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결함을 인정했다.

첫 폴더블폰 아이폰 듀오의 안쪽 화면이 접히는 선을 따라 갈라지는 문제를 두고 미국 본사는 26일 입장을 냈다. 소수의 제품에서 화면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으며, 문제가 생긴 사용자는 교체받으라는 내용이다. 

소비자가 애플에 기대한 것은 바로 이런 모습이다.

아이폰은 늘 비쌌다. 그래도 소비자들은 새벽부터 매장 앞에 줄을 섰다. 이는 단순히 성능 수치로 설명되지 않는다. 부품과 소프트웨어가 한 몸처럼 맞물리는 완결성, 그리고 다 익은 사과만 내놓는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 뿌리에는 스티브 잡스가 있다. 그는 아무도 보지 않는 울타리 뒷면까지 앞면처럼 다듬는 법을 아버지에게 배웠다고 했다. 디자인은 생김새가 아니라 작동하는 방식이라고도 했다. 보이는 곳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승부한다는 고집이 애플을 만들었다.

그렇다고 애플이 한 번도 틀리지 않은 것은 아니다. 완벽을 좇는다 해도, 최첨단 기기에서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고심 끝에 출시한 제품이 소비자 손에서 결함을 드러내는 일은 애플에도 있었다. 애플을 애플답게 만든 것은 그다음이었다.

2010년 아이폰4 안테나 결함이 불거지자 잡스는 직접 기자회견장에 섰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다"면서, 문제를 겪는 사용자가 0.55%라는 수치를 공개했다. 무료 범퍼와 30일 환불도 내놨다.

2012년 지도 앱이 엉뚱한 길을 안내하자, 팀 쿡은 사과문을 내고 당분간 경쟁사 지도를 쓰라고까지 권했다. 틀린 것을 인정하고, 숫자를 보여 주고, 손해를 감수하는 것. 그것 역시 애플이 지켜 온 완성도의 일부였다.

아이폰 듀오에 쏠린 기대가 컸던 것도 그래서다. 삼성전자가 첫 폴더블폰을 내놓은 지 7년, 접는 폰이 세상에 넘쳐 난 뒤에야 애플은 그 대열에 합류했다. 늦은 만큼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사전 예약은 몇 분 만에 동났고, 지금 주문하면 내년 1월 말에야 받는다.

그러나 듀오에는 흠집이 많았다.

호주의 한 구매자는 받은 지 여섯 시간, 스무 번도 채 펼치지 않았는데 화면이 깨졌다고 했다. 비슷한 사진이 미국과 중국, 캐나다에서 잇따랐고, 국내에서도 유사 사례가 공개됐다. 수리업체 아이픽스잇은 손상이 힌지의 비슷한 지점에 몰려 있다고 분석했다.

듀오만이 아니다. 한 달 앞서 나온 아이폰18 프로는 갑자기 꺼졌다 켜지는 '패닉풀'로 국내 출시 11일 만에 교환 약 1500건, 환불 50건을 기록했다.

그런데 애플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패닉풀 때 애플은 원인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업데이트로 증상이 사라진 기기는 교환도 환불도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듀오의 화면 사진이 쏟아지던 주말 내내 애플은 말이 없었다.

애플 사용자들이 진정 바라는 것은 어렵고 눈에 잘 띄지 않아도 지켜 온 것들이다. 보이지 않는 뒷면까지 다듬는 고집, 틀렸을 때 먼저 인정하는 태도. 그 철학과 감성이 더 비싼 값을 치르고 새벽 줄을 서게 만든 매력이었다.

패닉풀 때부터 따지면 늦은 감은 있다. 실망이 차오를 즈음에야 나온 결정이다. 그래도 다행이라는 말을 해 주고 싶다. 애플이 애플다운 첫걸음을 뗐다.

다만 다행이라는 말이 안도로 끝나려면 남은 걸음이 있다. 몇 대가 문제였는지, 왜 깨졌는지, 교체품은 언제 받을 수 있는지다.

2010년 잡스가 0.55%라는 숫자를 들고 나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애플은 숫자와 원인으로 답해야 한다. 그래야 줄을 섰던 사람들의 믿음도 제자리로 돌아온다.

[컨슈머치 = 배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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