장 장비반입 시기도 수요 상황을 고려하며 재검토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내년 투자금액도 올해보다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미세공정 기술 개발과 고용량, 고부가가치 중심의 제품 판매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D램은 10나노급 1세대(1X) 및 2세대(1Y) 생산 비중을 연말 80%까지 높이고, 10나노급 2세대 공정을 적용한 제품은 하반기부터 컴퓨팅용 위주로 판매를 시작한다.

낸드플래시는 72단 중심으로 운영하되, 하반기부터 96단 4D 낸드 비중을 늘려 고사양 스마트폰과 SSD 시장을 중점적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128단 1테라비트(Tb) TLC(Triple Level Cell) 4D 낸드도 양산과 판매 준비를 차질 없이 추진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시장환경 변화에 맞춰 생산과 투자를 유연하게 조정하고, 메모리 중장기 성장에 대비해 제품과 기술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반도체 업계에도 반도체 공급을 조절하는 기구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업계에 따르면 블룸버그 애널리스트 팀 컬판은 전날 SK하이닉스 실적 발표 직후 ‘반도체 업체들에 그들의 OPEC이 필요한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그는 “D램은 업체별로 제품에 큰 차이가 없고 거의 모든 제품에 들어가는 필수 원자재로 여겨진다”면서 “석유와 마찬가지로 수급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린다”고 메모리 반도체의 특징을 설명했다.

이어 “D램 업체들도 둘러앉아 공급량을 협상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결국 석유 생산량을 조절하는 OPEC이 있듯 반도체 업계에도 비슷한 조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업계는 반도체 업계에 OPEC과 같은 단체가 결성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내다 봤다.

앞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10년 5월 D램 가격 담합을 이유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각각 2천60억원, 7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으며, 미국에서는 현재 '톱3' D램 업체에 대한 가격 담합 집단소송도 진행 중이다.

이밖에 중국 반독점 당국도 톱3 업체들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벌이고 있어 국제사회의 주목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에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개별 업체들이 고객들의 수요에 발맞춰 각자 취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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