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적격성 심사·자본확충·실적 모두 카카오뱅크와 '희비' 엇갈려
후발 인터넷은행 토스뱅크·키움뱅크에도 밀릴 수 있다?
케이뱅크 측 "자본확충 문제만 해결되면 경쟁력은 충분해"

(사진=컨슈머치)
(사진=컨슈머치)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서 숨통을 트이는 듯 보였던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앞날이 더욱 막막해졌다. 당초 계획보다 훨씬 적은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을 끄는데 급급한 모습이다.

김범수 의장의 무죄 판결로 대주주 적격성 문제의 실마리가 풀린 데다 출범 2년 만에 흑자를 낸 카카오뱅크와 상반되는 분위기다.

케이뱅크는 15일 이사회를 열고 412억 원 규모의 전환 신주 약 823만5,000주를 발행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올 해초 이사회에서 결정한 유상증자 규모인 5,900억 원의 14분의 1에 그친 수준이다.

케이뱅크는 전환 신주 증자가 결정된 만큼 기존 유상증자 계획은 잠정 중단하고, 추후 신규 주주사 영입 상황에 따라 새로 이사회를 열어 규모 및 일정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는 방침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412억 원 전환주를 통해 급한 불은 끈 상태로 본질적인 해결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KT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신규 주주 영입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확정 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케이뱅크는 금융권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며 탄생했던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제때 자본확충을 하지 못하면서 지난해 총 13차례의 대출 중단 사태를 겪을 정도로 경영위기에 빠져있다. 자금 수혈이 절실하지만 KT가 정부 입찰에서 담합 행위를 한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게 되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돼 기약 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가입자 규모도 올해 1월 기준 약 89만 명으로 카카오뱅크(약 810만 명) 가입자 수의 10분 1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뒤쳐져 있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올해 설립 이후 6분기 만에 처음으로 흑자전환(약 66억 원)에 성공하며 순항 중이다. 한 발 앞서 은행 문을 연 케이뱅크의 흑자 전환 목표 시기가 2021년인 것과 비교하면 더욱 놀라운 성과다. 

유일한 걸림돌이었던 카카오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도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최근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 청신호가 켜졌다. 

이처럼 카카오뱅크와 격차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인가가 유력한 키움뱅크, 토스뱅크 등 2기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장에 진입하게 되면 케이뱅크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나온다. 

케이뱅크 한 관계자는 “상품이나 금리 경쟁력 등은 전혀 뒤쳐지지 않는다”며 “24시간 365일 고객들과 직접 상담을 진행하는 것은 우리 회사가 유일하다. 또한 모바일슈랑스, 증권계좌개설 등 새로운 서비스를 계속 시도하고 있으며, 바이오인증 도입도 시중은행보다 빨랐던 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자본확충이 제대로 이뤄져야 자산을 늘려 대출 영업을 원활히 할 수 있는데 작년에는 은산분리 규제 문제로 올해는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시간이 지연되고 있어 카카오뱅크와 격차가 많이 벌어져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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