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임상시험을 위해 입원한 이력이 보험계약 당시 고지해야 할 '입원'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소비자와 보험회사 간 분쟁이 발생했다.

소비자 A씨는 2022년 한 보험회사의 간편심사보험에 가입하면서 '최근 3년 이내 질병이나 상해로 입원 또는 수술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했다.

A씨는 중증 A형 혈우병 환자로, 2019년과 2021년 혈우병 치료제 임상시험에 참여하기 위해 두 차례 입원한 이력이 있었다. 

이후 A씨는 넘어져 손목 통증이 발생하자 혈우병 합병증 치료를 위해 입원했고, 19일간 간병인을 사용한 뒤 보험회사에 간병인 사용일당을 청구했다.

보험회사는 조사 과정에서 과거 입원 이력을 확인하고, A씨가 계약 전 알릴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보험회사는 해당 입원 사실을 알았다면 보험 가입을 거절했을 것이라며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A씨는 과거 입원이 혈우병 치료가 아닌 임상시험 참여를 위한 것이어서 청약서에서 묻는 '질병으로 인한 입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신약 투여와 혈액검사 외에 별도의 치료를 받은 사실이 없어 자신이 이를 고지해야 할 입원으로 인식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반면 보험회사는 질병과 관련된 입원이라면 치료 목적의 입원으로 한정되지 않으며 임상시험 자체가 혈우병의 출혈을 예방하기 위한 치료 과정이었다고 주장했다. 

분석, 현미경 (출처=PIXABAY)
분석, 현미경 (출처=PIXABAY)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당시 A씨 입원은 청약서에서 정한 '질병으로 인한 입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간편심사보험에서 고지 대상이 되는 '질병으로 인한 입원'이란 질병의 증상으로 인해 입원치료나 관리의 필요성이 인정돼 병원에 체류하는 경우를 의미한다며 치료 목적 없이 단순 검사나 연구 수행을 위한 절차적 입원까지 고지 대상으로 본다면 보험계약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A씨의 임상시험 주치의는 입원 목적을 '임상시험'으로 명시했고, 당시 상태 역시 출혈로 인한 입원이 아닌 일정에 따른 약물 흡수·분포 확인용 혈액 채취 절차였음이 확인됐다. 평소 통원치료로 증상이 관리되던 상태에서 임상 일정에 따라 체류한 것에 불과하므로 치료 목적의 입원으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됐다.

설령 해당 체류가 입원에 해당하더라도 가입자의 고의나 중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A씨가 이를 임상시험 절차로 인식했을 뿐 질병 치료를 위한 입원으로 보기 어려웠고, 보험사 역시 '질병으로 인한 입원'의 범위를 청약서에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분쟁조정위는 A씨의 고지의무 위반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고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보험회사는 A씨에게 간병인 사용 입원일당 228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

[컨슈머치 = 전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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