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은 같은 품목이어도 품종이나 재배 지역, 크기별로 품질 차이가 크다.

이에 정부는 농산물의 품질과 등급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구분하고 선별·포장을 통해 공정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농산물 표준규격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표준규격에 맞는 농산물은 포장 겉면에 '표준규격품'임을 표시할 수 있다. 소비자는 이를 통해 농산물의 등급과 품질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거래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표준규격품 표시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표준규격에 맞춰 출하한 농산물에 한해 포장 겉면에 '표준규격품'이라고 표시할 수 있도록 한 임의규정이다.

이에 실제 유통 현장에서는 '특' 등급으로 안내된 농산물의 크기가 제각각이거나 부패·변질된 상품이 섞여 유통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농산물, 채소 (출처=PIXABAY)
농산물, 채소 (출처=PIXABAY)

■표준규격품 표시 '임의'…의무화 필요성 제기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은 농산물의 유통 능률을 높이고 신속·공정한 거래를 촉진하기 위해 ‘농산물 표준규격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포장규격과 등급규격을 정해 통일된 기준에 따라 선별·포장하고 등급을 분류해 출하하도록 함으로써 농산물의 신용도와 상품성을 높여 공정거래를 촉진하고 농가소득 증대에도 기여한다는 취지다. 수송·적재 비용을 줄여 유통 효율성을 높이고, 소비지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의무사항이 아닌 탓에 저품위·중량 미달, 부패·변질된 농산물이 유통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으며 피해는 농가와 소상공인, 소비자 모두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에 최근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표준규격품' 표시 의무화를 담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검사 기준에 미달한 농산물을 출하할 경우 최대 1년 해당 품목의 도매시장 출하를 제한하는 강도 높은 제재 조치도 포함됐다.

■현장과 표준규격 괴리…농식품부 "전면 의무화, 한계"

농림축산식품부는 표준규격품 출하를 전면 의무화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현행 표준규격과 도매시장의 실제 거래 관행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안동 사과 도매시장 등 일부 시장에서는 산지에서 포장·선별하지 않고 시장에 반입한 뒤 현장에서 선별해 경매와 포장을 진행하는 방식이 이뤄지고 있다.

등급 기준도 마찬가지다. 표준규격은 농산물을 ‘특·상·보통’으로 구분하고 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품목과 소비자 선호에 따라 별도의 기준이 적용되는 경우가 있다.

최근 소비 트렌드로 작은 크기를 선호하는 품목의 경우 표준규격상 하위 등급이더라도 시장에서는 '특'급으로 취급돼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고구마·감자 등은 '왕왕'처럼 표준규격에 없는 업계 자체 등급이 사용되고 있다.

산지 조직화 여건도 걸림돌이다. 전면 의무화가 현실화되려면 농협 등을 통한 공동출하 체계가 전제돼야 하지만 국내는 영세농가 비중이 높아 개별 출하가 많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유통정책과 관계자는 "의무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며 "표준규격을 현실 거래 관행에 맞게 개정할 필요성이 있으며 구체적인 개정 방향과 방식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검토·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컨슈머치 = 전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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